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한 국간장물에 건미역을 담가 불리는 대접.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미역국은 생일상에만 올리는 국이 아니라 평소에도 자주 끓이는 국이라, 부엌 한쪽에 건미역 한 봉지는 늘 들어 있다. 국을 끓이기로 마음먹으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대접에 찬물을 받고 마른 미역을 한 줌 집어넣는 것인데, 이 순서는 워낙 몸에 배어 있어서 따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그렇게 불려 끓인 미역국에서 바다 냄새가 훅 올라와 숟가락을 내려놓게 되는 날이 있다. 참기름에 더 볶아 보고 마늘을 넉넉히 넣어 봐도 그 냄새는 잘 빠지지 않고, 마지막에 국간장을 부어 간을 맞추면 국물만 짜지고 미역은 여전히 밍밍한 채로 씹힌다.
미역을 불리는 물을 맹물에서 연한 간장물로 바꾸면 이 두 가지가 한 번에 정리된다. 찬물에 국간장을 조금 풀어 10분 남짓 담가 두기만 하면 되니 준비 시간이 늘어나지도 않고, 없던 재료를 새로 사야 하는 것도 아니다.
맹물에 불린 미역에서 바다 냄새가 남는 이유
찬물에 불어 넓게 펴진 미역 잎의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건미역은 바다에서 건져 말리는 과정에서 미역이 머금고 있던 바다 냄새가 그대로 굳어 붙는다. 이 마른 미역을 맹물에 담그면 물을 빨아들이며 부피가 열 배 넘게 불어나는데, 이때 표면에 붙어 있던 비린 냄새도 함께 풀려 나와 불린 물과 미역에 그대로 남는다.
불린 물을 버리고 한 번 헹궈도 냄새가 남는 이유는 그 냄새가 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풀어 오른 미역 자체에 배어 있기 때문인데, 참기름에 볶으면서 열을 받으면 오히려 더 도드라져 국물 위로 올라온다.
국간장을 푼 물에 담그면 여기서부터 달라진다. 간장에 든 염분과 오래 발효시켜 만든 간장 특유의 구수한 향이 미역 표면에 함께 작용해 바다 특유의 잡내가 덜 퍼지고, 불리는 동안 미역 안쪽까지 옅은 간이 들어가기 때문에 국물에만 간을 맞추던 방식과는 출발점이 다르다.
국간장 푼 물에 미역 불리는 방법
계량스푼으로 국간장을 찬물에 넣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대접에 찬물 400~500ml를 받고 국간장을 1.5~2스푼 풀어 연한 간장물을 만든 다음, 건미역 10~20g을 넣는다. 마른 미역은 불리면 부피가 크게 늘어나므로 10g이면 한두 그릇, 20g이면 서너 그릇 분량으로 잡으면 어림이 맞는다.
연한 간장물 위에 마른 미역 한 줌을 넣는 순간.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물은 반드시 찬물을 쓴다. 뜨거운 물에 불리면 미역이 빨리 퍼지면서 흐물거리고 국을 끓였을 때 모양이 뭉개진다. 간장을 먼저 저어 물에 완전히 푼 다음 미역을 넣어야 간이 한쪽으로 몰리지 않고 고르게 밴다.
담가 두는 시간은 10~15분이면 충분하고 그 이상은 넘기지 않는다. 마른 잎이 보이지 않고 손으로 집었을 때 부드럽게 휘어지면 다 불어난 것이다. 30분을 넘기면 짠맛이 과하게 배고 미역이 물러져 씹는 맛이 사라진다.
10분가량 불린 미역을 손으로 들어 부드러움을 확인하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다 불면 건져서 흐르는 물에 한 번만 가볍게 헹군다. 여러 번 주물러 씻으면 애써 들인 밑간이 빠져나간다. 물기를 짜고 먹기 좋게 썰어 참기름에 볶다가 물을 붓고 끓이는데, 이때 넣는 국간장은 평소의 절반 이하로 줄이고 간은 다 끓은 뒤에 맞추는 것이 안전하다.
다만 소금에 절여 파는 염장 미역에는 이 방법을 쓰지 않는다. 이미 염분이 많아 맹물에 여러 번 헹궈 짠기부터 빼야 한다. 국간장 대신 진간장을 쓰면 국물 색이 탁해지므로 색이 맑은 국간장을 쓰는 것이 좋다.
다음에 미역국을 끓일 때는 대접에 찬물을 받으면서 국간장을 두 스푼 함께 풀어 보길 권한다. 손이 더 가는 것도 아닌데 미역 한 오라기까지 간이 배어 국물이 밍밍하지 않고 정돈된 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