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물컵 물때 설거지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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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를 마치고 엎어 둔 유리컵이 마르고 나면 안쪽이 뿌옇게 흐려져 있는 일이 있다. 세제를 묻혀 다시 문질러도 그대로고, 식기세척기를 돌려도 같은 곳에 같은 흐림이 남는다.
이 뿌연 흐림은 컵에 눌어붙은 때가 아니라 수돗물에 녹아 있던 칼슘과 마그네슘이 물이 마르면서 유리 표면에 남긴 자국이다. 물방울이 마른 자리마다 얇게 겹쳐 쌓이기 때문에 씻어 엎어 둔 자세에 따라 흐림이 짙은 곳이 갈린다.
주방세제로는 풀리지 않는 유리컵 물때
주방세제는 분자의 한쪽 끝이 기름에 붙고 반대쪽 끝이 물에 붙어서 큰 기름 덩어리를 잘게 나눈 다음 물과 함께 흘려보낸다. 유리에 남은 미네랄은 기름이 아니라 단단한 무기물이라 이 방식이 아예 통하지 않는다. 수세미로 힘주어 문지르면 유리에 잔기스만 늘고 흐림은 그 아래에 그대로 남는다.
미네랄 얼룩을 풀어 놓는 것은 식초 같은 산인데, 탄산칼슘을 비롯한 침착물은 산과 만나면 물에 녹는 형태로 성질이 바뀐다. 그래서 힘을 주어 떼어 내는 대신 담가 두기만 해도 표면에서 저절로 떨어져 나온다.
지역에 따라 수돗물에 든 칼슘과 마그네슘의 양이 달라서 물이 센 곳에서는 유리컵을 몇 번만 써도 안쪽이 흐려진다. 양이 적은 곳에서는 한참을 쓴 뒤에야 눈에 띄므로 같은 컵이라도 집집마다 흐려지는 속도가 다르다.
물때와 에칭을 가르는 식초 한 방울
유리컵이 뿌예지는 원인이 물때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식기세척기를 오래 쓴 집에서는 유리 표면 자체가 미세하게 깎이는 에칭이 생기기도 한다. 이쪽은 표면에 얹힌 층이 아니라 유리가 상한 것이라 산으로도 되돌리지 못하고 결국 컵을 바꿔야 한다.
마른 천에 식초를 조금 묻혀 흐린 부분을 원을 그리며 문질러 보면 둘 중 어느 쪽인지 가릴 수 있다. 뿌연 것이 벗겨지기 시작하면 물때이고 아무 변화가 없으면 에칭이다.
에칭은 오히려 물이 부드러운 집에서 잘 생기는데, 세제를 넉넉히 넣고 높은 온도로 돌리는 습관이 겹치면 유리에서 성분이 빠져나가기 쉽다. 세제를 줄이고 온도를 낮추고 유리컵은 위쪽 선반에 두면 이 흐림을 미리 막게 된다.
유리컵이 잠기도록 붓는 식초와 15분
물때로 판정이 났다면 식초 한 병과 컵이 통째로 잠길 만큼 깊은 통 하나면 된다. 얼룩진 부분이 식초 밖으로 나와 있으면 그 부분만 그대로 남으므로 넉넉히 부어야 한다.
통에 컵을 넣고 컵이 잠기도록 식초를 부은 다음 15분을 그대로 둔다. 얼룩이 오래 굳은 것이라면 그대로 더 두어도 유리가 상하지 않으니 흐림이 벗겨질 때까지 두었다 꺼내면 된다. 시간이 지나면 컵을 꺼내 따뜻한 비눗물로 손세척하고 흐르는 물에 헹군다.
헹군 뒤 그대로 두어 마르게 하면 헹굼물에 남아 있던 미네랄이 그 위에 다시 앉는다. 극세사 천으로 안팎을 곧바로 훔쳐 내야 방금 벗겨 낸 표면이 그대로 남는다.
입구가 좁아 손이 들어가지 않는 병은 쌀 서너 큰술과 미지근한 물, 주방세제 몇 방울에 식초를 한두 큰술 넣는다. 입구를 막고 세게 흔들면 쌀알이 안쪽 벽을 훑는 동안 식초가 미네랄을 풀어 준다. 흔든 뒤에는 쌀을 모두 쏟아 내고 여러 번 헹궈 병 바닥에 남지 않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