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어서 우글거리는 책, '이곳'에 넣어보세요"…새 책처럼 펴집니다


마른 수건 위에 놓인 젖은 책의 표지와 살짝 물결진 종이 가장자리.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마른 수건 위에 놓인 젖은 책의 표지와 살짝 물결진 종이 가장자리.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가방 안에서 물병 뚜껑이 열렸거나 소나기를 맞아 책이 젖는 일은 생각보다 흔하다. 물기를 털어 내고 하루 이틀 두면 종이가 울퉁불퉁하게 부풀어 표지까지 들뜨고, 덮어도 책이 제대로 다물어지지 않는다. 읽는 데 큰 지장은 없어도 책장에 꽂아 둘 때마다 눈에 거슬린다.

이럴 때 많이 하는 것이 드라이기 열풍이다. 물기를 빨리 날려야 종이가 덜 상한다고 생각해서인데, 겉은 금방 말라도 우글거리는 모양은 그대로 남고 오히려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다리미로 눌러 펴 보다가 종이가 누렇게 변해 더 난감해지기도 한다.

젖은 책을 되돌리는 데 필요한 것은 뜨거운 바람이 아니라 냉동실의 찬 기운이다. 겉물기만 눌러 뺀 뒤 냉동실에 다섯 시간쯤 넣었다가 상온에서 천천히 말리면, 우글거리던 종이가 한결 반듯해진다.

열풍에 말린 종이가 더 우는 이유

책 옆에 전원을 뽑아 둔 소형 드라이기와 평평하게 놓인 책.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책 옆에 전원을 뽑아 둔 소형 드라이기와 평평하게 놓인 책.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종이는 잘게 푼 섬유를 물에 띄웠다가 눌러서 판판하게 굳혀 만든 것이라서, 물이 닿으면 섬유가 물을 빨아들여 부풀고 자리가 흐트러진다. 흐트러진 섬유가 그대로 굳어 버리기 때문에 다 마르고 나면 종이가 물결처럼 우글거리는 것이다.

드라이기 바람이 통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데, 뜨거운 바람은 표면의 물부터 순식간에 날려 버려서 겉과 속이 마르는 속도가 크게 달라진다. 한쪽이 먼저 오그라들면 그만큼 종이가 당겨져 골이 더 깊게 잡히고, 젖어서 붙어 있던 낱장끼리 눌어붙기도 한다.

냉동실에 넣으면 종이 안에 남아 있던 물이 그 자리에서 얼면서 부피가 늘어난다. 늘어난 얼음이 눌려 붙어 있던 섬유 사이를 벌려 주고, 마르면서 얼음이 빠져나간 빈자리로 섬유가 다시 들어가 자리를 잡으면서 종이가 유연해진다. 그래서 겉을 서둘러 말리는 대신 안쪽에 남은 물부터 얼려야 종이가 펴진다.

물에 젖은 책 반듯하게 펴는 방법

마른 수건, 책, 냉동실 자리를 준비한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마른 수건, 책, 냉동실 자리를 준비한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준비물은 마른 수건이나 키친타월, 그리고 냉동실 자리 하나면 충분하다. 먼저 책을 평평한 곳에 놓고 마른 수건으로 표지와 책의 옆면을 가볍게 눌러 겉물기를 빼는데, 문지르면 젖은 종이가 밀려서 찢어지므로 위에서 눌렀다 떼는 동작만 반복한다.

마른 흰 수건으로 책 표지와 옆면을 위에서 가볍게 누르는 손.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마른 흰 수건으로 책 표지와 옆면을 위에서 가볍게 누르는 손.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물이 뚝뚝 떨어지지 않을 정도가 되면 책을 덮은 채로 냉동실에 눕혀 넣는다. 세워서 넣으면 아래쪽으로 물이 몰려 한쪽만 두꺼워지므로 표지가 위로 오게 눕히고, 그 위에 다른 식품을 올리지 않는다. 이 상태로 다섯 시간쯤 그대로 둔다.

냉동실 선반에 표지를 위로 향하게 평평히 눕혀 둔 책.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냉동실 선반에 표지를 위로 향하게 평평히 눕혀 둔 책.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다섯 시간이 지나면 꺼내서 겉면에 맺힌 성에를 마른 수건으로 닦고 상온에 그대로 둔다. 이때 책장을 억지로 펼치지 않는데, 낱장이 얼어붙은 상태라 힘을 주면 종이가 찢어진다. 서늘하고 바람이 통하는 곳에 두면 되고, 햇볕이 드는 창가나 난방기 앞은 피한다.

겉이 보송해지면 책 위에 두꺼운 책 두세 권을 올려 하루쯤 눌러 두는 것이 좋다. 손으로 만졌을 때 축축한 느낌이 없고 책을 덮었을 때 표지가 들뜨지 않으면 다 마른 것이다. 물을 많이 먹어 골이 깊게 잡힌 책은 한 번에 다 펴지지 않으니, 같은 과정을 한 번 더 하면 된다.

젖었다는 이유로 그 자리에서 버리기에는 아까운 책이 많으니, 다음에 책을 적셨을 때는 드라이기를 꺼내는 대신 냉동실 한 칸을 비워 보길 권한다. 손때 묻은 책 한 권을 계속 읽을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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