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위에 식힌 수육을 결 방향으로 썰어 접시에 담아 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쌀쌀해지는 가을 저녁이면 따뜻한 수육 한 접시가 생각나는데, 막상 돼지고기를 삶으려고 하면 된장, 월계수 잎, 통후추, 대파, 마늘까지 챙길 재료가 줄줄이 떠오른다. 몇 가지를 빠뜨린 채 삶았다가 고기에서 특유의 냄새가 올라와 식구들이 젓가락을 멈추는 일도 생긴다.
그래서 수육은 마음먹고 하는 요리가 되기 쉽고, 통덩어리 고기를 넣고 한 시간 가까이 불 앞을 지키다 보면 저녁 한 끼 차리는 일이 꽤 번거롭게 느껴진다. 향신 재료를 다 갖추지 못한 날에는 냄새가 걱정되어 아예 다른 반찬으로 바꾸는 집도 많다.
이럴 때는 냉장고에 있는 맥주 한 병이면 충분하다. 삶는 물 대신 맥주를 붓고 고기를 두툼하게 썰어 넣으면 향신 재료를 따로 챙기지 않아도 잡내가 덜한 수육을 10분 남짓이면 만들 수 있다.
맥주에 삶으면 돼지고기 냄새가 덜한 이유
끓는 맥주가 담긴 작은 냄비에서 두툼한 돼지고기 조각을 삶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돼지고기를 맹물에 삶으면 고기에서 빠져나온 기름과 핏물의 냄새가 국물에 퍼졌다가 고기 겉면에 다시 배어드는데, 맹물에는 이 냄새를 덜어 낼 재료가 없다. 집집마다 된장이나 커피, 월계수 잎을 함께 넣어 삶아 온 것도 그 냄새를 줄이기 위해서다.
맥주를 쓰면 이 재료들을 따로 챙기지 않아도 되는데, 끓는 동안 맥주 속 알코올이 김과 함께 날아가면서 고기 냄새도 같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맛술이나 청주를 고기 요리에 넣는 것과 같은 이치이고, 보리의 구수하고 쌉쌀한 맛이 남아 냄새가 한결 덜 느껴진다.
고기를 두툼한 삼겹살 크기로 나누는 것도 냄새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통덩어리는 속까지 익히려면 오래 끓여야 해서 그동안 맥주의 알코올이 먼저 다 날아가 버리지만, 두툼하게 썰면 속까지 빨리 익어 맥주가 끓는 짧은 시간 안에 조리를 끝낼 수 있다.
수육 삶을 때 돼지고기 잡내 줄이는 방법
두툼하게 썬 돼지고기와 맥주 한 병을 조리 전 깨끗한 조리대에 준비한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물은 돼지고기 300g과 맥주 한 병이 전부다. 삼겹살이나 앞다리살을 구워 먹는 삼겹살보다 조금 두툼한 크기로 썰어 두고, 맥주는 물을 섞지 않고 한 병을 그대로 쓴다. 고기가 맥주에 충분히 잠기도록 지름이 작고 높이가 있는 냄비를 고르는 것이 좋다.
냄비에 맥주를 붓고 센 불에 올리면 금세 거품이 크게 부풀어 오르므로 냄비 높이의 절반을 넘지 않게 붓는 것이 안전하다. 맥주가 바글바글 끓어오르면 그때 고기를 한 조각씩 넣는데, 끓는 맥주에 넣어야 고기 겉면이 바로 익어 짧은 시간 안에 삶을 수 있다.
끓는 맥주가 든 냄비에 돼지고기 한 조각을 집게로 넣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고기를 다 넣었으면 뚜껑을 닫고 중불로 줄여 8분쯤 삶는다. 8분이 지나면 가장 두꺼운 조각을 꺼내 반으로 갈라 보는데, 속에 붉은 기가 없고 맑은 육즙이 배어 나오면 다 익은 것이다. 가운데가 아직 분홍빛이면 뚜껑을 다시 닫고 조금 더 삶는 것이 좋다.
삶은 돼지고기 한 조각을 반으로 잘라 속까지 익은 단면을 확인하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다 익은 고기는 도마에서 잠깐 식혔다가 썰어야 결대로 깔끔하게 잘린다. 8분 남짓 끓여도 알코올이 모두 날아가지는 않으니, 아이가 먹거나 술을 피해야 하는 식구가 있다면 국물은 버리고 고기만 먹는 것이 좋다.
수육이 번거로운 요리로 느껴졌다면 다음번에는 맥주 한 병으로 가볍게 삶아 보길 권하는데, 준비할 재료가 줄어들면 수육을 평일 저녁 반찬으로도 부담 없이 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