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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 못 하는 생후 14~18개월 아기들도 어른의 단순 행동이 아닌 상황과 의도를 정확히 추론하여 합리적으로 행동합니다.
  • 자아 인식이 형성되는 두 살 무렵부터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마음읽기'와 공감 능력이 본격적으로 발달합니다.
  • 캐나다의 '공감의 뿌리' 교육처럼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는 연습은 또래 갈등과 학교 폭력을 줄이는 핵심 열쇠입니다.

아직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두 살배기 아기들이 어른의 행동과 그 속에 숨겨진 진짜 의도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인간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공감하는 놀라운 기초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아기들이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을 올바르게 다듬어줄 때, 아이는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1. 말 못 하는 아기가 보여주는 마음읽기의 시작

생후 14개월 된 아기에게 어른이 이상한 행동을 보여주는 실험을 진행해 보았습니다. 어른이 손을 굳이 쓰지 않고 머리로 스위치를 눌러 불을 켜는 모습입니다. 손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어른이 머리로 불을 켤 때 아기들은 똑같이 머리를 써서 불을 켭니다. 반면에 담요를 둘러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의 어른이 머리로 불을 켜면, 아기는 따라 하지 않고 손을 사용해 아주 손쉽게 불을 켭니다.


노란색 배경의 스튜디오에서 줄무늬 상의를 입은 아기가 앞에 놓인 동그란 스위치를 양손으로 조심스럽게 만지고 있다.

아이는 어른의 행동 의도를 파악하고 그대로 따라 하며 타인의 마음을 읽는 법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아기들은 단순히 눈앞의 동작을 무작정 흉내 내는 것이 아닙니다. 어른의 손이 묶여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쓴 것인지, 아니면 진짜 머리를 써야 하는 이유가 있는지를 스스로 행동의 의도를 추론하고 판단하는 것이죠. 이처럼 상대방의 상황과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을 심리학에서는 '마음읽기'라고 부릅니다.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이 작은 발걸음이 바로 공감 능력의 든든한 기초가 됩니다.

2. 왜 지금 공감 능력에 주목해야 하는가

아이가 자라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진학하면 또래 관계와 사회성이 큰 화두로 떠오릅니다. 교실 안에서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아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이화여자대학교 심리학과 연구팀이 중학생 500명을 조사한 결과, 인기가 많은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매우 탁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남의 마음을 잘 읽는 능력이 언제나 선한 결과로만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상대의 마음을 잘 읽으면서도 갈등을 중재하고 친구를 보호하는 '방어 집단'이 있는 반면, 그 능력을 악용해 오히려 또래를 괴롭히고 싸움을 주도하는 '가해 집단'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단순한 인지적 마음읽기를 넘어, 진심으로 타인의 슬픔과 기쁨에 발을 맞추는 진정한 공감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학교 폭력과 따돌림 문제를 해결하는 결정적 열쇠가 됩니다.

3. 행동의 의도를 추론하고 자아를 인식하는 발달 기전

그렇다면 공감 능력은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피어나는 걸까요? 공감 능력이 자리를 잡으려면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을 남과 구별하는 자아 인식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코에 빨간 점이 찍힌 아기가 뒤에서 안고 있는 엄마 옆에서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손으로 만지고 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며 자아를 인식해가는 과정입니다.


보통 24개월(두 살) 무렵이 되면 아기들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 묻은 얼룩을 닦아낼 수 있게 됩니다. 거울 속 모습이 바로 '나'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입니다. 나라는 존재를 확실히 인식한 뒤에야 비로소 자신을 타인의 위치에 놓아보는 감정 이입과 공감이 가능해집니다.


실내에서 줄무늬 상의를 입은 어린아이가 짤주머니를 들고 서 있고, 화면 하단에는 자막이 삽입되어 있습니다.

아이의 거짓말은 타인의 마음을 읽고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고도의 인지 능력이 발달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세 살 무렵이 되면 아이들은 간단한 거짓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입가에 초콜릿을 뻔히 묻히고도 "안 먹었어요"라고 시치미를 떼는 아이의 모습은 어른들에게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죠. 그런데 학자들은 이러한 거짓말의 출현을 상당한 인지적 발달의 증거로 봅니다. 과거의 일을 회상하고 미래를 예측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고 믿을지' 그 마음을 추론해 내는 고도의 마음읽기가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4. 교실에 초대된 아기: '공감의 뿌리'가 가져온 놀라운 변화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타인의 입장을 배려하는 마음을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요? 캐나다의 교육학자 메리 고든 박사는 마술 같은 교육 프로그램인 '공감의 뿌리(Roots of Empathy)'를 탄생시켰습니다. 방법은 놀랍게도 갓난아기를 교실로 초대하는 것입니다.


교실 바닥에 둘러앉은 아이들이 아기와 마주하고 있으며, 한 학생이 아기의 손을 잡으려 하자 아기가 환하게 웃고 있다.

교실로 찾아온 아기와 감정을 교류하며 자연스럽게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법을 배워갑니다.


학생들은 한 달에 세 번 교실을 찾아오는 아기의 표정과 울음소리를 관찰하며 아기가 지금 왜 울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기분을 맞춰보는 연습을 합니다. 아기를 통해 타인의 감정을 살피는 법을 배운 다섯 살, 초등학생 아이들에게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수업을 진행한 지 5년 만에 해당 학교의 괴롭힘과 따돌림 현상이 절반 이상 감소한 것입니다.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듯 타인의 입장이 되어본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공격성이 줄어들고 배려심이 깊어집니다. 심지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면서 학업 능력까지 대폭 향상되는 결실을 맺었습니다.

5. 일상 속에서 공감의 뿌리를 내리는 방법과 과제

아이들의 일상 갈등 속에서도 작은 말 한마디로 공감 능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빵 한 조각을 두고 서로 더 큰 걸 갖겠다고 다투는 세 살 아이들에게 단 하나의 규칙을 제시해 봅니다. "빵은 유서리가 자르고, 고르는 건 프로미가 하는 거야."


두 명의 어린이가 쟁반 위에 놓인 빵을 나누기 위해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담긴 방송 화면

친구와 간식을 나누어 먹는 과정에서 공평함에 대해 고민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어린이들의 솔직한 반응입니다.


자신이 자른 빵을 상대방이 먼저 선택하게 하자, 아이는 손을 덜덜 떨며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공평하게 빵을 나누기 시작합니다. 빵을 나누는 사람은 선택권이 없기 때문에, 똑같이 나누지 않으면 결국 자기가 손해를 보게 됩니다. 단지 한 마디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상황을 만들어 준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는 명쾌한 지혜를 얻게 됩니다.

아기들이 가까운 부모의 행동을 따라 하며 마음을 읽어내듯, 공감 능력 역시 가정과 학교의 따뜻한 시선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감정을 위로받았던 경험, 그리고 친구와 다투고 타협했던 놀이의 기억들이 쌓일 때, 우리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세상과 소통하는 든든한 공감의 뿌리가 깊게 내릴 것입니다.


FAQ

아기가 어른의 행동을 따라 할 때 정말 그 의도까지 이해하나요?

네, 실험에 따르면 생후 14개월 아기들도 어른이 손이 묶여서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썼는지, 손이 자유로운데도 머리를 썼는지 구분하여 행동의 '의도'를 추론한 뒤 합리적으로 모방합니다.

아이들의 공감 능력은 몇 살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되나요?

거울을 보고 자기 얼굴의 얼룩을 인지하는 24개월(두 살) 무렵 자아 인식이 생기며 공감 능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캐나다의 '공감의 뿌리' 수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갓난아기를 교실에 초대하여 아이들이 아기의 기분과 감정 변화를 관찰하고 추론하게 합니다. 이를 통해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습득하며 학교 폭력을 절반 이상 감소시키는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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