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를 건져 낸 직후 김이 오르는 초록빛 데친 물이 스테인리스 냄비에 담겨 가스레인지 위에 놓여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시금치를 한 단 사다 데치고 나면 냄비에는 초록빛이 도는 물이 한가득 남는다. 나물 무칠 준비를 하면서 그 물은 대개 그대로 싱크대에 흘려보내게 되는데, 김이 오르는 물이 배수구로 빠지는 동안 바로 옆 가스레인지에는 지난번에 튄 기름 자국이 누렇게 남아 있다.
가스레인지 상판에 굳은 기름때는 주방 세제를 뿌리고 수세미로 문질러도 손끝에 미끌거리는 느낌만 남을 뿐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힘을 주어 몇 번 밀다 보면 팔이 먼저 아파 오고, 며칠 지나 다시 보면 같은 자리가 또 누렇게 올라와 있어 닦은 보람이 없다.
그런데 방금 버리려던 시금치 데친 물에 베이킹소다를 두 스푼 반 풀어 두면, 세제를 따로 꺼내지 않고도 이 기름때를 불려서 닦아 낼 수 있다. 바닥에 눌어붙은 자국이 남은 탄 냄비에도 같은 물을 쓴다.
문질러도 그대로인 가스레인지 기름때가 무르게 풀리는 이유
가스레인지 상판의 삼발이 옆 한 곳에만 옅은 누런 기름 자국이 보이고 나머지 면은 깨끗하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가스레인지 상판의 누런 때는 볶거나 튀길 때 튄 기름 방울이 상판에 내려앉은 뒤, 다음 불을 켤 때마다 다시 데워지면서 굳어 생긴 것이다. 그 위에 먼지가 앉고 또 기름이 튀기를 되풀이하면 얇은 막이 층층이 쌓여 손톱으로 긁으면 걸릴 만큼 두꺼워진다.
이렇게 층으로 굳은 기름막은 찬물에 세제를 묻혀 겉만 문질러서는 수세미가 닿는 윗면만 조금 벗겨지고 아래 깔린 층은 그대로 남는다. 남은 층이 다시 열을 받으면 며칠 만에 같은 자리가 누렇게 올라오니, 겉을 미는 것으로는 며칠을 못 간다.
굳은 기름은 온도가 올라가면 물러지는데, 시금치를 건져 낸 직후의 물은 아직 뜨겁고 잎에서 빠져나온 성분이 녹아 있어 기름을 물 쪽으로 떼어 놓는다. 여기에 베이킹소다를 풀면 물이 약한 알칼리성으로 바뀌어 굳은 막을 안쪽까지 불려 준다. 그래서 문지르는 대신 덮어서 불리는 쪽으로 손을 대야 한다.
시금치 데친 물로 가스레인지 기름때 닦는 방법
대야에 덜어 둔 데친 물에 밥숟가락으로 베이킹소다 두 스푼 반을 넣고 젓는 모습이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시금치를 건져 내고 김이 오르는 물을 바로 쓴다. 식은 뒤에는 기름을 무르게 만드는 힘이 떨어지니 나물을 무치기 전에 먼저 손을 대는 것이 좋다. 대야에 두 컵쯤 덜어 내고 베이킹소다를 밥숟가락으로 두 스푼 반 넣어 가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저어 녹인다.
행주나 두툼한 키친타월을 그 물에 적셔 물이 뚝뚝 떨어지지 않을 만큼만 가볍게 짠 다음, 누런 자국 위에 펼쳐 덮는다. 삼발이 밑이나 버너 둘레처럼 때가 두꺼운 자리는 행주를 한 번 더 적셔 두 겹으로 덮어 두면 골고루 젖은 채로 있다.
데친 물에 적셔 가볍게 짠 흰 행주를 버너 둘레 상판 위에 펼쳐 덮는 모습이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그대로 10분을 둔 뒤 덮어 둔 행주를 걷어 내고, 같은 물에 다시 적셔 한 방향으로 밀면 누렇던 막이 행주에 묻어 나온다. 손톱으로 긁지 않고 밀기만 해도 밀려 나오면 충분히 불어난 것이다. 마지막에는 맹물만 적신 행주로 두세 번 닦아 내고, 손으로 만졌을 때 미끌거림이 없어야 베이킹소다가 다 씻긴 것이다.
걷어 낸 행주를 손에 쥐고 상판을 한 방향으로 밀어 닦는 모습으로, 지나간 자리는 깨끗하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탄 냄비는 눌어붙은 자국이 잠길 만큼 이 물을 붓고 약한 불에서 30~40분 끓인 다음, 불을 끄고 30분을 더 그대로 둔다. 물이 식는 동안 바닥 자국이 들떠서 나무주걱으로 밀면 떨어진다. 다만 알루미늄 냄비에는 쓰지 않는다. 베이킹소다의 알칼리 성분이 알루미늄 표면을 거뭇하게 변색시키기 때문인데, 스테인리스나 법랑 냄비에만 쓰는 것이 안전하다.
물이 남았다면 행주를 적셔 전자레인지 안에 넣고 2분 돌린 뒤 그 행주로 벽면을 닦아 내면 튄 기름기와 음식 냄새가 함께 옅어진다. 간장이 튄 옷은 빨기 전에 10분 정도 담가 두면 얼룩이 옅어진 상태로 세탁기에 넣을 수 있다.
시금치를 데치는 날이면 물을 버리기 전에 한 대야만 덜어 두고 가스레인지부터 닦아 보길 권한다. 불 앞에서 쓰는 자리를 기름이 굳기 전에 정리해 두면 다음 요리 때 냄새가 덜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