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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둔산 자락 꼭꼭 숨겨진 암자 석천암에서 15년째 은둔하며 수행 중인 천산 스님의 비움의 삶을 소개합니다.
  • 참선이란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닌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스님의 가르침을 통해 자발적 불편함이 주는 평온을 조명합니다.
  • 번잡한 속세를 떠나 고요한 산속에서 따뜻한 정을 나누는 스님의 일상은 지친 현대인들에게 깊은 위로를 건넵니다.

※ 이 포스트는 2018년 6월 13일에 방송된 <한국기행 - 은둔의 낙원 3부 왜 산으로 오셨나요>의 일부를 발췌하여 작성하였습니다.

푸른 녹음이 짙어가는 계절, 아찔한 협곡 사이로 흐르는 시원한 물줄기가 발길을 붙잡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수려한 절경을 간직한 대둔산인데요. 이곳 깊은 품속에는 오직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무려 15년째 자신만의 낙원을 일구어가는 이가 있습니다. 바로 대둔산 석천암의 천산 스님입니다. 우리는 왜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피로한 사회에서, 이토록 철저한 은둔의 삶에 마음을 빼앗기는 걸까요? 그 고요하고도 따뜻한 은둔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흔들리는 다리를 건너, 하늘과 맞닿은 암자로 향하다

대둔산 석천암으로 가는 길은 결코 녹록지 않습니다. 해발 670m의 아찔한 협곡을 가로지르는 구름다리를 건너야 하고, 세차게 쏟아지는 선녀폭포의 하얀 물줄기를 지나쳐야 하죠. 출렁이며 흔들리는 구름다리 위에서 무서워하는 제작진에게 천산 스님은 넌지시 인생의 진리를 건넵니다. "원래 인생사가 흔들리는 거 아니냐"며, 그 흔들림조차 삶의 재미로 받아들이는 스님의 여유에 마음에 잔잔한 울림이 일어납니다.


짙은 녹음이 우거진 대둔산 계곡 사이로 흐르는 폭포와 그 옆을 지나는 철제 계단과 다리

해발 670m 아찔한 협곡을 지나 만나는 선녀폭포는 암자로 향하는 길목에서 잠시 쉬어가는 쉼터가 되어줍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가파른 돌계단을 걷고 또 걸어야만 비로소 목적지에 닿을 수 있습니다. 마치 하늘로 걸어 올라가는 듯한 계단을 지나 한 시간 남짓 걸었을까요? 번잡한 속세의 소음이 저만치 멀어지고 마음속 번뇌가 씻겨 내려갈 때쯤, 대둔산이 꼭꼭 숨겨놓은 제비집을 닮은 작은 암자, 석천암이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배낭을 멘 사람이 가파른 산길의 나무 계단을 따라 위쪽으로 걸어 올라가고 있다.

하늘과 맞닿은 듯 아찔하게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석천암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아무것도 안 하려고" 은둔을 선택한 진짜 이유

천산 스님은 왜 이 험하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왔느냐는 질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들어왔다"고 답합니다. 스님이 머무는 암자는 인도말로 '아란냐(Aranya)'라고 부르는데, 이는 '은둔' 혹은 '멀리 숨어 있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쉽게 닿지 않는 곳이어야만 비로소 온전히 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색 모자를 쓴 중년 남성이 숲속 바위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멧돼지 사냥꾼이 부처를 보았다는 전설이 깃든 석천암은 이곳을 찾는 이들의 마음을 순하게 다독여줍니다.


좁고 협소한 석천암에서는 무언가를 거창하게 하려고 하면 오히려 부담이 됩니다. 스님은 이곳에서 오직 '참선'만을 행하며 살아갑니다. 스님이 말하는 참선이란 거창한 수행이 아닙니다. 그저 가만히 서서 복잡한 생각과 걱정을 하지 않는 것, 즉 내면을 비워내는 과정입니다. 끊임없이 미래를 계획하고 과거를 후회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각을 멈추는 물리적 공간은 그 자체로 거대한 구원이 됩니다.

멧돼지 사냥꾼이 활을 꺾고 터를 잡은 사연

석천암에는 흥미로운 전설이 전해 내려옵니다. 옛날, 한 멧돼지 사냥꾼이 활을 맞은 돼지를 쫓아 이곳까지 흘러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냥꾼의 눈에 쫓기던 돼지가 갑자기 부처님으로 보이는 신비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 순간 깊은 깨달음을 얻은 사냥꾼은 더는 살생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활을 부러뜨렸고, 이곳에 움막을 지어 돌을 닦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석천암의 시작입니다.

스님은 이 험한 암자까지 부처님 불상을 지게에 짊어지고 직접 올라왔습니다. 무거운 무게에 구슬땀을 흘려야 했지만, 그날 느꼈던 뿌듯함과 행복은 결코 무겁지 않았다고 회상합니다. 스스로 착한 일을 했다는 충만함, 그리고 나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되었다는 따뜻한 마음이 고된 노동의 무게를 기꺼이 이겨내게 한 것입니다.

지친 현대인들이 잠시 짐을 내려놓는 곳

이 깊고 고요한 암자에도 가끔 산행객들이 찾아오곤 합니다. 천산 스님은 찾아오는 이들을 결코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습니다.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네며 그들의 지친 신수를 살피고, 부부싸움을 하고 온 이들에게는 넉넉한 웃음과 조언으로 마음을 어루만져 줍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이 소박한 마루는 세상에 지친 이들이 잠시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든든한 쉼터가 되어줍니다.


깊은 산속 암자 마당에서 스님과 방문객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언제 찾아와도 넉넉한 품으로 지친 이들을 맞이하는 산속 암자의 평온한 일상입니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스님은 손수 가마솥에 불을 지펴 따뜻한 밥 한 그릇을 지어 대접합니다. 산중에서 마주하는 소박한 제철 밥상은 그야말로 그 어떤 산해진미보다 값진 별미입니다. 빗소리를 들으며 나누는 따뜻한 밥 한 끼와 정겨운 담소 속에서, 방문객들은 잊고 지냈던 인생의 참된 행복과 여유를 다시금 발견하게 됩니다.


검은 승복을 입은 스님이 실내에서 식사하며 생각에 잠긴 모습

따뜻한 밥 한 끼에 담긴 스님의 정성이 지친 이들의 마음을 포근하게 어루만집니다.


소란한 세상 속, 당신만의 '아란냐'는 어디에 있나요

천산 스님은 이 고립되고 쓸쓸할 수 있는 산중 생활이 오히려 마음을 가장 편안하게 해준다고 고백합니다. 변화무쌍한 세상 속에서도 변치 않는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매일 새벽 예불로 하루를 시작하고 정진하는 삶. 그것이 스님이 15년 동안 석천암을 지키며 살아온 비결이자 삶의 철학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무거운 지게를 지고 가파른 인생의 계단을 오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 하루, 잠시 모든 생각을 멈추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요? 거창한 산속 암자가 아니더라도,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어 설 수 있는 당신만의 고요한 '석천암'을 찾으실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FAQ

대둔산 석천암은 어떤 곳인가요?

대둔산 해발 670m 부근에 위치한 암자로, 바위틈에서 맑은 물이 솟아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옛날 한 멧돼지 사냥꾼이 쫓던 돼지가 부처님으로 보이는 신비한 일을 경험한 후 활을 꺾고 이곳에 터를 잡았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천산 스님이 말하는 '참선'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스님은 참선이란 특별히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복잡한 생각과 걱정을 내려놓고 마음을 고요하게 비워내는 과정입니다.

일반 산행객도 석천암에 방문할 수 있나요?

네, 대둔산을 찾는 산행객들이 지친 걸음을 쉬어가곤 합니다. 천산 스님은 찾아오는 이들에게 따뜻한 차 한 잔이나 소박한 공양을 대접하며 위로를 건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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