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nel_banner
  • 모든 발포성 와인이 샴페인은 아니며,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엄격한 전통 방식(메토드 샹프누아즈)으로 만든 것만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습니다.
  • 수만 원대 스페인 까바와 수십만 원대 돔 페리뇽을 비교한 일본 전문가들의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까바가 압승할 만큼 가격과 브랜드에 얽매일 필요는 없습니다.
  • 수확부터 병내 2차 발효, 리들링, 데고르주망, 그리고 리큐어를 채우는 도사주까지 이어지는 극도의 정밀한 기적의 공정을 알아야 내 입맛과 잔고를 동시에 지킬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선생님들, 그리고 동료 여러분. 살다 보면 정말 기쁜 승리의 순간이 오고, 때로는 개망신을 당하거나 고꾸라지는 패배의 순간도 맞이합니다. 그때마다 우리 곁을 채우는 가장 화려한 액체가 있습니다. 바로 샴페인입니다. 나폴레옹의 말마따나 승리했을 땐 마실 자격이 있고, 패배했을 땐 정말 그것이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대체 우리는 왜 이 탄산 가득한 술 한 병에 수십만 원을 태우는 걸까요? 단순히 비싼 인생을 산다는 허영 때문일까요, 아니면 실제로 그만한 기술적 가치가 숨어 있기 때문일까요? 마케팅의 완벽한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음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 스파클링 와인의 최고 존엄인 '샴페인'의 본질과 미학을 정확히 꿰뚫어 보아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자신을 아는 공부이자 참된 성찰의 시작입니다.

1. 샴페인은 무엇이고, 다른 거품들과 무엇이 다른가

모든 발포성 와인을 샴페인이라 부르는 것만큼 어리석고 얄팍한 무식은 없습니다. 샴페인(Champagne)은 프랑스 북부의 '샹파뉴(Champagne)' 지역에서 생산되고, 법적으로 엄격히 규정된 세 가지 품종(청포도인 샤도네이, 적포도인 피노 누아와 피노 메니에)만을 가지고, 병 안에서 직접 2차 발효를 일으키는 '전통 방식'으로 만든 술만을 의미합니다.


강단 위에서 발표자가 스크린에 띄워진 'Chardonnay'라는 글자를 가리키며 청중에게 설명하고 있는 강연 장면

샴페인을 구성하는 핵심 품종 중 하나인 샤르도네의 특징을 살펴봅니다.


그 외의 지역에서 만든 탄산 와인은 전부 각자의 이름이 따로 있습니다. 예컨대 스페인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만드는 것은 까바(Cava)라 부르고, 이탈리아나 독일 등지에서 병이 아닌 커다란 스테인리스 탱크에 대량으로 효모를 부어 2차 발효를 시키는 대량생산 방식은 '샤르마(Charmat)' 방식이라고 부릅니다. 다시 말해, 샴페인은 지역적 독점권과 극도의 장인정신이 결합한 역사적 고유명사인 셈입니다.

2. 우리가 흔히 빠지는 값비싼 눈탱이와 통념의 배신

사람들은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돔 페리뇽 같은 최고급 브랜드에 주눅이 들곤 합니다. 하지만 장담컨대, 마케팅의 최면을 걷어내면 우리의 미각은 그리 대단한 차이를 구별해내지 못합니다. 재미있는 실제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일본의 한 방송사에서 와인 전문가 50명을 모아놓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한 병에 수십만 원 하는 돔 페리뇽과 겨우 4만 원 안팎의 가성비 스페인 까바인 '로저 굴라트'를 무작위로 서빙한 뒤 투표하게 한 것입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정말 어이없게도 저렴한 로저 굴라트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이 개망신 사건 직후 일본 전역의 마트에서 로저 굴라트가 완판되는 사태가 벌어졌죠.


강연자가 스크린에 띄워진 특정 와인 정보를 가리키며 청중 앞에서 와인 강의를 하고 있다.

이름값에 가려진 가성비 와인의 실체를 통해 주체적인 음주 기준을 세워봅니다.


전문가조차 분간하기 힘들 만큼 오늘날 양조 기술은 평준화되었습니다. 또한 우리가 마시는 대부분의 샴페인 병 라벨에는 빈티지(생산년도)가 적혀 있지 않고 'NV(Non-Vintage)'라고만 적혀 있습니다. 이상 기후 속에서 매해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여러 해의 스틸 와인을 영리하게 섞어 늘 균일한 대중적 품질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특별히 날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좋았던 골든 이어(Golden year)에만 극소수로 수확해 만드는 '빈티지 샴페인'이야말로 진짜 돈과 세월을 버텨낸 수집가들의 영역이며, 평소에는 논 빈티지만으로도 그 훌륭한 균형감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습니다.

3. 탄산 가스를 가두는 기적의 제조법 '메토드 샹프누아즈'

그렇다면 대체 왜 이렇게 샴페인 생산이 비싼 대접을 받을까요? 샴페인의 독창적 발효 기법인 '메토드 샹프누아즈(Méthode Champenoise)'의 험난한 고행 과정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일반 와인처럼 1차 발효를 마친 뒤 적절히 블렌딩한 와인(스틸 와인)을 병에 넣고, 여기에 인위적으로 설탕과 효모를 추가로 투하해 밀봉한 채 '병안에서 2차 발효'를 시킵니다. 빠져나가지 못한 이산화탄소가 액체 속에 졸라 억지로 갇히면서 우리가 사랑하는 미세한 기포가 되는 것입니다.


안경을 쓴 중년의 남성이 어두운 무대 위에서 손동작을 하며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병 속에서 오랜 시간 숙성을 거치며 탄생하는 샴페인의 제조 과정은 인내의 연속입니다.


이 상태로 짧게는 15개월, 길게는 6~8년 이상 어두운 지하 동굴에서 숙성을 시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효모 앙금과 불순물이 가라앉는데, 이를 빼내는 과정이 기가 막힙니다. '리들링(Riddling)'이라 하여 병을 비스듬히 거꾸로 꽂아두고 매일 사람이 아주 미세한 각도로 톡톡 돌려가며 앙금을 병목으로 유도합니다. 그 후 병목 부분을 급속 동결시켜 뚜껑을 뻥 따면 압력에 의해 얼어붙은 앙금 찌꺼기만 쏙 빠져나갑니다. 이 과정을 '데고르주망(Dégorgement)'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찌꺼기가 빠져나간 만큼 줄어든 양을 메우기 위해 당도 섞인 리큐어를 보충해 주는 '도사주(Dosage)' 단계까지 거쳐야 비로소 한 병의 샴페인이 이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4. 내 잔고를 보호하면서 품격을 지키는 실전 가치 판단

결국 우리가 마시는 스파클링 와인의 최종적인 맛과 향은 마지막 '도사주' 과정에서 첨가하는 리큐어의 설탕 비율, 즉 당도 등급에 의해 결정됩니다. 대부분의 드라이한 제품은 '브뤼(Brut)'라고 적혀 있고, 약간의 단맛이 도는 것은 '드미 섹(Demi-Sec)', 아주 달달한 디저트용은 '두(Doux)'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식전주로 어울리는 브뤼에 익숙한 대중들이 많지만, 상큼하게 입안을 마무리하고 싶다면 식후 디저트 타임에 달콤한 드미 섹이나 두 등급을 고르는 것도 인생의 훌륭한 타이밍을 포착하는 지혜입니다.

자, "투 노 원 셀프(To know oneself)", 자신을 아는 것이 철학의 전부라고 늘 말씀드립니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억지로 무리해 가며 수십만 원짜리 명품 샴페인을 열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그 돈이면 차라리 정말 똑똑하고 품질 좋은 스페인산 까바(Cava)를 주문하십시오. 어설픈 이들은 그것이 샴페인의 또 다른 형제 브랜드인 줄 알고 넘어갈 것이며, 격조 높은 식사를 나누면서도 여러분의 소중한 은행 잔고는 우아하게 철벽 방어될 것입니다. 와인의 본질은 병에 붙은 라벨과 가격표가 아니라, 그것을 마주하는 당신의 소박하고 솔직한 마음 상태에 달려 있음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FAQ

스파클링 와인과 샴페인은 완전히 다른 술인가요?

아닙니다. 스파클링 와인은 기포(탄산)가 있는 모든 와인을 아우르는 넓은 개념입니다. 그중에서도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특정 품종으로, 전통적인 병내 2차 발효 공정을 거쳐 엄격하게 생산된 최고급 발포성 와인만을 특별히 '샴페인'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라벨에 적힌 NV는 무슨 뜻이며, 빈티지 제품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NV는 'Non-Vintage(논 빈티지)'의 약자로, 단일 연도의 포도가 아니라 여러 해에 수확한 와인들을 블렌딩하여 양조장 고유의 일관된 맛을 낸 대중적인 제품입니다. 반면 수확 연도가 찍혀 나오는 빈티지 제품은 기후가 극도로 좋았던 해에만 한정 생산되는 고가의 희소 와인입니다.

너무 떫지도 달지도 않은 적당히 맛있는 스파클링을 사려면 어떤 단어를 확인해야 하나요?

거의 대부분의 드라이한 스파클링 와인에는 '브뤼(Brut)'라고 표기되어 있어 식사와 곁들이기 좋습니다. 만약 약간의 단맛을 즐기며 식후에 편안하게 즐기고 싶다면 '드미 섹(Demi-Sec)'이라고 적힌 등급을 고르시면 실패가 없습니다.


원본 영상 보기

# 강헌
# 까바
# 데고르주망
# 돔페리뇽
# 로저굴라트
# 메토드샹프누아즈
# 샴페인
# 스파클링와인
# 와인
# 와인야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