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뜨물을 가득 채운 투명 플라스틱 반찬통과 옆에 둔 뚜껑이 햇빛 드는 창가에 놓여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김장을 하고 남은 김치를 나눠 담거나 겉절이를 한 통 담아 두었다가 다 먹고 나면, 반찬통 안쪽이 벌겋게 물들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국물이 닿았던 자리만 진하게 남은 통도 있고, 뚜껑 안쪽까지 고르게 붉은 기가 도는 통도 있다. 담을 때는 몰랐다가 설거지를 하면서야 눈에 들어오는 자국이다.
그래서 수세미를 들고 안쪽을 한참 문질러 보지만 색은 그대로다. 세제를 더 짜서 거품을 내 보고, 뜨거운 물을 받아 불렸다가 다시 문질러도 처음보다 옅어지는 정도에서 멈춘다. 결국 벌겋게 물든 채로 계속 쓰거나, 손님상에 내기 민망해 멀쩡한 통을 버리게 된다.
그런데 이 자국은 힘을 줘서 지우는 것이 아니다. 쌀을 씻고 받아 둔 쌀뜨물을 통에 가득 채워 두었다가 햇빛이 드는 자리로 옮겨 놓으면, 반나절 정도면 원래 색에 가깝게 돌아온다.
수세미로 문질러도 빠지지 않는 반찬통 속 김치 얼룩
깨끗이 씻은 투명 반찬통 안쪽 한 면에만 옅은 붉은 기가 남아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김치의 붉은색은 고춧가루에 든 색소에서 나오는데, 이 색소는 물에는 잘 녹지 않고 기름에 녹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김치 양념에는 고춧가루와 함께 젓갈이나 참기름 같은 기름기가 섞여 있어서, 색소가 그 기름기를 타고 플라스틱 표면에 달라붙는다.
플라스틱은 겉이 매끈해 보여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틈이 있어서 기름기에 실린 색소가 그 안쪽까지 스며든다. 표면 위에 얹혀 있는 오염이 아니라 안으로 들어간 색이라서, 수세미로 문지르면 겉에 남은 양념 기름만 닦이고 색은 그 자리에 남는다. 세제를 아무리 더 써도 옅어지는 선에서 멈추는 이유다.
안으로 들어간 색소를 다시 끌어내는 데 쓰는 것이 쌀뜨물과 햇빛이다. 쌀뜨물에는 쌀 표면에서 떨어져 나온 전분 성분이 섞여 있어 플라스틱에 붙은 색소를 물 쪽으로 끌어내고, 햇빛 속 자외선은 고춧가루 색소를 분해해 색 자체를 옅게 만든다. 문지르는 대신 담가 두고 볕을 쬐어 주는 쪽으로 손을 대야 하는 것이다.
김치 물든 플라스틱 반찬통 색 빼는 방법
두 번째 쌀뜨물이 담긴 투명 반찬통을 깨끗한 싱크대 옆에서 위쪽으로 내려다본 모습이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먼저 쌀을 씻을 때 쌀뜨물을 받아 두는데, 첫 번째로 헹군 물이 아니라 두 번째로 헹군 물을 쓴다. 첫물에는 쌀에 묻어 있던 먼지가 함께 섞여 나오고, 두 번째 물이 전분이 적당히 우러나 쌀뜨물답게 뽀얗다. 이 물을 물든 반찬통에 가득 채운다. 색이 든 자리까지 물이 닿아야 하니 넘칠 만큼 채우는 것이 좋다.
쌀뜨물을 채운 통은 뚜껑을 덮어 두고 2~3시간 그대로 둔다. 이 사이에 색소가 물 쪽으로 빠져나오면서 안쪽 붉은 기가 한결 옅어진다. 그다음 통을 그대로 들고 창가나 베란다처럼 햇빛이 직접 드는 자리로 옮겨 반나절을 둔다. 이때 뚜껑도 벗겨서 통 옆에 함께 내놓아야 한다. 뚜껑을 덮은 채로 두면 안쪽에 그늘이 생겨 뚜껑 색만 남는다.
쌀뜨물을 채운 반찬통의 뚜껑을 벗겨 옆에 두고 햇빛이 드는 베란다 바닥에 놓았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반나절 뒤에 쌀뜨물을 따라 버리고 안쪽을 들여다보면 붉은 기가 대부분 사라져 있다. 물을 비운 자리에 얼룩이 그대로 보인다면 쌀뜨물을 새로 채워 하루 더 볕을 쬐면 된다. 다만 플라스틱 자체가 누렇게 삭은 통은 볕에 오래 두면 누런 기가 더 도니, 색이 빠진 뒤에는 그늘로 들여놓는 것이 좋다. 색이 빠진 통은 세제로 한 번 씻어 물기 없이 말린다.
물기를 닦아 말리는 투명 반찬통 안쪽이 깨끗하게 보인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말린 뒤에도 김치 냄새가 남아 있다면 신문지나 이면지를 구겨 통 안에 넣고 뚜껑을 덮어 하루 둔다. 구겨진 종이가 통 안 공기에 남은 냄새를 빨아들여, 다음날 종이를 꺼내면 냄새가 훨씬 덜하다. 이렇게까지 해 두면 다른 반찬을 담아도 김치 냄새가 옮지 않는다.
김치를 담았던 통을 벌겋게 물든 채로 쓰고 있다면 오늘 저녁 쌀을 씻으면서 그 물을 받아 한 통 채워 보길 권한다. 반찬통 색을 되돌려 두는 일은 멀쩡한 살림살이를 버리지 않고 더 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