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한 굴과 채소를 올린 완성 굴밥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 초면 시장 생선 코너에 봉지에 담긴 생굴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맘때 굴 한 봉지를 사 오면 따뜻한 솥밥으로 지어 양념장에 비벼 먹고 싶어지는데, 막상 집에서 지어 보면 밥 위의 굴이 처음 넣을 때보다 훨씬 작게 줄어 있어 아쉬운 경우가 많다.
쌀과 굴을 한꺼번에 안쳐 불에 올리는 방식은 손이 덜 가서 편하지만, 밥이 다 될 때까지 굴도 같은 시간 동안 불 위에 있게 된다. 그렇게 지은 굴밥은 굴이 질기고 퍽퍽해져 씹는 맛이 떨어지는 편이라, 비싸게 산 제철 굴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게 된다.
굴밥의 굴을 탱글하게 먹으려면 굴을 넣는 때만 바꾸면 된다. 채소와 쌀로 밥을 먼저 짓고, 밥이 거의 익었을 때 굴을 올려 짧게 익히는 방식인데, 순서만 다를 뿐 재료와 손질은 평소와 같아서 처음 해 보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따라 할 수 있다.
처음부터 넣은 굴이 작게 쪼그라드는 이유
밥 위에서 짧게 익힐 굴을 펼쳐 올린 솥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굴은 살 대부분이 물로 되어 있어서 열을 받으면 살이 오그라들면서 안에 있던 물을 밖으로 내보낸다. 오래 익힐수록 빠져나오는 물이 많아져 살은 작고 단단해지는데, 처음부터 굴을 넣고 밥을 지으면 센 불과 약불, 뜸 들이는 시간까지 합쳐 20분이 넘게 열을 받는 셈이다.
굴은 짧게 익혀도 속까지 충분히 익는 재료라서 밥이 다 지어질 때까지 솥 안에 둘 이유가 없다. 밥이 거의 익은 솥에 굴을 올리면 바닥의 열과 솥 안에 가득 찬 김이 함께 굴을 감싸 5분 남짓이면 속까지 익고, 살 안의 물기가 덜 빠져 통통한 모양이 남는다. 그래서 굴밥은 밥 짓기와 굴 익히기를 두 번에 나눠 하는 것이 좋다.
굴밥 지을 때 굴이 쪼그라들지 않게 하는 방법
체에 밭쳐 물기를 뺀 손질 굴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2인분이면 쌀 250g과 생굴 200g을 준비한다. 쌀은 씻어서 30분 불린 뒤 물기를 빼고, 밥물은 250~280ml로 잡는다. 굴은 연한 소금물에 넣고 살살 흔들어 씻으면서 껍데기 조각을 골라낸 다음, 체에 받쳐 물기를 빼 두는 것이 좋다.
솥이나 두꺼운 냄비에 불린 쌀을 담고 채 썬 채소를 올린 뒤 밥물을 부어 뚜껑을 덮는다. 센 불에서 5분 끓이고, 끓어오르면 약불로 줄여 10분 더 익힌다. 이때까지는 굴을 넣지 않고 밥만 짓는다.
채소와 밥물을 넣고 뚜껑을 덮은 솥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뚜껑을 열었을 때 밥물이 거의 졸아들고 쌀알이 위로 드러나 있으면 굴을 올릴 때다. 손질한 굴 200g을 밥 위에 고루 펼쳐 올리고 다시 뚜껑을 덮어 약불로 5분 익힌다. 뚜껑을 열 때는 뜨거운 김이 한꺼번에 올라오니 얼굴을 솥에서 조금 떨어뜨리고 여는 것이 안전하다.
5분이 지나면 불을 끄고 뚜껑을 덮은 채 3분 뜸을 들인다. 굴 살이 뽀얗게 변하고 가장자리가 살짝 오그라들어 있으면 다 익은 것이다. 밥을 섞을 때는 주걱으로 바닥부터 살살 떠서 뒤집어야 굴이 터지지 않고 모양 그대로 밥 사이에 섞인다.
주걱으로 굴밥을 살살 뒤집어 섞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굴이 한창 나오는 이맘때 굴밥을 짓는다면 굴 넣는 때만 바꿔 보길 권한다. 같은 굴 한 봉지라도 씹을 때 탱글하게 살아 있는 굴밥이 제철 굴 맛을 가장 잘 느끼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