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봉에 짙은 남색 부직포 가방을 걸고 그 안에 가죽가방을 세워 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추석 연휴가 지나고 나면 집 한구석에 부직포 가방이 서너 개씩 쌓인다. 갈비 세트나 과일 상자가 담겨 온 짙은 색 가방인데, 안에 든 것을 꺼내고 나면 납작하게 접어 신발장 위에 올려 두거나 재활용 봉투에 그대로 넣게 된다. 마침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져 여름옷을 넣고 가을옷을 꺼내는 때와 겹친다.
옷장을 정리하다 보면 철 지난 가죽가방과 두꺼운 니트를 어디에 넣을지가 늘 걸린다. 가방을 살 때 딸려 온 더스트백은 어디에 두었는지 찾기 어렵고, 세탁소에서 씌워 준 비닐을 그대로 두면 몇 달 뒤에 꺼냈을 때 눅눅한 냄새가 나거나 가죽 표면이 끈적해져 있는 경우가 있다.
그 자리를 메우는 것이 방금 버리려던 부직포 가방이다. 옷장 안 보관 주머니로 그대로 쓰고, 남는 것은 잘라서 밀대 걸레에 끼우면 청소포 값까지 아낄 수 있다.
비닐을 씌워 둔 가죽가방에서 눅눅한 냄새가 나는 이유
비닐 커버를 씌운 가죽가방의 손잡이와 표면을 가까이에서 본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가죽과 모직, 니트는 계절이 바뀌는 동안에도 주변 공기에서 습기를 빨아들였다가 다시 내보낸다. 여기에 비닐을 씌워 두면 빠져나갈 길이 막혀 습기가 안쪽에 그대로 갇히는데, 장마를 한 번 넘기고 나면 특유의 눅눅한 냄새가 배고 가죽 표면이 끈적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씌우지 않고 옷장에 넣어 두면 옷장 문을 여닫을 때마다 들어온 먼지가 어깨와 손잡이에 쌓인다. 대신 쓸 만한 것이 종이 쇼핑백인데, 종이는 공기가 오가긴 해도 무거운 가죽가방을 넣으면 손잡이부터 뜯어지고 옷장 바닥의 습기를 먹으면 축 처져 버린다.
부직포는 가는 섬유를 실로 짜지 않고 얽어서 만든 천이라, 겉보기에는 막혀 있어도 그 사이로 공기가 오간다. 먼지는 걸러 내면서 습기는 빠져나가는 구조라 옷 보관용 주머니에 쓰기 알맞고, 종이보다 질겨 잘 찢어지지 않는 데다 손잡이가 달려 있어 옷장에 걸거나 들고 나르기도 편하다.
부직포 가방으로 옷장 속 가방과 니트 보관하는 방법
마른 행주로 빈 부직포 가방 안쪽을 닦는 손.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먼저 받은 가방 가운데 안쪽에 기름이나 국물이 묻지 않은 것만 골라 낸다. 바닥에 깔린 종이 받침과 겉에 붙은 스티커를 떼어 내고, 마른 행주로 안팎을 한 번 닦은 다음 반나절쯤 바람이 통하는 곳에 펼쳐 둔다. 선물 냄새가 밴 가방은 옷에 그 냄새가 옮으니 쓰지 않는다.
가죽가방은 마른 천으로 겉을 닦고, 안에 마른 수건이나 흰 습자지를 채워 모양을 잡은 뒤 부직포 가방에 세워 넣는다. 신문지는 잉크가 안감에 묻을 수 있어 넣지 않는다. 손잡이 두 개를 옷걸이 봉에 걸어 두면 가방이 눌리지 않고, 옆으로 눕혀 쌓을 때보다 꺼내 쓰기도 쉽다.
마른 흰 수건을 채운 가죽가방을 부직포 가방에 세워 옷장 봉에 건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니트와 정장은 완전히 마른 상태에서 넣는 것이 중요하다. 니트는 옷걸이에 걸면 어깨가 늘어나니 반듯하게 개서 서너 장씩 겹쳐 담고, 큰 가방 하나에 목도리와 장갑까지 함께 넣으면 겨울 물건이 옷장 한 칸으로 정리된다. 겉에 무엇이 들었는지 적은 쪽지를 붙여 두면 다음 계절에 열어 보지 않고도 찾을 수 있다.
접은 니트와 목도리, 장갑을 큰 부직포 가방에 차곡차곡 담은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쓰고 남은 가방은 손잡이를 잘라 내고 몸통을 손바닥만 한 크기로 자른다. 이 조각을 밀대 걸레 헤드에 끼워 마룻바닥을 밀면 정전기가 생기면서 머리카락과 잔먼지가 부직포 표면에 붙어 올라오는데, 한 장이 거뭇해지면 떼어 내고 새것으로 갈아 끼운다. 미리 열 장쯤 잘라 밀대 옆에 두면 쓰기 편하다.
다만 부직포는 물에 약해 젖으면 섬유가 흐물흐물해지고 그대로 두면 냄새가 나니, 물걸레질에는 쓰지 않고 마른 청소에만 쓴다. 보관용으로 쓸 때도 옷장 바닥보다는 선반이나 걸이 쪽이 낫고, 습기가 많은 베란다나 붙박이장 안쪽 벽에 붙여 두는 것은 피한다. 계절이 바뀔 때 한 번씩 꺼내 바람을 쐬어 주면 오래 쓸 수 있다.
올 추석에 받은 부직포 가방이 있다면 버리기 전에 한 번 옷장 문을 열어 보길 권한다. 더스트백과 청소포를 따로 사지 않고도 아끼는 가방과 겨울옷을 제자리에 넣어 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