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5시간 거리인 전남 강진의 200년 된 고택을 매입해 직접 수리하고 정착한 젊은 부부의 이야기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 H빔 보강과 우물마루 복원 등 1년여에 걸친 정성 어린 중수로 단순한 시골집을 넘어 평생의 안식처로 탈바꿈시켰습니다.
- 부동산적 투자가치보다 삶의 여유와 역사적 온기를 선택한 이들의 보금자리는 현대 주거 문화에 깊은 울림을 줍니다.

서울에서 차로 무려 다섯 시간을 달려야 닿는 전라남도 강진군 병영면. 높은 토석담길을 따라 들어가면 200년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고택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기왓장에 적힌 도광 6년(1826년)이라는 연호가 증명하듯 조선시대부터 자리를 지켜온 이 집은, 장성현 씨와 권경진 씨 부부가 정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3년간 방치되어 있던 그야말로 폐가였습니다.
주변에서는 "폐가 체험이라도 하려는 거냐"며 모두가 뜯어말렸지만, 부부는 400여 평의 널찍한 마당과 아담한 시골집에 첫눈에 반했습니다. 헌 집은 손댈수록 예뻐진다는 신념 하나로 덜컥 집을 계약하고 1년 가까이 고된 수리 작업에 나선 부부. 과연 200살 넘은 폐가는 어떤 따스한 보금자리로 변신했을까요?
기나긴 세월을 간직한 고즈넉한 돌담길이 펼쳐진 강진의 한 마을 풍경입니다.
200년 된 시골 폐가의 반전: 강진 고택으로 이주한 젊은 부부
새 집은 갈수록 못생겨지지만, 헌 집은 손댈수록 예뻐진다는 마음으로 시작된 보금자리 마련은 1년에 걸친 정성으로 결실을 맺었습니다. 대문에서 현관까지 이어지는 돌길만 무려 50m에 달하며,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집을 감상하는 여유를 저절로 배우게 됩니다. 빠른 속도에 익숙했던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 느리지만 확실한 삶의 방향을 찾아 나선 셈입니다.
이 집은 본래 단순한 살림집이 아닌 특별한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마당에서 발견된 커다란 망와와 막새, 그리고 모든 방이 통로로 연결된 독특한 구조는 과거 군사 요충지였던 병영면의 역사와 맞닿아 있습니다. 조선시대 장군이 책을 읽던 공간이거나 경호 및 서비스를 위한 구조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고택은 이제 젊은 부부의 새로운 도화지가 되었습니다.
긴 세월을 버텨온 지붕은 하중을 이기지 못해 구조적 보수가 불가피했습니다.
자산가치보다 삶의 질: 왜 헌 집 수리에 주목하는가
현대 사회에서 집은 종종 투자의 대상이나 재산 가치로만 평가받곤 합니다. 하지만 부부는 수리비만 집값의 두 배 이상(본채 약 8,500만 원, 별채 약 3,000만 원)을 들이면서도 시골 고택을 선택했습니다. 단열과 생활 편의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적인 리모델링보다 약 30% 이상의 비용이 더 들어갔지만,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비싸게 파는 재산이 아니라 오래도록 행복하게 거주할 평생의 집이었습니다.
오래된 집을 고쳐 사는 과정은 단순히 건물을 고치는 작업을 넘어, 그 집에 쌓인 세월과 이웃의 추억을 물려받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전에 살던 외가의 추억을 찾으러 온 방문객이 문에 붙어 있던 어린 시절의 판박이 스티커를 보며 감동하듯, 헌 집을 지켜내는 노동은 사람과 사람을 따뜻하게 이어주는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기존의 목구조는 최대한 살리고 H빔으로 구조를 보강해 200년 된 고택을 튼튼하고 안락한 집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H빔 보강부터 전통 살리기까지: 200년 세월을 고쳐낸 건축적 비결
오랫동안 비어 있던 집은 기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벽이 뒤로 밀리고 구조가 비틀어져 있었습니다. 수리를 맡은 성현 씨는 집을 전체적으로 들어 올린 뒤 사각 파이프와 H빔으로 구조를 보강하는 고난도 작업을 거쳤습니다. 6개월간 원룸에 거주하며 먼지를 뒤집어쓰고 밤낮없이 작업한 끝에 집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한옥 고유의 아름다움은 최대한 살렸습니다. 요즘은 구하기조차 힘든 정교한 우물마루를 그대로 보존했고, 박공 형태의 천장과 고즈넉한 나무 기둥을 살려 신구의 조화를 이끌어냈습니다. 서까래와 툇마루가 선사하는 고풍스러운 멋에現代적인 단열과 편의성을 더해, 미적인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동시에 잡았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깃든 옛 나무 기둥과 서까래를 살려 보수함으로써 고택 본연의 멋과 현대적인 실용성을 동시에 갖췄습니다.
공간이 바꾼 일상: 웹툰 작가와 자급자족 라이프의 결합
집이 바뀌자 부부의 삶의 방식도 커다란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패션 회사에서 근무하다 웹툰 작가로 전업한 경진 씨에게 마당의 꽃과 나무, 그리고 고택에서의 일상은 무한한 창작의 영감이 되어줍니다. 인터넷만 연결되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 덕분에 시골에서의 삶이 한층 더 풍요로워졌습니다.
마당 한구석에는 직접 만든 아궁이를 두고, 마당에서 수확한 재료로 천연염색을 하거나 허브와 작물을 가꿉니다. 또한 마을 주민들과 함께 국궁을 배우고 제철 배추로 부침개를 만들어 먹는 일상은, 단순한 귀촌을 넘어 지역 사회에 온전히 스며든 행복한 삶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직장이 아닌 나만의 공간에서 자연을 벗 삼아 웹툰을 그리는 일상이 새로운 영감이 되고 있습니다.
속도 대신 방향: 세월과 온기를 물려받는 주거의 미래
"이 집을 팔 생각은 전혀 없어요. 우리가 마음에 드는 집을 만들었고, 여기서 만족스럽게 살고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부부는 이 집을 만들어가며 먼 훗날 자신들의 노년의 모습까지 함께 보았다고 말합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나 투자가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매일 누리는 삶의 여유와 정성이라는 것을 이 집은 나지막이 증명해 줍니다.
200년의 세월을 버텨온 집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 다시 숨을 쉬듯,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빠르고 화려한 집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오랜 시간의 결을 존중하고 나만의 속도로 삶을 가꾸어가는 강진 고택의 이야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거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따뜻한 질문을 던집니다.
낡고 오래된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추억을 나누는 안식처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FAQ
200년 된 고택의 전체 수리 비용은 얼마나 들었나요?
본채 수리에 약 8,500만 원, 별채 수리에 약 3,000만 원이 소요되었습니다. 실제 평생 거주를 목적으로 단열과 편의성을 크게 강화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인테리어 복원 단가보다 약 30% 이상 추가 비용이 들었습니다.
기울어지고 낡은 고택의 구조적 안전은 어떻게 해결했나요?
기와의 무거운 무게로 밀려난 벽과 기울어진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집을 들어 올려 사각 파이프와 H빔 구조 보강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전통 목구조의 멋은 살리면서도 건물 전체의 안전성을 확보했습니다.
시골 고택 리모델링 시 기존 자재는 어떻게 활용했나요?
요즘은 만들기 어려운 전통 우물마루와 고유의 판문, 격자문 등 귀한 목재 구조를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살려 고택 특유의 역사성과 멋을 유지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