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키친타월로 빈틈 없이 감싼 중간 크기 고구마 한 개가 흰 접시에 놓여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9월 중순이 되면 시장과 마트에 햇고구마가 쌓이기 시작한다. 한 봉지 사다 놓고 출출할 때마다 한두 개씩 쪄 먹게 되는데, 찜기에 물을 올리고 40분을 기다리기는 번거로워서 결국 전자레인지에 그냥 넣고 돌리는 경우가 많다. 껍질째 넣고 시간만 맞추면 되니 이보다 간단한 방법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돌려서 꺼내 보면 생각한 맛이 나오지 않는다. 겉껍질은 쭈글쭈글하게 말라붙고 속살은 퍽퍽해서 물 없이는 넘기기 힘든데, 정작 가운데 가장 도톰한 부분은 아직 단단해서 몇 분을 더 돌리게 된다. 두 번째로 꺼내면 이번에는 겉이 더 말라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더 긴 시간이 아니라 물에 적신 키친타월 두세 장이다. 고구마를 감싸는 것만으로 빠져나가던 물기가 붙잡혀 군고구마처럼 속까지 촉촉하게 한 번에 익고, 집에 늘 있는 물건이라 따로 살 것도 없다.
전자레인지에 그냥 돌린 고구마가 퍽퍽해지는 이유
감싸지 않고 돌린 고구마를 반으로 가르자 껍질이 쭈글쭈글하고 속살이 마른 상태로 보인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전자레인지는 음식 속에 든 물을 흔들어 그 마찰로 열을 내는 방식이라서, 고구마를 넣으면 안쪽에 있던 물이 먼저 뜨거워지고 그 물이 김이 되어 껍질 밖으로 빠져나간다. 전자레인지 안은 김이 그대로 날아가는 공간이라 빠져나온 물기는 다시 돌아오지 않고, 겉이 먼저 마르면 마른 껍질이 열을 속으로 넘겨주지 못해 가운데는 단단한 채로 남는다. 덜 익었다고 시간을 더 주면 남아 있던 물기까지 날아가 더 퍽퍽해진다.
젖은 키친타월 두세 장은 물기가 날아가는 길을 막아 준다. 타월이 머금은 물이 먼저 데워져 김이 되고, 그 김이 고구마 둘레에 얇게 고여 있으면 안쪽에서 올라온 물기도 껍질 근처에 머문다. 찜기에 넣고 찐 것과 비슷한 상태가 되는 셈이라, 같은 시간을 돌려도 속까지 부드럽게 익는다.
전자레인지로 고구마 촉촉하게 익히는 방법
물에 적신 키친타월 두세 장을 싱크대 위에서 가볍게 짜내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고구마는 중간 크기 한 개 기준으로 150~200g 정도가 다루기 좋다. 흙을 씻어 내고 물기를 털되 바짝 닦지는 말고, 키친타월 두세 장을 물에 적신 뒤 물이 뚝뚝 떨어지지 않을 만큼만 가볍게 짠다. 너무 꽉 짜면 가열 도중에 타월이 말라 버려 감싼 의미가 없어진다.
감싸기 전에 포크로 고구마 표면을 여러 군데 찔러 구멍을 낸다. 껍질에 구멍이 없으면 안에서 생긴 김이 나갈 통로가 없어 압력이 몰리고, 심하면 가열 도중에 터진다. 굵은 쪽과 가는 쪽을 고루 대여섯 군데 찌른 다음, 적신 키친타월로 빈틈이 보이지 않게 둘러 감싼다.
씻은 고구마의 굵은 쪽과 가는 쪽을 포크로 찔러 구멍을 내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감싼 고구마를 접시에 놓고 700W에서 3분, 1000W라면 2분 30초를 돌린다. 시간이 끝나면 문을 열고 고구마를 뒤집어 2~3분을 더 돌린다. 접시에 닿아 있던 아래쪽이 위쪽보다 늦게 익기 때문인데, 이때 타월이 뜨거우니 젓가락이나 집게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문을 연 전자레인지 안에서 집게로 젖은 키친타월에 싸인 고구마를 뒤집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두 번째 가열이 끝나면 바로 꺼내지 말고 문을 닫은 채 1분쯤 그대로 둔다. 안에 남은 열과 김이 속으로 마저 들어가는 시간이라, 이 1분을 건너뛰면 가운데가 덜 익은 채로 나온다. 꺼낸 뒤 젓가락으로 가장 도톰한 부분을 찔러 저항 없이 쑥 들어가면 다 익은 것이다.
젓가락이 중간에서 걸리면 타월을 다시 적셔 감싼 다음 1분씩만 더 돌리고 그때마다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한 번에 여러 개를 넣으면 가운데 것이 덜 익으니 두 개까지만 넣고, 금테가 둘린 접시는 사용하지 않는다.
햇고구마가 나오는 이맘때 그냥 돌려 먹다 보면 맛없다는 인상만 남기 쉬우니, 다음번에는 젖은 키친타월 두세 장을 꺼내 감싸 보길 권한다. 물기를 붙잡아 두는 이 짧은 수고가 제철 고구마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