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옷걸이에 건 검은 모직 코트의 어깨를 고무장갑 낀 손이 결 따라 쓸어내리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서늘해지는 9월 하순이면 옷장에 넣어 두었던 모직 코트를 꺼내 입기 시작한다. 그런데 밝은 곳에 들고 가 보면 어깨와 등판에 먼지가 하얗게 붙어 있고, 팔 안쪽에는 큰 보풀이 뭉쳐 있는 경우가 많다. 검은색이나 남색 코트라면 먼지가 더 도드라져서 현관 거울 앞에 설 때마다 눈에 거슬린다.
이럴 때 대부분은 서랍에서 테이프 클리너를 꺼내 코트 위로 굴린다. 한두 번 굴리면 겉에 떠 있던 먼지는 붙어 나오지만, 몇 장을 뜯어 써도 결 사이에 박힌 먼지와 눌린 보풀은 그대로 남아 있어 손이 자꾸 같은 자리로 돌아간다. 테이프가 지나간 자리만 잠깐 깨끗해 보이고, 조금 걸어 나가면 다시 먼지가 붙는다.
테이프 클리너를 몇 장씩 뜯어 쓰는 대신 설거지할 때 쓰는 고무장갑을 쓰는 방법이 있다. 분무기에 물과 섬유유연제를 섞어 장갑에 뿌린 다음 코트를 쓸어내리면 옷감을 덜 상하게 하면서 먼지와 정전기를 같이 지울 수 있다.
테이프 클리너로는 코트 결 사이 먼지가 남는 이유
모직 코트 표면 위로 테이프 클리너를 한 번 굴리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담았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모직 코트에 먼지가 잘 붙는 것은 표면에 가느다란 털이 촘촘하게 서 있고, 옷을 입고 움직이는 동안 그 털끼리 스치면서 정전기가 계속 생기기 때문인데, 이 정전기가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먼지를 끌어당겨 털과 털 사이로 밀어 넣는다. 먼지가 코트 위에 얹혀 있지 않고 결 안쪽에 박히는 것이다.
테이프 클리너는 끈끈한 면에 닿는 것만 붙여 떼는 도구라서, 결 위로 올라온 먼지는 가져가지만 안쪽에 박힌 먼지까지는 닿지 않는다. 게다가 접착면이 먼지와 함께 코트의 잔털까지 당겨서, 같은 자리를 여러 번 굴리면 표면이 일어나 보풀이 더 생기고 마른 상태로 문지르는 동안 정전기도 다시 쌓인다.
물기를 묻힌 고무장갑은 반대로 움직인다. 고무 표면에 얇게 묻은 물기가 흩어져 있던 먼지를 끌어모아 덩어리로 뭉치게 만들어 손끝에 그대로 딸려 나오고, 물에 섞은 섬유유연제가 옷감 표면에 얇게 남아 마찰로 생기는 정전기를 줄여 준다. 장갑 손바닥의 미끄럼 방지 돌기는 결 사이에 눌려 있던 큰 보풀까지 긁어 올린다.
모직 코트에 붙은 먼지 고무장갑으로 떼는 방법
분무기와 노란 고무장갑을 현관 수납장 위에 두고 물을 장갑에 뿌릴 준비를 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물은 설거지용 고무장갑과 분무기면 된다. 분무기에 물을 500밀리리터쯤 담고 섬유유연제를 한 티스푼, 많아도 두 티스푼만 넣어 흔들어 섞는다. 유연제가 많으면 코트에 얼룩이 남으니 물이 살짝 흐려지는 정도가 알맞다. 이 물은 코트에 직접 뿌리지 않고 장갑에만 뿌린다.
먼저 코트를 들고 현관 밖으로 나가 어깨를 잡고 두세 번 세게 털어 준다. 이것만으로도 붙어 있던 먼지의 3분의 1 정도는 떨어져 장갑으로 쓸어야 할 양이 줄어든다. 털어 낸 코트는 옷걸이에 걸어 두고, 고무장갑을 끼운 손등과 손바닥에 섞어 둔 물을 겉면이 촉촉해질 만큼 듬뿍 뿌린다.
노란 고무장갑의 손바닥과 손등에 분무기 물을 고르게 뿌리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이제 어깨에서 밑단 쪽으로, 옷감의 결이 누워 있는 방향을 따라 한쪽 방향으로만 쓸어내린다. 올라갔다 내려오기를 반복하면 모은 먼지가 다시 흩어지니 한 번 내려온 손은 떼고 처음 자리에서 다시 시작한다. 두세 번 지나가면 장갑 위에 회색 먼지가 실처럼 뭉쳐 올라오는데, 팔 안쪽처럼 보풀이 크게 뭉친 곳은 장갑 손바닥의 돌기가 닿도록 뒤집어 잡고 같은 방향으로 짧게 여러 번 쓸어내린다.
옷걸이에 건 모직 코트의 앞면을 고무장갑 낀 손이 위에서 아래로 한 방향으로 쓸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장갑이 마르면 먼지가 붙지 않으니 중간에 물을 다시 뿌리고, 다 끝난 코트는 바람이 통하는 곳에 한두 시간 걸어 물기를 말린 뒤 옷장에 넣는다. 캐시미어가 섞인 얇은 코트나 털이 긴 알파카 소재는 힘을 주면 결이 눌리니 손을 얹는 정도로만 가볍게 쓸어내리는 것이 안전하고, 이렇게 먼지를 떼는 일은 일주일에 한 번이면 충분하다.
테이프 클리너를 꺼내기 전에 싱크대에 걸어 둔 고무장갑을 한번 써 보길 권한다. 먼지와 정전기를 같이 지워 두면 코트 결이 눌리지 않아 한 철을 더 깔끔하게 입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