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일본 규슈 지역의 규모 7.1 지진은 난카이 해곡 일대에 축적된 응력을 자극하며 일본 정부의 사상 첫 거대지진 주의보 발령으로 이어졌습니다.
- 난카이 해곡에서 규모 9.0 대지진이 발생할 경우 감쇄되지 않는 장주기 지진파가 전달되어 서울과 부산 등 국내 고층 아파트에 큰 흔들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한반도 지각이 이미 느슨해진 만큼, 수도권 지하의 숨은 단층 조사와 고층 건물에 특화된 내진 대책이 조속히 요구됩니다.

일본 규슈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7.1 지진을 계기로 일본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거대지진 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한반도와 불과 500km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이 지진은 단순한 이웃 나라의 자연재해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번 지진은 2016년 구마모토 지진 이후 남서쪽 단층으로 옮겨간 응력이 폭발한 결과이며, 과학계가 오랫동안 경고해 온 난카이 해곡 대지진의 촉발 신호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에도 직간접적인 경고등을 켜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바다 건너 지진인데 우리나라까지 큰 영향이 있겠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지진파는 국경도, 바다도 가리지 않습니다. 실제 이번 규슈 지진 당시 우리나라 남해안 관측소에는 1cm에 달하는 수직 흔들림이 선명하게 기록되었습니다. 만약 난카이 해곡 전체가 부서지는 규모 9.0의 초대형 지진이 현실화된다면, 한반도 남해안과 수도권 고층 아파트 단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진동과 마주하게 됩니다.
최근 일본 지진, 무슨 일이 일어났나
2024년 8월 8일 일본 규슈 동쪽 바다에서 규모 7.1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2016년 규모 7.3을 기록했던 구마모토 지진 이후 약 8년 만에 인접 단층대에서 다시 터진 대형 지진입니다. 대중의 통념과 달리 지진은 한번 에너지를 터뜨리고 나면 응력이 다시 쌓일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같은 구역에서 바로 재발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핵심은 단층이 서로 달랐다는 점입니다.
2016년 구마모토 지진이 후타카와 단층을 따라 북동쪽으로 쪼개졌다면, 이번 지진은 그와 접해 있던 히나고 단층의 남서쪽 구간을 따라 파괴가 진행되었습니다. 과거 지진이 배출한 에너지가 인접한 남서쪽 단층대에 추가적인 응력을 가했고, 축적된 힘이 마찰 한계점을 넘어서면서 10년 만에 수평 이동 단층을 깨뜨린 것입니다. 지표면 근처 10km의 얕은 깊이에서 에너지가 분출되었기에 상공과 지표에 가해진 충격은 중력가속도의 1.7배(1.7g)에 달했습니다.
규슈 지진 발생 당시 일본 사회가 겪었던 혼란과 난카이 해곡 대지진의 연관성에 대해 전문가와 함께 짚어봤습니다.
이 파괴 현상이 발생한 위치가 바로 일본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난카이 해곡의 남서쪽 끝자락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 열도는 거대한 충격에 빠졌습니다. 지진 직후 일본 기상청은 2019년 제도 도입 이후 최초로 '난카이 해곡 지진 방재 대책 창설'에 따른 거대지진 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난카이 해곡 대지진 경보가 왜 지금 중요할까
난카이 해곡은 필리핀해 판이 유라시아 판 밑으로 파고드는 거대한 판 경계부로, 도쿄 앞바다에서부터 규슈 남단까지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이곳에서는 약 100년에서 150년 주기마다 규모 8.0 이상의 초대형 지진이 반복해서 발생해 왔습니다. 1361년, 1498년, 1707년, 1854년, 그리고 가장 최근인 1944년과 1946년에 이르기까지 난카이 해곡은 거대한 단층 파괴를 일으켰습니다.
그런데 지진학자들이 유독 주목하는 구역이 있습니다. 난카이 해곡의 전체 구역 중 도쿄 앞바다 구간과 규슈 남단 구간은 1498년 이후 단 한 번도 대형 파괴가 일어나지 않은 채 500년 넘게 응력을 움켜쥐고 있습니다. 판과 판이 부딪히며 매년 5cm씩 파고들어야 하는데, 땅이 꽉 물린 채 미끄러지지 못하고 버티면서 거대한 에너지가 누적된 것입니다.
지각판이 계속해서 밀려들지만 단층이 버티며 에너지가 응축되는 현상을 과거 지진 사례들과 함께 살펴봅니다.
일본 정부 지진조사위원회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난카이 해곡에서 향후 30년 이내에 규모 8급 이상의 대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80%에 육박합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본진 발생 이틀 전에 규모 7.3의 전진이 일어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규슈 앞바다의 7.1 지진이 축적된 단층의 쐐기 역할을 하여 난카이 해곡 전체를 부서트리는 촉매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가 현실화된 것입니다.
지진 응력의 이동과 지진파의 연쇄 반응 원리
단층에 쌓인 응력은 자연의 법칙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든 반드시 해소되어야 합니다. 지진 에너지는 로그 스케일을 따르므로, 규모가 1 증가할 때마다 에너지는 약 32배, 규모가 2 증가하면 약 1,000배로 폭증합니다. 즉, 규모 6.0의 소규모 지진이 1,000번 발생해야 규모 8.0 지진 1회의 에너지를 겨우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잔지진 몇 번으로 대지진의 위험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또한 지진파가 땅속을 통과할 때는 파장의 길이에 따라 거동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파장이 짧은 고주파 에너지는 진원에서 가까운 지역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지만, 땅속 매질을 지나면서 빠르게 쇠퇴합니다. 반면 파장이 긴 장주기 지진파(저주파)는 멀리 이동해도 에너지가 쉽게 감소하지 않습니다.
지난 8월 발생한 지진이 우리나라 남해안 지점들에 어떻게 기록되었는지 보여주는 관측 자료입니다.
실제로 2024년 규슈 지진 당시 진원에서 500km 떨어진 한국 남해안에 1cm의 진폭이 측정되었습니다. 만약 난카이 해곡 전체가 무너지며 규모 9.0 대지진이 터진다면 파괴 시간만 10분 이상 지속되며, 남해안에는 약 30cm 높이의 유동적인 흔들림이 10분 넘게 이어집니다. 땅판 자체가 유라시아 판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에 바닷물은 지진파 전파에 아무런 방해막이 되지 못합니다.
한국 고층 아파트와 수도권에 미치는 영향
멀리서 날아오는 장주기 지진파가 가장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대상은 다름 아닌 고층 건물입니다. 건물이 높을수록 자체 고유 진동 주기가 길어지는데, 멀리서 도달한 저주파 지진파의 주기와 고층 건물의 주기가 일치하는 순간 공명 현상이 일어납니다. 단층 파괴 현장에서 1,000km 떨어진 방콕 시내의 고층 빌딩들이 미얀마 대지진 당시 옥상 수영장 물을 쏟아내며 거세게 흔들렸던 이유도 바로 이 저주파 공명 때문이었습니다.
과거 난카이 해곡에서 대지진이 터졌던 1940년대 한국은 초가집과 낮고 가벼운 목조 주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부산, 남해안, 나아가 서울과 수도권은 30층에서 50층에 달하는 고층 아파트와 빌딩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서울은 난카이 해곡과 900km 거리여서 영향권 내에 완벽히 포함됩니다. 비록 현대 내진 설계가 건물의 붕괴를 막아줄 수는 있을지몰라도, 10분 동안 건물 전체가 30cm 이상 좌우로 비틀리며 가스관 파손, 엘리베이터 비틀림, 외벽 유리창 파쇄, 소방 배관 누수 등 가공할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지각이 바다 방향으로 크게 이동하면서 한반도 땅까지 당겨진 구체적인 수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한반도의 지각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이미 심각하게 약화된 상태입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한반도 동쪽 지각이 바다 방향으로 2~5cm 끌려가며 내륙 땅덩어리가 늘어났고, 지각을 잡아주던 커트라인(파괴 응력 한계)이 낮아졌습니다. 그 결과 2016년 경주 지진(규모 5.8)과 2017년 포항 지진(규모 5.4)이 연달아 발생했으며, 유감지진 발생 빈도는 과거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과거 수도권 인근에서 발생했던 대규모 지진 기록은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우리의 지진 위험성을 잘 보여줍니다.
역사적 기록인 《조선왕조실록》을 살펴봐도 한반도는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중종 13년(1518년)과 명종 1년(1546년) 기록에는 서울 도성 안의 성첩과 담장이 무너지고 팔도 전체가 흔들려 주민들이 노숙을 했다는 수많은 기록이 등장합니다. 지질학적으로 서울과 수도권은 '경기육계'라는 매우 단단한 암반 위에 놓여 있습니다. 이 단단한 지각은 웬만한 힘에는 부서지지 않고 200~300년 동안 에너지를 무섭게 축적하다가, 한계에 다다르면 최소 규모 6.8에 달하는 대형 지진을 한 번에 터뜨리는 특성을 지닙니다. 지난 50년 동안 서울에 큰 지진이 없었던 것은 안전해서가 아니라, 에너지가 기약 없이 쌓여가는 운 좋은 침묵의 시간이었을 뿐입니다.
앞으로 무엇을 점검하고 대비해야 하나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지진이 발생하는 정확한 시각과 날짜를 단층 수준에서 미리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유일한 해결책은 장기적인 대비책 마련입니다.
우선 정부 차원에서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추진 중인 한반도 지하의 '숨은 단층(암암리 단층)' 조사를 속도감 있게 완수해야 합니다. 한국의 단층들은 응력이 천천히 쌓여 지표면 밖으로 형체가 잘 드러나지 않는 지하시설 형태가 많습니다. 미소 지진 관측 자료와 지구물리 탐사를 지속 집적하여 내륙 지하의 위험 단층 지도를 완성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또한 기존의 내진 설계 패러다임을 장주기 지진파 대비형으로 한 단계 진화시켜야 합니다. 건물의 골조가 무너지지 않는 단순 내진 설계를 넘어, 저주파 공명 진동 시 고층 아파트 내부의 가스 배관, 소방 설비, 비상 전원선 등이 끊어지지 않도록 유연성을 확보하는 가스차단 밸브 및 가공 배관 내진 기술 적용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수백 년에 한 번 올 재해일지라도 우리 세대에 터질 수 있다는 성숙한 사회적 합의와 철저한 점검만이 예고 없이 찾아올 대지진의 재앙으로부터 삶의 터전을 지켜줄 것입니다.
FAQ
일본 지진이 발생했는데 왜 멀리 떨어진 한국 남해안과 서울까지 흔들리나요?
규모가 큰 대지진이 발생하면 파장이 긴 '장주기 지진파(저주파)'가 발생합니다. 이 저주파는 땅속을 지날 때 에너지가 잘 줄어들지 않고 500~1,000km 이상 멀리 전파되며, 한반도 지각 전체를 유동적으로 흔들기 때문입니다.
지진이 났을 때 고층 아파트가 저층 건물보다 더 위험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멀리서 전달된 장주기 지진파는 진동 주기가 깁니다. 이때 고층 건물 특유의 긴 고유 진동 주기와 지진파가 맞아떨어지는 '공명 현상'이 일어나면서, 저층 건물보다 고층 아파트 및 빌딩이 훨씬 더 크고 오래 좌우로 흔들리게 됩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국에 지진이 더 자주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한반도가 일본 쪽(동쪽)으로 2~5cm 끌려가면서 내륙 지각이 늘어나 느슨해졌습니다. 이로 인해 지각의 단층이 견딜 수 있는 강도 기준이 낮아져, 경주 및 포항 지진처럼 과거보다 작은 응력으로도 지진이 더 쉽게 발생하는 환경이 형성되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도 대형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실제로 있나요?
서울이 위치한 '경기육계' 지각은 매우 단단하여 소규모 지진으로 에너지를 방출하지 않고 오랜 시간 응력을 축적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1518년 서울 대지진(추정 규모 최소 6.8)처럼, 축적된 에너지가 한계에 도달하면 대형 지진으로 터질 잠재력을 늘 안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