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15세 사춘기 남학생들은 급격한 신체적 변화를 겪으며 부모로부터 독립해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으려 시도합니다.
- 억지로 자리에 앉히는 대신 충분한 아침 신체 활동을 보장하고, 역할극을 통해 감정 언어를 가르치면 소년들의 자기 조절 능력과 공감 능력을 크게 키울 수 있습니다.
- 과보호를 거두고 타인을 존중하는 법을 알려주는 '좋은 어른(멘토)'의 존재야말로 방황하는 소년을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이끄는 핵심입니다.

어느 이른 새벽, 호주 멜버른 외곽의 한 언덕에 이제 막 9학년(한국의 중학교 3학년)이 된 소년들과 부모들이 깊은 침묵 속에 모여듭니다. 도대체 뭘 하려는 걸까요? 어머니는 아들의 등에 가만히 손을 얹고, 부모에게 기대어 살던 어린 시절과 작별하는 '떠남의 의식'을 치릅니다. 14세에서 15세, 더 이상 아이는 아니지만 아직 어른도 아닌 이 시기의 소년들은 전 세계 어디서나 가장 걷잡을 수 없는 방황을 겪곤 합니다. 과보호라는 안락한 울타리를 거두고, 소년들이 스스로 삶을 책임지는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하려면 과연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요? 소년들의 닫힌 마음을 열고 진정한 남성성을 일깨워주는 세계 각국의 특별한 교실로 가봅니다.
소년에서 남자로, 홀로서기를 시작하다
소년들이 방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곁에 '좋은 성인 남자의 모델'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만 13세를 기점으로 부모와 심리적 분리를 시도하는 소년들은, 진정한 남자가 무엇인지 모른 채 그저 강하고 거칠어 보이는 가짜 가면을 쓰곤 합니다. 호주의 30여 개 고등학교에서 도입한 1년 과정의 '여행 프로그램'은 바로 이 지점에 주목합니다.
어린 시절의 울타리를 넘어 스스로 삶을 책임지는 어른으로 나아가기 위한 특별한 의식이 시작됩니다.
이 프로그램의 유일한 원칙은 상호 존중입니다. 학생들은 둥글게 모여 앉아 팔굽혀펴기를 하며 자신의 한계에 도전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남을 이기는 경쟁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친구를 향해 진심 어린 박수와 지지를 보내는 경험입니다. 서로를 조롱하지 않는 안전한 환경 속에서 소년들은 타인을 인정하는 법과 자기 자신과 싸워 이기는 '근성'을 배웁니다. 어릴 적 쓰던 장난감을 스스로 떼어내고, 숲 속에서 홀로 야영하며 한계에 부딪히는 시간. 이 고단한 훈련을 거치며 아이들은 비로소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어른의 문턱을 넘게 됩니다.
가만히 앉아있는 교실,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그렇다면 학교는 이 역동적인 소년들을 어떻게 품어야 할까요? 아동 심리학자 마이클 톰슨은 평균적인 남자아이들이 가만히 앉아있는 것을 혐오하며, 억지로 묶어둘 경우 오히려 분노와 일탈을 쌓게 된다고 지적합니다. 생물학적으로 신체 활동성이 훨씬 강한 소년들에게 거친 신체 놀이는 자연스러운 본능입니다.
가만히 앉아 수업에 집중하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는 강압적인 통제보다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의 한 초등학교에서 4학년 남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1교시 시작 전 단 20분간 아침 운동을 하도록 한 결과, 수업 중 돌아다니거나 딱지를 치는 등의 일탈 행동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에너지를 충분히 발산한 아이들은 억지로 타이르거나 혼내지 않아도 스스로 차분하게 수업을 준비하는 진풍경을 연출했습니다. 적절한 신체 활동은 단순히 몸을 푸는 것을 넘어, 소년들의 자기 조절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가장 확실하고 든든한 처방전입니다.
폭력과 방황을 멈추게 한 '공감'의 마법
신체적 성장과 함께 힘을 과시하려는 심리가 커지는 중학교 시기, 학교 폭력은 가장 심각한 수치로 치솟습니다. 미국 윌리엄스타운 중학교는 이 문제를 가해자 처벌이 아닌 '공감 능력 확대'로 풀어냈습니다. 바로 노르웨이에서 개발된 오베우스 집단 따돌림 예방 프로그램입니다.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해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공유하고 역할을 나누는 교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역할극을 통해 피해자, 가해자, 방관자 등 8가지 역할을 번갈아 맡아봅니다. 입장을 바꿔 피해자의 고통을 온전히 느껴보고, '무방비', '비난', '방관자' 같은 정확한 감정 언어를 배우며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는 법을 익힙니다. 감정 표현에 서툴러 주먹부터 앞서던 소년들이 피해자의 심정에 깊이 공감하게 되자, 놀랍게도 프로그램 도입 1년 만에 학교 폭력 발생률이 절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곁에서 지켜보던 방관자들이 피해자를 보호하는 적극적인 방어자로 돌아서며 학교 전체의 온도를 바꿔놓은 것입니다.
든든한 어른으로 자라기 위해 필요한 것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매일같이 엇나가던 호주의 16살 제임스 역시, 특별 학급에서 두 명의 남자 선생님과 1년을 보내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거부하고 화를 내는 것이 멋진 남자라고 믿었던 소년은, 24시간 언제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멘토들을 통해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묵묵히 배웠습니다.
방황하던 소년이 주변의 따뜻한 지지와 교육을 통해 성숙한 남자로 성장해 나갑니다.
쉽고 빠르게 어른이 되는 길은 없습니다. 거칠고 공격적인 태도를 남성성으로 착각하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비난이나 억압이 아닙니다. 마음껏 땀 흘릴 수 있는 시간, 타인의 아픔을 읽어내는 다정한 언어, 그리고 올바른 길을 보여주는 좋은 어른의 따뜻한 시선입니다. 당신의 곁에도 지금, 서툴지만 치열하게 어른이 될 준비를 하는 소년이 있나요? 그 고단하고도 눈물 나는 여행길에 기꺼이 든든한 동행자가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FAQ
왜 하필 14~15세 시기에 특별한 교육이 필요한가요?
이 시기는 2차 성징이 나타나고 부모와 심리적으로 분리되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좋은 역할 모델이 없다면 잘못된 남성성(공격성, 무책임)을 학습해 방황하거나 폭력성을 띨 수 있기 때문에, 올바른 남성성과 책임감을 길러주는 맞춤 교육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활동성이 강한 남자아이들의 수업 집중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억지로 자리에 앉혀두기보다 수업 시작 전 20분 정도의 아침 운동을 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신체 에너지를 충분히 발산하게 하면 일탈 행동이 크게 줄고, 자기 조절 능력과 정서적 안정감이 향상됩니다.
학교 폭력을 예방하는 데 공감 능력이 왜 중요한가요?
가해자를 단순히 처벌하는 것을 넘어, 역할극 등을 통해 피해자의 고통을 스스로 이해하고 공감하게 만들면 방관하던 아이들까지 든든한 방어자로 변모합니다. 정확한 감정 언어를 가르치면 폭력 대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게 되어 실질적인 폭력 발생률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