"김치찌개에 맹물 대신 '이 물' 부어보세요"…묵은지 신맛이 부드럽게 잡힙니다


뚜껑을 반쯤 연 냄비에서 쌀뜨물로 끓인 김치찌개 국물이 잔잔히 끓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뚜껑을 반쯤 연 냄비에서 쌀뜨물로 끓인 김치찌개 국물이 잔잔히 끓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김치냉장고 아래쪽에서 한참 묵혀 둔 김치를 꺼내면 냄새부터 새콤하다. 이렇게 시어 버린 김치는 생으로 먹기 어려워 찌개로 끓이게 되는데, 막상 끓여 놓고 한술 떠 보면 신맛이 혀끝을 뾰족하게 찌르는 경우가 많다. 밥과 같이 먹기에 부담스러워 국물은 그대로 남기게 된다.

그럴 때 대개 설탕을 반 스푼 넣거나 물을 더 부어 신맛을 묽게 만든다. 그런데 설탕을 넣으면 신맛 위에 단맛만 따로 얹히고, 물을 더 부으면 국물 맛까지 같이 옅어져 밍밍해진다. 신맛은 여전히 남아 있는데 김치찌개다운 진한 맛만 빠지는 셈이다.

붓는 물 한 가지만 바꾸면 이 대목이 해결된다. 쌀을 씻고 버리던 쌀뜨물을 맹물 대신 600ml 부어 끓이는 방법인데, 따로 장을 볼 것도 없고 밥을 지으면서 받아 두면 되는 물이라 손이 더 가지도 않는다.

맹물로 끓이면 묵은지 신맛이 그대로 남는 이유

쌀뜨물을 넣어 끓인 김치찌개 국물이 국자에 담겨 농도를 보여 준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쌀뜨물을 넣어 끓인 김치찌개 국물이 국자에 담겨 농도를 보여 준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김치는 익는 동안 새콤한 맛을 내는 산이 점점 늘어나는데, 이 산은 배추 조직 깊숙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김치 국물과 잎 사이사이에 고여 있다. 그래서 김치를 냄비에 넣고 물을 부어 끓이면 산이 곧바로 국물 전체로 퍼지고, 오래 끓여도 날아가는 양은 많지 않아 뾰족한 맛이 그대로 남는다. 여기에 물을 더 붓는 것은 산을 줄이는 일이 아니라 국물만 늘려 농도를 낮추는 일이라서, 늘어난 만큼 고기와 김치에서 나온 맛도 같이 옅어진다.

신맛을 눌러 주려면 혀에 닿는 방식을 바꿔야 하고, 그 자리에 쌀뜨물이 들어간다. 쌀을 헹굴 때 겉면에서 떨어져 나온 전분이 물에 섞여 있어서 이 물을 끓이면 전분이 풀리며 국물이 살짝 걸쭉해진다. 걸쭉해진 국물은 혀에 얇게 붙어 천천히 넘어가는데, 그러면서 산이 한꺼번에 닿지 않아 신맛이 둥글게 느껴진다. 돼지고기에서 나온 기름과도 잘 섞여 국물 맛이 한결 진해진다.

김치찌개에 남은 뾰족한 신맛 잡는 방법

깨끗한 스테인리스 볼에서 쌀을 헹군 뒤 두세 번째 쌀뜨물을 계량컵에 받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깨끗한 스테인리스 볼에서 쌀을 헹군 뒤 두세 번째 쌀뜨물을 계량컵에 받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쌀을 씻을 때 첫 물은 버리고 두세 번째 헹군 물을 600ml 받아 둔다. 첫 물에는 쌀에 묻어 있던 먼지가 섞여 있어 쓰지 않고, 두세 번째 물이 전분만 알맞게 풀려 있어 국물용으로 적당하다. 재료는 돼지고기 300g, 김치 종이컵 1.5컵, 고춧가루 1/2스푼을 기준으로 잡는다.

냄비를 달군 뒤 돼지고기를 먼저 넣고 겉면이 하얗게 익을 때까지 볶는다. 고기 기름이 냄비 바닥에 돌기 시작하면 김치를 넣고 고춧가루 1/2스푼을 뿌려 함께 볶는다. 김치 색이 짙어지고 가장자리가 조금 투명해질 때까지 볶아 주면 그 과정에서 신맛이 한 번 눌린다.

냄비 안에서 돼지고기와 김치에 고춧가루를 넣고 볶는 모습이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냄비 안에서 돼지고기와 김치에 고춧가루를 넣고 볶는 모습이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볶은 재료 위에 받아 둔 쌀뜨물 600ml를 붓는다. 센 불로 한 번 끓어오르게 한 다음 약불로 낮춰 보글보글하는 정도를 유지하며 10분쯤 은근히 끓인다. 센 불로 계속 끓이면 국물만 졸아들고 김치 속까지 익지 않아 신맛이 덜 빠진다.

계량컵의 쌀뜨물을 볶은 김치와 돼지고기 위로 붓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계량컵의 쌀뜨물을 볶은 김치와 돼지고기 위로 붓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국물이 숟가락에 살짝 묻고 흐르는 속도가 느려지면서 김치가 젓가락으로 끊길 만큼 무르면 다 된 것이다. 쌀뜨물은 전분 때문에 거품이 잘 올라와 넘치기 쉬우니 뚜껑을 반쯤 열어 두고 끓이는 것이 안전하다. 간은 이때 국물을 맛보고 새우젓이나 국간장으로 맞춘다.

쌀뜨물은 받아서 바로 쓰는 것이 좋다. 상온에 몇 시간 두면 군내가 나서 국물 맛을 해친다. 김치가 아주 많이 시어 쌀뜨물만으로 부족하면 양파 반 개를 같이 볶아 넣으면 되고, 갓 담근 김치로 끓일 때는 신맛이 적어 맹물로도 충분하다.

다음에 밥을 지을 때 쌀 씻은 물을 그릇에 받아 두고 김치찌개 국물로 써 보길 권한다. 시어서 손이 가지 않던 김치 한 포기를 식구들이 국물까지 비우는 찌개로 바꾸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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