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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이 보이지 않는 신이나 사후 세계를 굳게 믿는 현상은, 인류가 불확실하고 위험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달시킨 뇌의 생존 기제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 뇌과학 연구 결과, 우리 뇌에 종교적 체험만을 전담하는 특별한 단일 영역(갓스팟)은 없으며, 일상생활을 처리하는 신경 네트워크를 그대로 활용해 초월적 존재를 인지합니다.
  • 시대가 변하고 전통적인 종교의 형태가 달라지더라도 소속감과 위안을 갈구하는 인간의 본성은 계속될 것이며, 우리는 연대를 위한 새로운 믿음을 끊임없이 찾아 나갈 것입니다.

보이지도, 눈으로 확인할 수도 없는 죽음 너머의 세계. 그 아득한 미지의 영역을 향한 인간의 굳은 믿음은 참으로 생경하고 경이롭습니다. 세계 곳곳의 사람들은 사후 세계를 상상하고, 때로는 초월적인 존재에게서 고단한 삶의 위로를 받곤 하죠. 과학과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현대 사회에서도 종교와 믿음의 힘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왜, 보이지 않는 존재를 이토록 간절히 믿는 걸까요? 뇌과학과 인지종교학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의 믿음은 단순한 환상이나 나약함이 아닙니다. 그것은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우리를 살아남게 한, 그야말로 눈물 나게 치열한 '생존 본능'의 결과물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한 경이로운 믿음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사람들은 종종 평화로운 빛이나 아름다운 천국을 보았다고 증언합니다. 인종과 문화, 종교적 배경이 달라도 이들이 묘사하는 사후 세계의 모습은 사뭇 비슷하죠. 이는 우리가 모두 비슷한 구조의 뇌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초월적 존재를 향한 믿음은 일상의 고통 속에서도 피어납니다.


점집 제단에 놓인 흰 호랑이 조각상과 촛불, 꽃 장식

고단한 삶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초월적 존재에게 위로를 구합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육체의 고통과 집안의 우환 속에서 무너져 내리던 한 무속인의 사연은 우리의 마음을 울립니다. 남들은 꾀병이라 손가락질할 때, 살기 위해 묵묵히 신을 받아들여야 했던 그 고단한 과정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무게일 겁니다. 더 이상 아프게 살고 싶지 않아 간절히 기도를 올리고 신을 맞이한 그녀의 모습에서, 인간이 신을 갈구하는 근원적인 이유를 엿볼 수 있습니다. 신은 두려움에 떠는 유한한 인간에게 든든한 위안과 많은 것을 약속해 주기 때문입니다.

뇌 속에 '신의 자리'가 따로 있을까요?

그렇다면 신을 만나는 순간, 우리의 몸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우리 뇌 안에 신과 연결되는 특별한 영역, 이른바 '갓스팟(God Spot)'이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특히 영적 체험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측두엽이 그 후보였죠. 하지만 뇌과학자 앤드루 뉴버그 교수가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등 다양한 종교인들의 뇌를 촬영한 결과는 우리의 예상을 빗나갔습니다.


병원 진료실에서 붉은색 의료복을 입은 여성이 헤드폰을 쓰고 서 있는 모습

뇌과학자들은 종교적 수행 중인 사람들의 뇌 반응을 관찰하며 믿음의 기원을 찾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뇌에 종교적 체험만을 전담하는 단 하나의 '신의 영역'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신을 만났다고 느끼는 그 경이로운 순간, 뇌의 특정한 한 곳이 켜지는 것이 아니라 뇌의 여러 부분이 동시에 연결되며 반응했습니다. 즉, 우리의 뇌는 일상생활을 할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신에 대해 반응한다는 것입니다. 특별한 영적 안테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평범한 뇌 자체가 신을 인지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겁쟁이 뇌'

뇌가 일상적인 방식으로 신을 인지한다면, 이 믿음의 기원은 인류의 아주 오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수렵 채집 시절, 거친 대자연 속에 내던져진 인류는 마치 연약한 어린아이와 같았습니다. 맹수의 위협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의 뇌는 주위의 작은 변화에도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독특한 능력을 키워냈습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듣고 그저 바람일 뿐이라고 여긴 원시인은 뱀에게 물려 죽었지만, 보이지 않는 위험한 포식자가 있을 것이라 상상하고 도망친 원시인은 살아남았습니다. 만약을 위해 일단 위험을 멀리하는 편이 생존에 훨씬 유리했던 것이죠. 이렇게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없는 것도 있다고 믿으며 조심하는 '겁쟁이 뇌'를 우리는 물려받았습니다. 이 예민하고 방어적인 뇌를 가진 인간에게, 세상의 모든 불확실성과 두려움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초월적 존재는 반드시 필요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왜 신을 사람처럼 상상할까요?

재미있는 점은, 우리가 이 거대한 초월적 존재를 상상할 때 자꾸만 '인간'의 모습에 빗대어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인지종교학자들이 한국인 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신이 퍼즐을 푸는 아이를 돕는 동시에 길 잃은 여성을 돕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 사람들은 전지전능한 신이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했다고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대신 신이 아이를 돕다가, 여성에게 갔다가, 다시 아이에게 돌아왔다는 식으로 순차적인 기억을 만들어냈죠.


안경을 쓴 남성이 밝은 스튜디오에서 손짓하며 이야기하는 모습

인간은 보이지 않는 신을 더 쉽게 이해하고 기억하기 위해 사람의 모습으로 형상화합니다.


또한 OX 퀴즈에서도 일상적인 문제(10.4%)보다 신에 관한 문제에서 무려 45.1%의 높은 오답률을 보였습니다. 신을 감정을 느끼고 시공간의 제약을 받는 '사람'처럼 의인화하여 기억했기 때문입니다. 인도의 칼리 여신이 수많은 팔을 가진 이유도, 많은 사람을 도우려면 두 팔로는 부족할 것이라는 인간적인 상상력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우리는 낯설고 보이지 않는 존재를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사람'의 형태로 치환할 때, 훨씬 더 오랫동안 그리고 쉽게 기억할 수 있습니다.

믿음이 만들어낸 따뜻한 연대, 그리고 미래

무려 2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현생의 죄를 씻어내는 인도 쿰부멜라 축제의 현장은 그야말로 진풍경입니다. 과학이 우주를 탐구하는 시대에도 이토록 수많은 사람을 하나로 단단하게 묶어내는 것은, 바로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한 굳건한 믿음입니다. 종교는 나약한 개인에게 든든한 위안을 주고, 수천 명의 가족이 생긴 것만 같은 따뜻한 소속감을 선물했습니다.


강물에 들어가 몸을 씻으며 의례를 치르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죄를 씻고 영혼을 정화하려는 간절한 믿음이 수많은 사람들을 강가로 이끌고 있습니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는 전통적인 종교의 틀을 벗어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엄격한 규율을 강요하던 뉴욕의 극단주의 유대교 공동체 '하시딕'을 떠나 새로운 삶을 선택한 페사흐 아이젠의 이야기처럼 말이죠.


파란색 선글라스를 쓴 대머리 남성이 거리에서 걸어오고 있으며 뒤로 노란색 스쿨버스가 보인다.

종교적 공동체를 떠나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며 기존의 믿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가 종교를 떠나서도 영화나 콘서트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통해 새로운 공동체를 찾아 나선 것을 보면, 인간이 누군가와 연결되고자 하는 갈망은 결코 사라지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삶을 지탱해 줄 정신적인 닻을 찾아, 그것이 신이든 혹은 다른 어떠한 가치이든 끊임없이 무언가를 믿으며 살아갈 것입니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낸 이 '믿음'이라는 생존 본능. 당신에게도 고단한 삶을 위로해 줄 따뜻하고 든든한 닻이 있나요?


FAQ

뇌 속에 신을 느끼는 특정 영역이 따로 있나요?

과거에는 뇌의 측두엽을 영적 체험을 담당하는 '갓스팟(God Spot)'으로 여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뇌과학 연구 결과, 종교적 체험만을 전담하는 단일 영역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인간은 일상생활을 처리할 때 사용하는 뇌의 네트워크를 그대로 활용해 신에 대해 반응합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은 왜 신을 믿게 되었나요?

수렵 채집 시절, 인류는 포식자의 위협에서 살아남기 위해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보이지 않는 포식자를 상상하는 '겁쟁이 뇌'를 발달시켰습니다. 이러한 방어 기제가 불확실한 세상을 설명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초월적 존재를 상상하고 믿는 바탕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왜 전지전능한 신을 인간의 모습으로 상상할까요?

인지종교학 실험에 따르면, 인간은 평생 상호작용하며 살아가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데 가장 익숙합니다. 따라서 신을 의인화하여 시공간의 제약을 받거나 감정을 가진 존재로 상상할 때, 그 개념을 훨씬 더 오랫동안 그리고 쉽게 기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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