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돌박이 바지락 김치찌개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같은 김치로 찌개를 끓여도 어떤 날은 국물이 밍밍하고 어떤 날은 숟가락이 멈추지 않는다. 그날그날 넣은 재료를 되짚어 보면 고기와 조개를 같이 넣은 날에 유독 국물이 진했다.
이것은 그날의 손맛이 아니라 냄비 안에서 감칠맛 성분끼리 만나 벌어지는 일이다. 감칠맛을 내는 성분은 종류가 다른 것끼리 만났을 때 서로의 세기를 몇 배로 끌어올린다.
차돌박이 한 줌이 내놓는 이노신산
차돌박이 바지락 김치찌개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고기 쪽에서 감칠맛을 내는 성분은 이노신산인데, 근육에 들어 있던 물질이 도축 뒤 숙성되는 동안 이노신산으로 바뀐다. 갓 잡은 고기보다 며칠 숙성한 고기에서 국물 맛이 더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소고기에 이노신산이 가장 많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서, 100그램당 소고기는 80밀리그램 수준이다. 돼지고기는 230밀리그램, 닭고기는 150밀리그램에서 230밀리그램으로 오히려 더 많다.
차돌박이 바지락 김치찌개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그래도 김치찌개에 굳이 차돌박이를 쓰는 데는 감칠맛 함량과 상관없는 다른 까닭이 있다. 얇게 저민 지방이 끓는 국물에서 금방 녹아 나와 고소한 기름층을 만들고, 이 기름이 향을 붙잡아 두면서 국물이 더 진하게 느껴진다.
감칠맛 성분과 혀에 닿는 기름은 서로 다른 일을 하니, 함량이 적은 부위라도 국물은 얼마든지 진해진다.
바지락이 내놓는 글루탐산 쪽
차돌박이 바지락 김치찌개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감칠맛 하면 바지락도 빠지지 않아서 김치찌개에 넣는 사람도 있지만 바지락을 넣으면 이노신산이 더 들어갈 것 같지만 조개가 내놓는 것은 다른 계열이다. 바지락에 든 감칠맛 성분은 100그램당 285밀리그램 정도의 글루탐산이고, 여기에 구아닐산과 아데닐산 계열이 함께 들어 있다.
김치찌개 냄비 안에서 이노신산을 뽑는 재료는 고기 하나뿐이고, 바지락은 그 자리를 채우지 못한다. 조개와 김치는 글루탐산 쪽에서 국물을 받쳐 주는 구실을 하긴 한다. 그래서 조개만 잔뜩 넣은 날에는 국물이 시원하기만 하고 뒷맛이 얄팍하게 느껴진다.
김치 국물 자체도 여기에 한몫을 보태는데, 배추가 발효되는 동안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글루탐산이 새로 생긴다. 김치를 익힐수록 글루탐산이 늘어나니 잘 익은 김치를 쓸수록 국물 바탕이 두꺼워진다. 묵은지로 끓인 찌개가 갓 담근 김치로 끓인 것보다 국물이 진한 까닭도 이 발효에 있다.
둘을 같이 넣으면 7배에서 8배
차돌박이 바지락 김치찌개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두 계열이 한 냄비에서 만나면 감칠맛의 세기가 단순히 더해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글루탐산과 이노신산을 1대 1로 섞었을 때 느껴지는 감칠맛 강도가 각각을 따로 썼을 때를 더한 값의 7배에서 8배에 이르렀다.
그래서 고기만 넣은 김치찌개와 조개만 넣은 김치찌개는 둘 다 한쪽 계열만 채운 반쪽짜리가 된다. 차돌박이 한 줌과 바지락 한 줌을 같이 넣으면 서로 다른 계열이 한 냄비에서 만나 국물이 달라진다.
조개를 구하기 어려운 날에는 같은 원리를 다른 재료로 밀고 나가면 된다. 말린 표고버섯에 든 구아닐산은 같은 무게에서 이노신산보다 두 배가 넘는 감칠맛 세기를 낸다. 조개 대신 마른 표고 두어 개를 넣는 것만으로도 비슷한 조합이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