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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은 서구 열강이 아닌 이웃나라인 일본에게 식민지배를 당하는 세계사적으로 매우 예외적이고 '변태적인' 식민화 과정을 겪었습니다.
  • 이로 인해 서구를 비판적으로 성찰할 겨를도 없이 '일본보다 앞선 선진 문명'으로 무비판적으로 동경하는 내면적 착종이 발생했습니다.
  • 최초의 대중가요인 '이 풍진 세월(희망가)'은 일본 엔카와 서양 찬송가 선율 위에 우리 민족의 절망과 계몽을 얹어 부른 그 모순의 결정체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요주의 인물 명리학자 강헌입니다. 우리는 왜 지금도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서구 국가들에 대해 묘하게 관대하고, 또 무비판적인 동경을 품고 살아가고 있을까요? 프랑스나 이탈리아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월드컵에서 일본과 미국이 붙으면 아무 고민 없이 미국을 응원하는 우리의 심리적 스탠스는 과연 어디서 출발한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현상은 우리가 과거에 겪었던 아주 독특하고 예외적인 역사적 경험, 즉 '변태적 식민지화'가 남긴 무의식적 상흔이자 내면적 착종의 결과입니다. 1920년대 조선 땅을 뒤흔든 최초의 대중가요 '이 풍진 세월(희망가)'의 기묘한 탄생 과정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왜 서구라는 거대한 환상에 사로잡히게 되었는지 그 본질을 아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왜 이 개념이 중요한가: 우리 무의식 속 '서구 동경'의 기원을 찾아서

많은 사람들이 한국인의 서구 선망을 단순한 현대 자본주의의 영향이나 문화적 세련됨에 대한 동경으로 치부하곤 합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훨씬 더 깊은 역사적 무의식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서구 문명이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존재인지 객관적으로 따져보고 비판적 거리를 확보하기도 전에, 그들을 '동경의 대상'으로 무혈입성시켰습니다.

이러한 무비판적 수용은 오늘날까지도 우리의 문화 소비 방식, 가치관, 심지어 국가적 스탠스를 결정짓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나 자신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To know oneself), 그리고 우리 대중문화의 기형적인 구조를 똑바로 직시하기 위해서는 이 내면적 착종의 실체를 반드시 파헤쳐야 합니다.

개념 정의: 세계사적 예외, '변태적 식민화'와 '내면적 착종'

현재 전 세계의 독립국가 200여 개국 중 근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식민지 경험을 겪지 않은 나라는 손에 꼽힙니다. 식민지 경험 자체는 세계사적으로 매우 보편적인 일이라는 뜻이죠. 쪽팔려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식민화 과정은 졸라게 변태적이었습니다.


안경을 쓴 중년 남성이 마이크를 들고 강연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 화면

식민지 경험이 남긴 내면의 상흔과 서구에 대한 무의식적 동경의 뿌리를 찾아갑니다.


우리외에 다른 모든 식민지 국가들은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등 백인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에 의해 식민화되었습니다. 당연히 그들에게 서구는 '철천지원수'이자 '비판적 극복의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딱 하나 예외적으로, 늘 한 수 아래로 얕잡아 보던 이웃 아시아 국가인 일본에게 국권을 침탈당했습니다.

여기서 엄청난 착종이 발생합니다. 조선의 지식인들과 민중들은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왜 저 왜놈들에게 나라를 빼앗겼을까?"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서구를 받아들여 근대화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우리에게 서구는 비판적으로 극복해야 할 제국주의 세력이 아니라, 일본을 이기기 위해 무조건 닮아야 하는 '거대한 환상이자 선망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강연장에서 마이크를 들고 손짓하며 이야기하는 중년 남성

식민지 시대 근대화 과정에서 우리가 서구를 무비판적으로 동경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짚어봅니다.


대중이 흔히 오해하는 것: 식민지 문화는 '순수한 저항'의 이분법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일제 강점기의 문화라고 하면, 왜놈들의 탄압에 맞선 순수한 민족적 저항 가요나 아니면 친일파들의 더러운 부역 행위라는 이분법으로만 세상을 바라봅니다. 과연 그럴까요? 진짜 역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당시 대중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노래와 문학 속에는 저항과 굴종, 동경과 절망이 기묘하게 뒤섞인 모순적 구조가 가득 차 있었습니다. 지배자의 문화를 빌려와 피지배자의 설움을 노래해야 했던 그 비극적인 모순을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식민지 시기 대중문화를 그저 껍데기로만 이해하게 됩니다.

'이 풍진 세월'에 담긴 모순과 개족보: 엔카와 찬송가의 기묘한 만남

이러한 내면적 착종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1921~1922년경 기생 박채선과 이류색의 목소리로 녹음된 '이 풍진 세월(희망가)'입니다. 이 노래는 삼일운동의 좌절 이후 식민지 조선 대중의 가슴을 후벼 파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런데 이 노래의 계보를 뜯어보면 참으로 기가 막힌 '문화적 개족보'를 자랑합니다.

  • 멜로디의 기원: 영국인 선교사가 만든 서양 찬송가 선율에서 출발했습니다.
  • 일본에서의 변형: 1890년대 일본에서 어린 학생들이 배가 전복되어 죽은 참사를 애도하는 곡으로 쓰이다가, 후일 후지산을 배경으로 한 일본의 애조 띤 대중가요, 즉 엔카(Enka)의 선율로 정착했습니다.
  • 조선으로의 유입: 2.8 독립선언서를 주도했던 도쿄의 조선인 유학생 그룹(이광수 등)이 이 일본 엔카 선율 위에 가사를 붙여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참 재미있지 않습니까? 우리 민족의 가장 깊은 절망과 계몽의 메시지를 담은 노래가, 다름 아닌 우리를 지배하는 일본 제국주의의 엔카 선율, 그리고 서양 찬송가의 DNA가 짬뽕된 그릇에 담겨 불린 것입니다. 서양 음악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기생들이 화성적 개념도 없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부르면서도, 리듬은 매마르고 기계적인 서양식 3박자를 따르는 이 기형적인 구조야말로 한국 근대가 마주한 착종의 민낯이었습니다.

실전 적용: 내 안의 무의식적 환상을 깨고 '자기 객관화'하기

그렇다면 이 역사적 사실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바로 우리 내면에 깊이 박혀 있는 '서구에 대한 무조건적인 환상'을 객관화하여 바라보는 도구로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안경을 쓴 중년 남성이 마이크를 잡고 강연하는 모습

대중문화 속에 숨겨진 모순과 복잡한 역사의 이면을 들여다봅니다.


이야기(스토리텔링)를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1910년대 장편소설의 출현부터 오늘날 넷플릭스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의 허구적 이야기에 열광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소비하는 우리의 무의식적 필터가 어디서 기원했는지를 모른다면, 우리는 영원히 남이 짜놓은 문화적 프레임의 노예로 살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미국을, 혹은 유럽의 문화를 무비판적으로 우러러볼 때, 그것이 정말 그 문화가 우월해서인지 아니면 '변태적 식민지화'의 역사 속에서 형성된 굴절된 선망의 찌꺼기인지를 스스로 질문해 보아야 합니다. 나를 둘러싼 무의식적 질서를 깨닫고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 그것이 바로 대중문화를 주체적으로 소비하고 참된 주체로 서는 첫걸음입니다.

자신을 아는 것(To know oneself)에서부터 진짜 성찰이 시작됩니다. 요주의 인물 강헌이었습니다.


FAQ

왜 한국의 식민지 경험을 '변태적 식민지화'라고 부르나요?

전 세계 대부분의 피식민 국가들은 지리적, 문화적으로 완전히 이질적인 백인 서구 국가들에 의해 지배당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역사적으로 늘 동등하거나 아래로 보았던 이웃 국가인 일본에게 지배당했습니다. 이는 세계사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형태이며, 이로 인해 서구를 지배자가 아닌 '일본을 이기기 위해 배워야 할 동경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기형적인 무의식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변태적'이라고 명명한 것입니다.

'이 풍진 세월(희망가)'의 멜로디는 정말 일본 노래인가요?

네, 맞습니다. 원래는 서양 선교사가 만든 찬송가 선율이었으나, 일본에서 학생 참사 애도곡을 거쳐 엔카(하얀 후지산의 기적)로 대중화된 선율입니다. 도쿄의 조선인 유학생들이 이 선율에 우리말 가사를 붙여 부르기 시작한 것이 한반도로 유입되어 조선 최초의 대중가요가 되었습니다.

식민지 시대 지식인들이 일본 선율을 가져다 쓴 이유는 무엇인가요?

당시 유학생을 비롯한 선각자들은 나라를 빼앗긴 절망 속에서 민중을 계몽하고 독립 의지를 고취할 새로운 노래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전통 음악(타령, 판소리 등)은 구시대의 것으로 여겼고, 당시 가장 세련되고 현대적인 '신상 문화'였던 일본 및 서구의 선율을 무의식적으로 차용하여 자신들의 메시지를 담아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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