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20분 해안 데크길인데 입장도 주차도 공짜에요"... 가을이면 은빛 억새 물드는 바다 전망 산책로


닭머르해안길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닭머르해안길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바닷가에는 닭의 머리처럼 바다로 튀어나온 낮은 언덕이 있다. 그 모양에서 이름을 얻은 닭머르가 해안길의 중심이다. 해안길 전체 길이는 1.8km이고 그중 약 1km가 나무 데크로 깔려 있다. 길은 마을 뒤편 밭 사이에서 시작해 갯바위 위를 지나 바다 쪽으로 곧장 빠져나간다.

데크에는 계단이 거의 없다. 바닥이 평평하게 이어져 걸음이 느린 사람도 속도를 맞추기 쉽고, 왕복으로 걸어도 20~40분이면 끝난다. 길 양옆으로는 가을에 억새가 올라와 사람 키만큼 자라고 그 틈으로 바다가 계속 보인다. 억새와 수평선을 한 화면에 담을 수 있는 구간은 길 후반부에 몰려 있다.

억새 사이를 지나 바다로 나가는 데크

닭머르해안길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닭머르해안길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입구를 지나면 밭담과 낮은 수풀이 먼저 나온다. 데크가 해안선에 붙는 지점부터 풍경이 달라진다. 검은 현무암 갯바위가 물에 잠기고 드러나는 모습이 바로 아래에서 보이고, 파도가 바위 틈으로 들어왔다 빠지는 소리가 계속 따라온다. 맞은편으로는 신촌포구와 그 너머 해안선이 길게 이어진다.

데크 끝에는 바다로 가장 많이 나온 자리에 해안정자가 놓여 있다. 정자에 서면 앞쪽은 트인 바다, 뒤쪽은 억새 언덕이다. 몸을 반 바퀴 돌리면 보이는 풍경이 완전히 바뀐다. 이 지점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가장 오래 머무는 자리다.

데크는 두 사람이 나란히 지나갈 정도로 폭이 나 있고, 중간중간 바다를 향해 짧은 갈래 길이 뻗어 있다. 그 끝에 서면 물이 드나드는 자리가 발아래로 바로 보인다. 물이 빠진 시간에는 검은 바위와 물웅덩이가 넓게 드러나고, 물이 들어오면 같은 자리가 통째로 바다로 덮인다.

해 지기 한 시간 전에 닿으면 좋은 이유

닭머르해안길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닭머르해안길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닭머르는 제주 북쪽 해안이라 계절에 따라 해가 지는 방향이 달라진다. 가을에는 해가 서쪽 수평선 가까이로 내려오면서 바다 위에 빛줄기가 길게 생긴다. 이때 억새가 빛을 등지고 서면 이삭 끝이 은빛으로 밝아진다. 억새와 노을을 같이 담으려면 해 지는 시각보다 한 시간쯤 먼저 도착해 정자 주변에 자리를 잡는 편이 낫다.

닭머르해안길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닭머르해안길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억새는 9월 말부터 은빛이 올라와 10월에 색이 짙어지고 초겨울까지 남는다. 같은 길을 한 달 뒤에 다시 걸으면 억새의 높이와 색이 달라 다른 길처럼 보인다. 억새가 지고 나면 초지와 바다 색만으로 풍경이 채워진다.

정자에서 서쪽을 보면 신촌 앞바다와 멀리 제주시 방향 해안선이 한 줄로 들어온다. 해가 내려앉는 동안 바다 색은 파란색에서 주황색으로, 다시 회색으로 차례로 바뀐다. 억새가 바람에 눕는 방향까지 함께 보이는 자리여서 같은 지점에 서 있어도 몇 분 간격으로 다른 장면이 남는다.

걷는 데 걸리는 시간과 찾아가는 길

닭머르해안길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닭머르해안길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입장료와 주차비는 받지 않고 출입 시간에도 제한이 없다. 다만 데크 구간에 조명이 거의 없어 해가 완전히 넘어간 뒤에는 발밑을 보기 어렵다. 일몰을 본 다음에는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 나오는 일정으로 잡는 것이 좋다. 바람이 강한 날에는 갯바위 쪽 물보라가 데크까지 넘어온다.

주소는 제주시 조천읍 신촌북3길 62-1이다. 제주국제공항에서 동쪽으로 차로 30분 안쪽 거리이고, 입구 앞 공터를 주차장으로 쓴다. 대중교통으로는 신촌리 일대 정류장에서 내려 마을길을 따라 10분 남짓 걸어 들어가면 데크 입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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