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30분 계곡길 걸으니 돌다리 위 누각이 보여요"... 입장료·주차비도 안 받는 남도 늦단풍 사찰


송광사의 봄 / 한국관광공사-신승희

송광사의 봄 / 한국관광공사-신승희

전라남도 순천시 송광면의 송광사는 조계산 서쪽 자락, 계곡물이 모여 흐르는 골짜기 안쪽에 자리한 절이다. 주차장에서 경내까지 가는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 계곡을 옆에 두고 이어지고, 물길을 건너는 지점마다 둥근 돌다리와 그 위에 얹힌 누각이 나타난다. 다리 위에 지붕을 올린 모습은 다른 절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이 절만의 풍경이다.

남도의 산사는 단풍이 늦게 드는 편이다. 송광사 계곡은 2024년에도 11월 중순까지 단풍이 곱게 물든 모습이 기록됐고, 올해 지자체의 단풍 안내에서도 11월 중순 이후 절정을 맞을 곳으로 분류됐다. 중부지방 산이 잎을 거의 떨군 뒤에도 붉고 노란 잎이 계곡과 누각을 감싸는 늦가을 풍경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무지개 돌다리 위 누각 두 곳

순천 송광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순천 송광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입구에서 처음 만나는 건물은 청량각이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무지개 모양 돌다리 위에 놓인 누각으로, 다리 아래로 물이 흐르고 그 위를 지붕이 덮고 있다. 주변 계곡 양쪽으로 단풍나무와 활엽수가 늘어서 있어 다리 앞에 서면 물빛과 누각, 단풍이 한 화면에 들어온다.

청량각을 지나 오른쪽으로는 경내로 향하는 넓은 포장길이 이어진다. 경사가 완만해 천천히 걸으며 계곡 쪽 단풍을 볼 수 있고, 길 중간중간 물가로 내려가 바위 사이를 흐르는 물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일주문을 지나 경내에 가까워지면 다시 계곡 위에 걸친 돌다리와 누각 우화각이 나타난다. 누각 아래 고인 물에 건물과 단풍이 그대로 비쳐 송광사를 대표하는 장면으로 꼽힌다.

순천 송광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순천 송광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송광사는 고려 시대 보조국사 지눌이 수행 공동체를 이끈 곳으로, 이후 국사 16명을 배출해 승보사찰로 불린다. 경내에는 오래된 전각이 계단식으로 이어져 있어 마당을 하나씩 지날 때마다 산자락과 지붕선이 겹치는 모습이 달라진다.

경내를 다 둘러본 뒤에는 올라온 길을 그대로 되짚어 내려오게 된다. 올라갈 때는 앞쪽 누각과 산자락이 눈에 들어오고, 내려올 때는 계곡 아래쪽으로 단풍이 겹겹이 이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같은 길이지만 방향에 따라 풍경이 달라 돌아가는 길도 서두를 필요가 없다. 해가 기울면 계곡 쪽 잎이 그늘에 들어 색이 한층 짙어 보인다.

불일암 숲길과 둘러보는 시간

순천 송광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순천 송광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입구 근처에서는 불일암으로 오르는 무소유길이 갈라진다. 법정스님이 머물며 글을 쓰던 암자로 이어지는 숲길로, 대나무와 삼나무 사이를 지나는 조용한 오솔길이다. 경내의 붉은 단풍과 달리 짙은 초록 숲이 이어져 같은 날 두 가지 분위기의 길을 걸을 수 있다.

주차장에서 청량각과 계곡 진입로를 지나 경내를 둘러보고 돌아오는 데는 1시간 30분 안팎이 걸린다. 사진을 찍으며 누각마다 머물거나 무소유길까지 다녀오려면 시간을 더 넉넉히 잡는 편이 좋다. 길 대부분이 평탄하지만 경내 안쪽과 숲길에는 계단과 흙길이 섞여 있다.

입장료와 주차비, 찾아가는 길

순천 송광사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순천 송광사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송광사는 2023년 5월 조계종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가 면제되면서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사찰 아래 주차장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단풍철 주말에는 오전 일찍 도착하면 주차와 계곡 산책 모두 여유롭다.

자가용으로는 호남고속도로 주암 나들목으로 나와 주암호를 끼고 송광면 쪽으로 들어가면 된다. 같은 조계산 동쪽 자락에는 선암사가 있어, 두 절을 하루에 묶어 산 양쪽의 늦단풍을 비교해 보는 일정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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