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지은 흰쌀밥과 밥물에 더할 흰 우유를 함께 둔 밥솥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쌀가게 앞에 햅쌀이라는 글자가 붙기 시작하는 9월이면 밥맛에 자연스럽게 눈이 간다. 그런데 새 쌀을 들여 밥을 지어도 밥솥을 열었을 때 밥알이 서로 겉돌고 푸석하게 느껴지는 날이 있어서, 식구들이 한 공기를 다 비우지 않고 남기면 밥을 지은 사람은 괜히 마음이 쓰인다.
이럴 때 대부분은 밥물을 조금 더 잡거나 쌀을 30분쯤 미리 불려 두고, 취사가 끝나면 주걱으로 밥을 뒤집어 김을 뺀다. 이렇게 하면 갓 지은 밥은 나아지지만 밥솥에 두어 시간만 두면 다시 밥알이 마르는 경우가 많고, 물을 더 부으면 이번에는 밥이 질어져서 조절이 쉽지 않다.
밥물 자체를 바꿔 보는 방법이 있다. 아침에 마시려고 냉장고에 넣어 둔 흰 우유를 밥물의 4분의 1만큼 덜어 넣는 것인데, 밥솥에 물을 잡을 때 물 3에 우유 1 비율로 함께 부으면 된다. 따로 사 와야 하는 재료가 없고 취사 버튼도 평소 쓰던 것을 그대로 누르면 된다.
물 세 잔과 흰 우유 한 잔으로 보여 준 밥물 비율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갓 지은 밥도 금방 퍼석해지는 이유
윤기가 도는 갓 지은 흰쌀밥의 밥알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밥이 퍼석하게 느껴지는 것은 쌀알 속 전분이 머금었던 물을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내놓기 때문인데, 뜨거운 밥에서 김이 빠져나갈 때 밥알 표면의 수분이 먼저 마른다. 표면이 마르면 밥알끼리 붙지 않고 따로 놀아서 숟가락으로 떴을 때 부서지듯 흩어진다.
밥물을 넉넉히 잡는 방법이 오래가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은 끓는 동안과 뜸을 들이는 동안 증기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처음에 많이 넣어도 보온 시간이 길어지면 결국 표면부터 마른다. 물이 많으면 밥알 모양이 뭉개져 질척해지기도 해서 물 양만으로 식감을 잡기는 어렵다.
흰 우유에는 물에 없는 지방과 단백질이 들어 있다. 밥이 끓는 동안 이 지방이 밥알 겉면에 얇게 남아 표면을 감싸는데, 겉이 감싸여 있으면 안쪽 수분이 천천히 빠져나가 밥알이 덜 마른다. 우유 특유의 고소한 향도 밥에 옅게 밴다. 그래서 밥물을 늘리는 대신 밥물의 일부를 우유로 바꾸는 쪽으로 손을 대야 한다.
밥솥에 흰 우유 넣어 고소한 밥 짓는 방법
밥솥 내솥의 쌀과 밥물에 흰 우유를 섞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할 것은 흰 우유 한 가지다. 딸기우유나 초코우유처럼 설탕이 들어간 가공유는 단맛과 색이 밥에 그대로 남으므로 쓰지 않고, 아무것도 타지 않은 흰 우유만 쓴다. 비율은 평소 잡던 밥물을 넷으로 나눠 그중 하나를 우유로 바꾼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밥물이 두 컵 들어가는 밥이라면 물 한 컵 반에 우유 반 컵이다.
쌀은 평소처럼 두세 번 헹궈 물을 따라 버리고 밥솥 내솥에 담은 다음, 늘 잡던 밥물 양은 그대로 유지한 채 물을 먼저 4분의 3만큼 붓고 남은 4분의 1 자리에 우유를 채운다. 우유는 데우지 않고 냉장고에서 꺼낸 그대로 부어도 되며, 주걱으로 한두 번 저어 우유가 아래로 가라앉지 않게 섞은 뒤 뚜껑을 닫는다.
헹군 쌀이 든 밥솥 내솥에 물을 붓고 흰 우유를 준비한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평소 쓰던 백미 취사 버튼을 그대로 누르고 취사 시간도 늘리지 않는다. 다 되면 뚜껑을 열었을 때 밥알에 윤기가 돌고 김에서 고소한 냄새가 옅게 올라오는데, 이 상태면 제대로 된 것이다. 밥알이 떡처럼 뭉쳐 있다면 우유가 4분의 1보다 많이 들어간 것이니 다음에는 양을 줄여 잡는 것이 좋다.
밥알이 조금 더 고슬고슬한 쪽을 좋아한다면 우유를 반으로 줄여 물 두 몫 반에 우유 반 몫으로 잡고 식용유를 한두 방울 떨어뜨리면 되는데, 기름은 두 방울을 넘기면 밥에서 기름 맛이 난다. 잡곡밥이나 현미밥에는 우유 없이 기름 한두 방울만 넣는 편이 낫다. 우유를 넣고 지은 밥은 오래 두면 쉰내가 나기 쉬우므로 보온은 두세 시간 안에 끝내고, 남은 밥은 한 끼 분량씩 나눠 식힌 뒤 냉동실에 넣어 두는 것이 안전하다.
반찬을 아무리 잘 차려도 밥알이 퍼석하면 한 끼가 아쉬워지니, 아침에 마시고 남은 흰 우유가 있다면 저녁 밥물에 한 번 섞어 보길 권한다. 밥물 하나만 바꿔도 식구들이 날마다 먹는 밥의 식감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