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오는 그 시간 / 한국관광공사-전병철 |
충청남도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리 앞바다에는 밀물이면 물에 잠기고 썰물이면 걸어서 닿을 수 있는 작은 바위섬이 있다. 그 바위 위에 올라앉은 암자가 간월암이다. 섬이라 부르기에는 작아서 법당과 요사채가 꼭대기를 거의 다 차지하고, 담장 바깥은 바로 바다다. 물이 빠지면 뭍에서 암자까지 약 300m 길이의 바닷길이 드러나고, 물이 차오르면 그 길은 다시 사라진다.
바닷길이 열리는 것은 하루 두 번이다. 열리는 시각은 날마다 달라 아침일 때도 있고 늦은 오후일 때도 있다. 서해를 정면으로 마주 본 자리라 해가 바다로 떨어지는데, 물때와 일몰이 겹치는 날이면 드러난 갯벌을 걸어 들어가 암자 너머로 해가 내려앉는 장면까지 한자리에서 본다. 가을로 접어들면 공기가 맑아지고 해 지는 시각도 저녁 6시대로 당겨져, 늦게까지 기다리지 않고 낙조를 볼 수 있다.
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300m 갯벌길
간월암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
바닷길은 아스팔트 길이 아니다. 갯벌 바닥에 돌을 깔아 낸 길이어서 물이 막 빠진 직후에는 젖어 있고 미끄럽다. 길 양옆으로는 검은 갯벌이 그대로 펼쳐지고, 게 구멍과 남아 있는 물웅덩이가 눈에 들어온다. 방금까지 바다였던 바닥을 밟고 지나간다는 감각이 이 길의 핵심이다.
걸어 들어갈수록 암자는 점점 크게 다가온다. 뭍에서 볼 때는 바다에 떠 있는 작은 바위덩이 같지만, 가까워지면 바위 틈을 따라 놓인 돌계단과 오래된 나무가 드러난다. 암자 마당에 올라서면 시야가 반대로 열려 천수만 쪽 바다와 멀리 늘어선 섬들이 사방으로 보인다.
간월암 / 한국관광공사-IR 스튜디오 |
암자 규모는 크지 않다. 법당 앞마당을 돌면 금세 반대쪽 난간에 닿고, 난간 아래는 곧장 갯벌과 바다다. 간월암이라는 이름은 이곳에서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이야기에서 왔다고 전해지며, 지금 건물은 근대에 다시 세운 것이다. 마당 한쪽의 오래된 나무와 바위에 바짝 붙여 지은 전각이 좁은 터를 어떻게 썼는지 보여준다.
해가 바다로 내려앉는 시간
간월암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간월암의 낙조는 해가 수평선으로 내려가는 동안 바다 색이 계속 바뀌는 것이 특징이다. 갯벌에 남은 얕은 물이 하늘빛을 그대로 받아, 발밑과 머리 위가 같은 색으로 물든다. 해가 완전히 넘어간 뒤에도 잠시 붉은 기운이 남는다. 맑은 날에는 수평선 위로 해가 내려가는 모습이 끝까지 보이고, 구름이 낀 날에는 구름 아래쪽만 붉게 번진다. 같은 자리에서도 날마다 다른 장면이 나오는 이유다.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면 바닷길이 먼저 잠기고, 암자만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이 된다. 뭍의 방파제나 간월도 해안 쪽에서 이 장면을 건너다보는 사람도 많다. 일몰 이후에는 암자 입장이 되지 않으므로, 어두워지기 전에 나오는 일정으로 잡는 편이 좋다.
30분이면 한 바퀴, 찾아가는 길
간월암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
주차장에서 바닷길 입구까지는 100m 남짓이다. 주차 공간은 50대 규모이고 주차비와 입장료를 모두 받지 않는다. 암자를 한 바퀴 돌고 갯바위 쪽 전망까지 보는 데 30분이면 넉넉해, 일몰 30분 전에 도착하면 바닷길과 낙조를 여유 있게 볼 수 있다. 다만 해 질 무렵에는 주차장이 차는 편이다.
대중교통은 간월도 정류장에서 내려 도보 10분이면 입구에 닿는다.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그날의 물때다. 간월암 공식 홈페이지에서 날짜별 물때를 볼 수 있으니,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과 그날 일몰 시각을 함께 맞춰 두면 헛걸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