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오징어와 감성돔이 잡힙니다" 바다 보며 걷기도 좋고 가을 낚시 포인트로도 유명한 여행지


방파제 낚시하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방파제 낚시하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경상남도 남해군 미조면은 남해도의 가장 남쪽 끝이고, 그 끝자락에 미조항이 있다. 남해에서 가장 큰 항구라 어선이 쉴 새 없이 드나드는 물길이 넓게 열려 있는데, 항구를 조금만 벗어나면 사람 손을 타지 않은 해안선이 그대로 이어진다.

차로 들어간다면 남해읍에서 동쪽 바다로 나와 물건항부터 미조항까지 이어지는 물미해안도로를 타면 된다. 바다를 왼쪽에 두고 굽이를 도는 길이라 미조항에 닿기 전부터 창밖으로 수평선을 계속 볼 수 있다.

미조항 둘레의 해안은 깎아지른 기암절벽으로 이어진다. 파도가 오랜 세월 깎아 낸 절벽 위로 사철 잎이 지지 않는 상록수가 가지를 넓게 뻗어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그 그늘 밑으로 오솔길이 굽이치듯 이어진다.

절벽을 끼고 도는 상록수 오솔길

남해바래길 / 한국관광콘텐츠랩-박성근

남해바래길 / 한국관광콘텐츠랩-박성근

이 해안을 걷는 길은 남해바래길 8코스 섬노래길이다. 천하마을에서 출발해 다시 천하마을로 돌아오는 순환 구간이고, 총 거리는 13.8km에 쉬는 시간까지 넣으면 6시간 30분쯤 잡으면 된다. 미조항을 한가운데 두고 미조북항과 미조남항을 차례로 지나며, 해발 286m 망산 정상과 남망산을 넘어 설리해수욕장과 설리스카이워크까지 이어진다.

남해바래길 여러 코스 가운데 난이도가 가장 높게 매겨진 길이다. 해안 데크와 농어촌도로, 산으로 오르는 구간이 번갈아 나오는데, 절벽 위 오솔길에 들어서면 발밑이 부드러운 흙으로 바뀌고 그 위에 떨어진 잎이 수북하게 깔린다. 밟을 때마다 걸음이 푹 눌려 들어가서 걷는 내내 발목과 무릎이 편하다.

남해바래길 / 한국관광콘텐츠랩-박성근

남해바래길 / 한국관광콘텐츠랩-박성근

전 구간을 하루에 다 걷기가 부담스럽다면 미조항 언저리만 끊어서 걸어도 된다. 항구에서 남망산 쪽으로 올라 절벽 위 오솔길을 한 시간쯤 돌고 내려오는 식으로 잡으면, 기암절벽과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한 번에 보고 나올 수 있다.

이 그늘을 만드는 숲이 미조리 상록수림이고, 천연기념물 제29호로 지정돼 있다. 후박나무와 육박나무, 생달나무, 감탕나무가 뒤섞여 1,732㎡ 넓이를 채우는데, 잎이 두껍고 윤이 나서 사철 같은 그늘이 지고, 바닷바람을 막아 주는 방풍림이라 마을에서 오래전부터 지켜 온 숲이다. 천연기념물이라 숲 안쪽으로 들어가는 대신 길이 난 자리를 따라 걸으면 나무 사이로 트이는 바다를 볼 수 있다.

반려견과 함께라면 리드줄을 짧게 쥐고 걷는 게 좋다. 절벽을 끼고 도는 구간에는 바다 쪽에 난간이 없는 자리가 있어서, 줄을 손목에 한 번 감아 쥐고 개를 몸 옆에 붙여 걸으면 오르내림이 심한 구간에서도 안심이 된다. 동물등록을 마치고 인식표를 달아 두면 낯선 길에서 개를 놓치더라도 다시 찾기가 수월하고, 배변은 그 자리에서 바로 치워 가면 뒤따라 걷는 사람도 같은 길을 기분 좋게 지날 수 있다.

갯바위 낚시와 저녁 한 상까지

미조항 / 한국관광콘텐츠랩-박성근

미조항 / 한국관광콘텐츠랩-박성근

가을이 오면 미조 앞바다 갯바위를 찾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무늬오징어와 묵직한 감성돔을 노리는 자리인데, 화려하게 다듬어 놓지 않은 거친 갯바위에 올라 수평선을 마주 보고 던지는 맛이 있다.

갯바위에 오를 때는 구명조끼를 입는 것이 먼저다. 파도가 잔잔해 보여도 갯바위 표면은 물기와 해초 때문에 미끄럽고, 밀물이 들어오면 나오는 길이 잠기는 자리도 있다. 그날 물때표를 미리 보고 밀물 시간을 알아 둔 뒤에 들어가면 안전하게 낚시를 마치고 나올 수 있다.

걷고 낚고 나면 항구로 돌아와 저녁상을 받으면 된다. 미조항은 어선이 계속 드나드는 항구라 그날 들어온 생선을 내놓는 식당이 주변에 늘어서 있고, 바다를 보면서 회 한 접시를 받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

미조항 / 한국관광콘텐츠랩-박성근

미조항 / 한국관광콘텐츠랩-박성근

9월 초중순의 남해는 하늘이 높고 습기가 빠져 걷기에 좋은 때다. 인위적인 소음 없이 파도 소리만 적막을 채우는 절벽 위 오솔길이라, 한 바퀴 돌고 나오면 마음까지 가라앉는다. 올가을 남해로 향한다면 미조항 해안길부터 걸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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