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지를 채운 빈 우유팩에 완전히 식은 튀김 기름을 천천히 붓는 모습이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추석에 전을 한 판 부치고 나면 부침팬 옆에 기름이 한가득 남는다. 명절 음식은 기름을 넉넉히 둘러야 모양이 잘 나오다 보니, 상을 다 차리고 난 뒤에도 냄비나 팬에 검게 우러난 기름이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다 식은 기름을 앞에 두고 이걸 어디에 버려야 하나 싶어 한참 서 있게 되는 때다.
대개는 비닐봉지를 하나 벌려 그 안에 기름을 부어 묶은 다음 종량제 봉투에 넣는다. 그런데 기름은 액체라서 봉지를 아무리 단단히 묶어도 묶은 자리 틈으로 조금씩 배어 나오고, 종량제 봉투 안에서 눌리기라도 하면 바닥이 축축해진다. 봉투를 들고 나가다 손에 기름이 묻거나 현관 앞에 자국이 남는 일도 흔하다.
이럴 때 쓰기 좋은 것이 다 마신 빈 우유팩이다. 우유팩 안에 신문지를 채우고 식은 기름을 부어 냉동실에 하루 넣어 두면 하얗게 굳어서, 액체가 아니라 고체 덩어리 상태로 내보낼 수 있다.
봉투가 새는 이유는 기름이 굳지 않는 데 있다
투명 비닐봉지 안에 액체 상태의 식은 기름이 고여 있고, 봉지 입구가 단단히 묶여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기름이 새는 이유는 상온에서 계속 액체로 남아 있기 때문인데, 식용유는 물과 달리 실온에 오래 두어도 묽은 상태 그대로다. 비닐봉지는 위쪽을 묶어도 아래쪽 주름 사이에 미세한 틈이 생기고, 그 틈으로 기름이 조금씩 배어 나와 종량제 봉투 안쪽을 적신다.
신문지나 헌 옷을 대신 쓰는 집도 있지만, 종이나 천이 빨아들일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어서 기름이 많으면 겉으로 배어 나온다. 그렇다고 기름을 싱크대에 흘려보내면 배관 벽에 눌어붙어 물이 잘 빠지지 않게 되고, 결국 하수구 막힘으로 이어진다.
반면 기름은 온도가 내려가면 굳는 성질이 있다. 냉장고 냉동실 정도의 온도에 하루쯤 두면 맑은 기름이 하얗고 되직하게 변해 흐르지 않는 덩어리가 된다. 그래서 봉지에 담아 묶는 대신, 기름을 한곳에 모아 굳혀서 내보내는 쪽으로 방법을 바꾸는 것이 좋다.
빈 우유팩에 담아 얼려서 버리는 방법
깨끗이 말린 빈 우유팩과 구긴 신문지를 주방 상판에 준비한 모습이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물은 다 마신 우유팩 하나와 신문지, 그리고 완전히 식은 기름이다. 우유팩은 물로 한 번 헹궈 안쪽을 말려 두고, 신문지 대신 입지 않는 헌 옷이나 안 쓰는 기저귀를 잘라 넣어도 된다. 기름은 반드시 다 식힌 다음에 옮겨 담는다. 뜨거운 기름을 그대로 부으면 우유팩 안쪽 코팅이 녹아 옆면이 주저앉는다.
우유팩을 세워 놓고 신문지를 구겨서 안쪽을 반 이상 채운 다음, 식은 기름을 천천히 붓는다. 기름은 팩 높이의 8부 정도에서 멈추는 것이 좋고, 신문지 위로 기름이 찰랑거릴 만큼 부으면 입구를 접을 때 넘친다. 다 부었으면 우유팩 입구를 원래 접히던 선대로 접고 테이프를 한 바퀴 둘러 막는다.
식은 기름을 담은 우유팩의 입구를 원래 접힌 선대로 접고 테이프로 한 바퀴 감아 막는 모습이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밀봉한 우유팩은 비닐봉지에 한 번 더 넣어 냉동실 구석에 세워서 하루 정도 둔다. 냉동실에 식품이 있으니 눕히지 말고 세워 두는 것이 안전하다. 다음 날 꺼내 흔들어 봤을 때 안에서 출렁이는 느낌이 없고 팩이 묵직하게 굳어 있으면 다 된 것이다.
비닐봉지에 한 번 더 넣은 밀봉 우유팩을 냉동실 구석에 세워 둔 모습이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굳은 우유팩은 그대로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면 되고, 팩이 없으면 종이컵에 같은 방식으로 담아 처리해도 된다. 다만 한 번에 나온 기름이 1리터를 넘을 만큼 많다면 아파트 단지나 주민센터에 놓인 폐식용유 수거함에 모아 내보내는 것이 낫다. 지역에 따라 배출 방법이 다를 수 있으니 관리사무소 안내를 한 번 확인해 두면 좋다.
명절처럼 기름을 많이 쓰는 날에는 빈 우유팩 하나를 미리 헹궈 말려 두었다가 쓰면 편하다. 기름을 굳혀서 내보내는 습관을 들이면 배관이 막혀 사람을 부르는 일도, 봉투가 새어 현관을 닦는 일도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