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nel_banner
  • 부산의 대형 수리 조선소에서는 4만 톤급 플로팅 독을 바다 밑으로 가라앉혀 낡은 선박을 안전하게 상가시키는 고도의 입거 작업이 매일 벌어집니다.
  • 250바의 고압 세척부터 비좁은 엔진룸의 축 해체, 밀폐된 기름 탱크 청소까지 작업자들은 오직 수작업과 정성으로 60여 가지의 험난한 공정을 묵묵히 완수합니다.
  • 14일간의 치열한 구슬땀 끝에 환골탈태한 선박이 다시 먼바다로 안전하게 출항하는 모습은 우리 수리 조선 기술의 저력과 노동의 숭고한 가치를 증명합니다.

축구장 2배 길이에 맞먹는 210m, 무게만 무려 4만여 톤에 달하는 거대한 구조물이 바다 위에 떠 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이 거대한 시설이 서서히 물 밑으로 가라앉기 시작합니다. 대체 무슨 일일까요? 이곳은 선박들의 종합병원이라 불리는 부산의 대형 수리 조선소입니다. 낡고 병든 배를 물에 띄운 채로 들어 올려 새 배처럼 고쳐내는 '플로팅 독(Floating dock)'의 입거 현장이죠. 수십 년을 이어온 우리 작업자들의 정성과 기술력이 어떻게 낡은 선박을 14일 만에 완벽하게 환골탈태시키는지, 그 치열하고도 따뜻한 구슬땀의 현장으로 갑니다.

오차 10cm를 통제하라, 무동력 선박을 안착시키는 플로팅 독의 비밀

수리할 배를 독 안으로 들이는 입거 작업은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8m 수심까지 플로팅 독이 가라앉으면, 동력을 완전히 끈 수리 선박이 예인선에 이끌려 조심스럽게 다가옵니다. 무동력 상태의 거대한 배를 독 정중앙에 위치시키는 비결은 바로 오차 범위 10cm 이내를 유지하며 8개의 밧줄로 중심을 잡는 정밀한 통제에 있습니다. 파란 줄로 전후진을, 노란 줄로 좌우를 맞추며 조금씩 배를 당겨오는 것이죠.


하늘에서 내려다본 플로팅 독 안으로 선박이 진입하고 있으며, 여러 개의 밧줄로 배의 중심을 잡고 있다.

무동력 선박이 독 안에서 정중앙에 위치할 수 있도록 여덟 개의 밧줄을 이용해 미세하게 중심을 잡는 과정입니다.


선상에서 1차로 중심을 잡고 나면, 잠수사들이 흐린 물속으로 뛰어듭니다. 배 하부를 지탱할 반목(盤木) 위에 선박의 중심축이 제대로 얹혔는지 수십 개의 틈새를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이 이어집니다. 좁고 날카로운 배의 하중을 완벽하게 분산시켜야 하기에, 잠수사들의 예민한 손끝에서 배의 안전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랍니다.

종잇장처럼 찢어지는 수압과 밀폐된 탱크, 극한의 수리 공정

무사히 배가 물 위로 올라오면 본격적인 수리가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됩니다. 가장 먼저 진행되는 세척 작업은 일반 소화전 수압의 125배에 달하는 250바(bar)의 고압수를 뿜어내어 선체에 들러붙은 해양 생물과 부식을 씻어내는 위험천만한 공정입니다. 배를 지탱하는 단단한 아피통 나무 반목조차 종잇장처럼 찢어질 정도의 위력이니, 작업자들에겐 그야말로 매 순간이 긴장의 연속일 수밖에 없대요.


강한 수압에 의해 표면이 심하게 뜯겨 나가고 파손된 붉은색 아피통 나무 블록의 근접 촬영 화면.

선박 수리 과정에서 사용하는 단단한 아피통 나무조차 고압 세척기 앞에서는 종잇장처럼 찢겨 나갈 정도로 강력한 작업 환경이 펼쳐집니다.


선박의 추진력을 책임지는 프로펠러와 축을 분리하는 과정도 험난하기 짝이 없습니다. 작업자 두 명이 겨우 들어가는 좁고 고온 다습한 선미 내부에서, 단단히 굳어버린 리머 볼트를 빼내려 하루 종일 안간힘을 씁니다. 이렇게 분해된 프로펠러 축은 기계 작업장으로 옮겨져 자분 탐상 검사를 받습니다. 형광 물질이 섞인 쇳가루를 뿌리고 자외선을 비춰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미세한 흠집까지 꼼꼼하게 찾아내는 정성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작업자가 전자석 장비를 사용하여 선박 부품의 미세한 균열을 검사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품의 미세한 틈까지 찾아내어 선박의 안전을 확보하는 정밀 검사 과정입니다.


여기에 찌꺼기로 가득 찬 비좁은 유류 탱크 청소도 빼놓을 수 없죠. 산소 농도를 확인한 뒤, 세 겹의 옷과 방수포로 무장한 채 밀폐된 탱크 안으로 몸을 구겨 넣는 작업자들. 일일이 손걸레로 기름때를 닦아내는 이들의 묵묵한 수고가 있기에 멈췄던 배의 심장이 다시 힘차게 뛸 수 있는 것이겠죠.

14일간의 환골탈태, 다시 먼바다로 향하는 든든한 출항

어느덧 수리 8일 차, 선체 외판을 매끄럽게 다듬는 샌드 블라스팅 작업이 시작됩니다. 광물 찌꺼기로 만든 'PS볼'을 고압 분사해 녹과 낡은 페인트를 벗겨내는 과정인데요. 쏟아지는 모래의 압력이 워낙 강해 이중 삼중의 보호구 착용은 필수랍니다.


작업복과 두건을 쓴 남성이 인터뷰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 화면

선체 도장 전 페인트를 제거하고 표면을 다듬는 샌드 블라스팅 작업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수리의 마침표를 찍는 도장 작업은 부식을 막는 방청 도료, 해양 생물 부착을 막는 방오 도료, 그리고 이들을 단단히 이어줄 접착 도료까지 무려 3가지 페인트를 4회 이상 덧칠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완성됩니다.

숨 가쁘게 달려온 14일간의 대장정 끝에, 마침내 플로팅 독이 다시 하강하며 선박이 말끔해진 모습으로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선박 내부에서 작업자가 녹색 밸브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수리를 마친 선박이 다시 바다로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누수 여부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밸브 쪽에 물이 새지 않는지 숨죽여 지켜보는 마지막 점검의 순간. 다행히 아무 이상 없이 독을 빠져나온 선박은 만선의 꿈을 안고 다시 먼 북태평양을 향해 나아갈 채비를 마칩니다.

당신에게도 낡고 고단한 몸과 마음을 새롭게 칠하고 정비할 시간이 있나요? 거대한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위해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수리 조선소 사람들. 그들의 오랜 정성과 묵묵한 헌신이 만들어낸 이 눈물나게 따뜻한 진풍경이 우리에게 든든한 위로를 건넵니다.


FAQ

플로팅 독(Floating dock)이란 무엇인가요?

바다 위에 띄워둔 거대한 구조물 안에 선박을 들여놓고 수리할 수 있게 만든 '움직이는 조선소'입니다. 독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힌 뒤 배를 들이고 다시 떠오르게 하는 방식으로, 선박을 육지로 끌어올릴 때 발생할 수 있는 선체 하부 파손 위험을 줄여줍니다.

선박의 외부 세척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일반 소화전 수압의 125배에 달하는 250바(bar)의 강력한 고압 세척기를 사용합니다. 선체에 들러붙은 따개비나 홍합, 부식된 흔적을 단번에 씻어내지만, 단단한 나무 반목이 찢어질 정도로 수압이 강해 작업 시 고도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수리된 선박에 칠하는 세 가지 도료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해수와 닿아 철판이 녹스는 것을 막는 '방청 도료', 해양 생물이 배에 달라붙는 것을 방지하는 '방오 도료', 그리고 이 두 가지 페인트가 선체에 잘 붙도록 돕는 '접착 도료'를 4회 이상 겹쳐 칠해 가혹한 해양 환경으로부터 선박을 완벽히 보호합니다.


원본 영상 보기

# EBS다큐
# 극한직업
# 노동의가치
# 샌드블라스팅
# 선박검사
# 선박수리
# 수리조선소
# 자분탐상검사
# 플로팅독
# 해양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