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가루를 풀어 국물이 뽀얗게 된 미역국이 냄비에 담겨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미역국은 생일상이 아니어도 일 년에 몇 번씩 끓이는 국인데, 끓여 놓고 한 숟갈 떠먹어 보면 국물이 맑기만 하고 심심하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미역은 부드럽게 잘 풀렸고 간도 맞는데 입에 남는 맛이 없어서, 그럴 때 대개 국간장을 한 숟갈 더 넣거나 참기름을 한 바퀴 더 두르게 된다. 그래도 간만 세질 뿐 국물 맛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다음날 데워 먹어도 심심한 맛은 그대로다.
미역국 맛을 바꾸는 것은 재료를 하나 더 넣는 일이 아니라 불을 끄기 직전의 2~3분이다. 푹 끓인 미역국에 들깨가루를 5큰술 풀고 중약불에서 2~3분만 더 끓이면 맑던 국물이 뽀얗게 변하면서 고소한 맛이 올라온다.
오래 끓이면 고소한 향이 날아가는 들깨가루
국물에 풀린 들깨가루가 미역국 표면을 고르게 뽀얗게 보이게 한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미역국이 심심한 이유는 미역 자체에 맛을 내는 힘이 크지 않기 때문인데, 물에 불리는 동안 짠기와 바다 냄새가 빠지면서 맛도 함께 옅어져 소고기나 조개를 넣지 않으면 국물에 남는 것이 많지 않다. 기름기도 거의 없어서 국간장이나 소금을 더 넣어 봐도 짠맛만 앞으로 나오고, 참기름을 한 바퀴 더 둘러도 기름이 국물에 섞이지 않고 위로 동그랗게 뜬다.
국물 자체가 고소해지려면 기름기가 국물 안에 골고루 퍼져 있어야 하는데, 다 끓인 국에 액체로 된 기름을 붓는 방법으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들깨가루는 들깨를 볶아서 통째로 간 것이라 가루 안에 기름이 들어 있고, 뜨거운 국물에 풀면 이 기름과 잘게 부서진 알맹이가 국물에 퍼지면서 국물이 뽀얗게 흐려지고 혀에 닿는 느낌도 부드러워진다.
다만 들깨가루는 열을 오래 받으면 고소한 향이 약해지고, 무거워서 냄비 바닥으로 가라앉아 눌어붙기도 한다. 그래서 미역을 볶을 때나 물을 부을 때 같이 넣고 푹 끓이면 애써 넣은 맛이 국물에 남지 않고, 넣는 시점을 맨 뒤로 미뤄야 고소한 향이 그대로 살아 있다.
미역국에 들깨가루 풀어 고소하게 끓이는 방법
마른 미역과 들깨가루, 참기름, 국간장을 조리대 위에 필요한 양만 준비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네 사람이 먹을 양을 기준으로 마른 미역 한 줌과 참기름 한 큰술, 국간장 한 큰술, 들깨가루 5큰술을 준비한다. 들깨가루는 냉동실에 보관해 둔 것을 쓰는 것이 좋고, 꺼낸 뒤 한 번 냄새를 맡아 기름이 오래된 듯한 쉰내가 나면 그 가루는 사용하지 않는다.
마른 미역은 찬물에 10분쯤 담가 불린 다음 두세 번 헹궈 짠기를 빼고 물기를 꽉 짜서 먹기 좋은 길이로 자른다. 달군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미역을 넣어 중불에서 2~3분 볶으면 미역이 짙은 초록색으로 변하면서 고소한 냄새가 올라온다.
참기름에 볶아 짙은 초록색이 된 미역을 냄비에서 주걱으로 젓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여기에 물을 1.5리터쯤 붓고 국간장으로 간을 한 뒤 중강불에서 10분간 푹 끓인다. 국물이 충분히 우러나면 국물을 반 국자쯤 따로 떠서 들깨가루 5큰술을 먼저 되직하게 개어 둔다. 가루를 냄비에 바로 털어 넣으면 덩어리가 져서 잘 풀리지 않는다.
따로 덜어 낸 미역국 국물에 들깨가루를 되직하게 개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개어 둔 들깨가루는 불을 중약불로 낮춘 다음 냄비에 넣고 저어 가며 2~3분만 더 끓인다. 국물이 전체적으로 뽀얗게 흐려지고 국자로 떠 보았을 때 살짝 걸쭉하게 흐르면 다 된 것이다. 이 상태에서 불을 다시 올려 오래 끓이면 바닥이 눌어붙으니 2~3분이 지나면 불을 끈다.
간은 들깨가루를 넣은 뒤에 맞추는 것이 좋은데, 가루가 들어가면 짠맛이 한결 둥글게 느껴져서 먼저 맞춰 둔 간이 싱겁게 느껴질 수 있다. 남은 미역국을 다시 데울 때도 중약불에서 천천히 데워야 가라앉은 들깨가루가 바닥에 눌어붙지 않는다.
들깨가루 5큰술은 많아 보이지만 국물 1.5리터에 풀면 맛이 과하게 튀지 않으니, 다음에 미역국을 끓일 때 마지막 2~3분을 남겨 두고 한번 풀어 보길 권한다. 같은 재료로 끓인 국인데도 식구들이 국그릇을 비우는 날이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