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지 후드에서 분리한 망형 기름 필터의 실제 기름 막힘 상태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가스레인지 위에 달린 후드에서 기름 필터를 떼어 내 보면, 촘촘한 격자 사이가 누런 기름으로 메워져 있고 손끝에 끈적하게 묻어난다. 튀김이나 생선 구이를 자주 하는 집은 격자 구멍이 반쯤 막혀 있기도 한데, 이 상태로 두면 후드를 켜도 연기가 제대로 빠지지 않고 부엌에 냄새가 오래 남는다.
주방세제를 묻혀 수세미로 문질러 봐도 겉면만 미끄러워질 뿐 격자 안쪽에 낀 기름은 그대로 남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기름때에 강하다고 알려진 과탄산소다를 꺼내 물에 풀고 필터를 통째로 담가 두는 방법을 많이 쓴다.
그런데 과탄산소다를 풀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필터가 알루미늄이면 담가 둔 동안 표면이 검게 변하면서 삭아 버려, 기름때는 빠져도 필터를 새로 사야 하는 일이 생긴다.
강한 알칼리에 닿으면 검게 변하는 알루미늄 필터
망형 알루미늄 필터와 배플형 스테인리스 필터의 재질 차이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후드가 빨아들인 기름 연기는 격자에 얇게 붙은 뒤 공기와 만나 서서히 굳는다. 이렇게 산화돼 굳은 기름막은 갓 튄 기름과 성질이 달라서, 기름 방울을 감싸 물에 씻어 내리는 주방세제만으로는 잘 떨어지지 않는다. 문질러도 그대로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탄산소다는 물에 녹으면 알칼리가 강해지는데, 알루미늄은 이 강한 알칼리에 닿으면 표면이 녹으면서 진한 회색이나 검은색으로 얼룩진다. 얇은 알루미늄 필터는 5분 남짓만 담가 둬도 색이 변하기 시작하고, 30분 넘게 두면 표면이 거칠어지면서 손으로 만지면 가루가 묻어날 만큼 삭는다.
굳은 기름막을 무르게 만드는 것은 사실 알칼리보다 열이다. 물이 충분히 뜨거우면 굳어 있던 기름이 물러지고 금속 격자 틈 사이까지 열이 들어가 붙어 있던 이물질이 떨어져 나온다. 기름 제거제나 과탄산소다가 꼭 필요해지는 것은 물이 미지근할 때이고, 물만 제대로 뜨거우면 세제는 거의 쓰지 않아도 된다.
한 김 식힌 뜨거운 세제물에서 알루미늄 망 필터를 짧게 솔질하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후드 기름 필터 재질에 맞게 기름때 빼는 방법
스테인리스 배플 필터를 뜨거운 과탄산소다 물에 담가 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먼저 필터 재질을 본다. 알루미늄 필터는 들었을 때 눈에 띄게 가볍고 격자를 손가락으로 누르면 자국이 남을 만큼 무르며, 스테인리스 필터는 묵직하고 눌러도 모양이 그대로다. 대야는 뜨거운 물에 변형되지 않는 스테인리스 대야나 싱크대 볼을 쓰고, 고무장갑과 솔을 미리 옆에 둔다.
알루미늄 필터라면 주전자에 물을 끓여 한 김 식힌 뒤 필터가 잠길 만큼 붓고 주방세제를 평소 설거지할 때보다 진하게 푼다. 필터를 넣고 3분 안에 꺼내야 하며, 그 이상 담가 두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꺼낸 다음에는 물이 식기 전에 격자 결을 따라 솔로 밀어 주는데, 물 위로 기름이 뿌옇게 떠오르면 잘 풀린 것이다.
스테인리스 필터라면 과탄산소다를 써도 된다. 60도 이상으로 뜨거운 물 5리터에 종이컵 반 컵 정도인 50g을 풀고 필터를 담가 30분에서 1시간을 그대로 둔다. 물이 뜨거울수록 거품이 빨리 올라오고, 거품이 잦아들면서 물이 누렇게 흐려지면 기름이 떨어져 나온 것이다.
마지막으로 흐르는 물에 격자 사이까지 충분히 헹구고, 만졌을 때 미끌거림이 없어야 헹굼이 끝난 것이다. 뜨거운 물을 쓰는 작업이라 대야를 옮길 때는 두 손으로 들고 얼굴을 가까이 대지 않는 것이 좋다. 물기가 남은 채로 끼우면 먼지가 금방 달라붙으니 완전히 마른 뒤에 후드에 넣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면 충분하다.
완전히 말린 기름 필터를 레인지 후드에 다시 끼우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필터 하나 떼어 씻는 데 드는 시간은 길지 않으니, 재질만 먼저 확인하고 맞는 방법으로 담가 보길 권한다. 후드 필터를 제때 씻어 두면 부엌에서 낸 연기와 냄새가 집 안에 남지 않고 밖으로 빠져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