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육백마지기 / 한국관광콘텐츠랩-김경기 |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회동리, 청옥산 정상 부근에 육백마지기가 있다. 해발 1,256m 높이에 나무가 자라지 않는 평원이 넓게 열려 있는 곳이라, 9월의 맑고 높은 하늘이 사방으로 트인 채 그대로 눈에 들어온다.
이름은 이 땅의 넓이에서 나왔다. 볍씨 육백 말을 뿌릴 수 있을 만큼 너른 평원이라는 뜻으로 육백마지기라 불렀고, 산 이름인 청옥산보다 이 이름이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지금도 정상에 올라서면 축구장 수십 개쯤 이어 붙인 듯한 초지가 능선을 따라 길게 이어지고, 그 넓이를 한 번에 눈에 담기 어려울 만큼 시야가 멀리까지 트인다.
평창 육백마지기 / 한국관광콘텐츠랩-김민수 |
평원 위에는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능선을 따라 줄지어 서 있다. 천천히 도는 날개 소리와 풀을 훑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가 겹쳐 들리고, 그 밖에는 귀에 걸리는 소리가 거의 없다.
6월과 7월에는 하얀 샤스타데이지가 평원을 덮어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린다. 9월에 오르면 하늘과 능선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데, 여름 습기가 빠진 뒤라 시야가 멀리까지 열려 발아래로 겹겹이 이어진 산봉우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평창 육백마지기 / 한국관광콘텐츠랩-김경기 |
높이가 높은 만큼 같은 날에도 아래 마을과 기온이 다르다. 볕은 그대로 내리쬐는데 공기는 서늘해서, 차에서 내리는 순간 아래와 온도가 다르다는 것을 바로 느끼게 된다. 9월 초순의 맑은 날이라면 이 서늘함이 오히려 걷기 좋은 조건이 된다.
승용차로 30분이면 닿는 정상 주차장
평창 육백마지기 / 한국관광콘텐츠랩-김민수 |
미탄면 소재지에서 산길로 접어들면 30분 남짓 만에 정상 부근에 닿는다. 도로는 대부분 포장돼 있어 승용차로도 오를 수 있지만, 폭이 좁고 굽이가 이어지는 구간이 길다. 마주 오는 차와 만나면 한쪽이 멈춰 서서 비켜 줘야 하는 자리가 여러 곳 있으니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오르는 것이 좋다.
정상에는 3호 풍력발전기 옆으로 주차 공간이 마련돼 있고 화장실도 함께 있다. 차를 세운 자리에서 곧바로 평원이 시작되기 때문에 오래 걷지 않아도 탁 트인 풍경 앞에 설 수 있다.
야영과 차박, 취사는 전면 금지돼 있다. 불을 쓰는 행위도 마찬가지라, 이곳은 낮 동안 머물다 해가 지기 전에 내려오는 일정으로 잡아야 한다. 산길을 다시 내려가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미리 계산해 두면 어두워지기 전에 큰길까지 나올 수 있다.
9월에도 겉옷이 필요한 정상의 바람
평창 육백마지기 / 한국관광콘텐츠랩-김경기 |
해발 1,200m가 넘는 곳이라 바람의 세기가 아래와 다르다. 마을이 잔잔한 날에도 정상에서는 풀이 한쪽으로 누울 만큼 바람이 몰아치는 때가 있다.
볕이 그대로 내리쬐는 낮이라도 바람이 세게 부는 동안에는 체감온도가 뚝 떨어져서, 반팔 차림으로는 평원 한가운데에 오래 서 있기가 어렵다. 얇은 바람막이를 차에 넣어 두었다가 정상에서 걸치면 걷는 내내 한결 편하다.
평원 가장자리는 완만해 보여도 능선 바깥쪽으로 넘어가면 곧바로 급한 비탈이다. 풀이 끊기지 않고 이어져 있어 경계가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능선 끝까지 나가지 말고 안쪽 초지에서 걸음을 돌리는 편이 안전하다.
주차장과 평원 사이로는 차가 계속 오르내린다. 정상까지 차로 올라오는 사람이 많아 좁은 길에서 차와 걷는 사람이 뒤섞이는 자리가 생기니, 차가 다가오면 길 안쪽으로 물러서 있다가 지나간 뒤에 걸음을 옮기는 것이 좋다. 평원 위로 난 길은 흙과 풀이 섞여 있어 비가 온 다음 날이면 바닥이 물러져 발이 미끄러지기 쉬우니, 밑창에 굴곡이 있는 신발을 신고 오르는 편이 낫다.
평창 육백마지기 / 한국관광콘텐츠랩-김경기 |
산 아래에서는 볼 수 없는 넓이가 정상에 그대로 열려 있는 곳이다. 올가을 평창으로 향한다면 하늘이 가장 높아지는 9월에 맞춰 육백마지기에 올라 능선 끝까지 트인 풍경을 보고 오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