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참교육>이 글로벌 1위를 기록한 배경에는 붕괴한 공교육 현장과 현실 시스템에 대한 대중의 깊은 무력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 정치권이 드라마 흥행에 편승해 제안한 '현실판 교권보호국'은 권력 남용 가능성을 간과한 게으르고 위험한 판타지에 불과합니다.
- 교육 정상화는 특정 기구에 무소불위 권력을 쥐여주는 것이 아니라, 악성 주체와 무관하게 선량한 99%를 보호할 정교한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드라마 하나가 흥행했다고 2주 만에 '교권보호국'을 신설하자는 반응이 정치권에서 나오는 꼴이 솔직히 기가 차서 어이가 없습니다. 6년 넘게 공교육이 무너져 내릴 때는 방치해 놓고, 미디어 화제성에 숟가락부터 얹으려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입니다. 안녕하세요. 고요한 식당입니다. 하이.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 글로벌 1위에 오르며 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주연 배우의 해외 반응이나 단순한 흥행 성적보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 작품이 다루는 촉법소년, 진상 학부모, MZ 조폭, 비리 교사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공교육 붕괴의 단면들입니다. 현실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들이 극의 핵심 소재로 다뤄졌고, 대중은 이에 폭발적으로 호응했습니다.
정치권은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기다렸다는 듯 민주연구원 등을 통해 '현실판 교권보호국'을 만들자는 주장을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6년 동안 누적된 교육 현장의 파행을 방치하다가 콘텐츠 하나가 성공하자 섣부르게 법안부터 던지는 행태는 전형적인 대중 기만에 불과합니다.
카타르시스 너머에 자리 잡은 공교육 붕괴의 깊은 무력감
대중이 이 작품에 열광하는 진짜 이유는 작동을 멈춘 현실 시스템에 대한 지독한 무력감 때문입니다. 정상적인 법 절차나 교육적인 지도만으로는 교실을 파괴하는 주범들을 단죄하기 어렵다는 절망이 사람들의 무의식에 깊이 뿌리내려 있습니다.
현실적인 해법을 찾기 어려운 공교육 현장에서 대중이 사적 처벌 소재 콘텐츠에 열광하는 현상은 구조적 무력감이 그만큼 깊다는 방증입니다.
원작 웹툰이 연재되던 2020년만 해도 자극적인 체벌과 폭력 연출에 대해 "너무 인위적인 사이다 설정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 드라마가 한층 더 거친 폭력을 묘사함에도 거부감을 나타내는 시청자는 매우 드물어졌습니다. 자극적인 사이다에만 몰입하는 대중의 시선 변화는 역설적으로 지난 6년간 공교육을 향한 절망감이 그만큼 깊어졌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학교 현장의 가정통신문이나 교직 사회 내부에서 "'참교육'이라는 단어가 오용되는 현실이 씁쓸하다"는 개탄이 나오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과거 체벌 금지와 민주적 학교 문화를 외쳤던 흐름이 정작 현장의 교사를 지켜줄 방패조차 남기지 못한 채 무력해졌기 때문입니다.
빌런을 두들겨 패는 안티히어로 판타지에 열광하는 이유
폭력 영화나 안티히어로 장르가 꾸준히 소비되는 이유는 인간의 본능적인 카타르시스를 자극해서입니다. 데드풀, 존 윅, 배트맨처럼 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빌런을 제압하는 캐릭터에 몰입하려면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첫째, 캐릭터가 절대적인 대의와 피해자의 편에 서 있어야 합니다. 교권보호국이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확고한 명분을 쥘 때, 시청자는 아무런 죄책감 없이 폭력 서사를 소비하게 됩니다.
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의를 구현하는 안티히어로들은 오래전부터 대중에게 강력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습니다.
둘째, 그 대의가 대중이 갈망하는 대리만족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세력을 믿고 폭주하는 학폭 가해자나 교사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는 악성 학부모가 엄중하게 처벌받기를 바라는 열망이, 김무열이라는 판타지 캐릭터를 통해 구현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은 압도적인 힘과 정치력을 가진 인물이 오직 공교육만을 위해 사심 없이 헌신한다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완벽한 판타지일 뿐입니다. 현실의 정치인이나 행정가 가운데 그런 이상적인 인물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특정 진영이나 집단의 문제가 아닌 '선량한 다수를 보호할 시스템'의 부재
이 문제를 특정 집단이나 진영의 과오로 몰아붙이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접근입니다. 전교조의 학생인권 중심 기조가 지금의 사태를 불렀다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지만, 문제의 핵심은 특정 단체의 이해관계가 아닙니다.
드라마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빌런은 학생, 교사, 학부모를 가리지 않고 모든 위치에서 무차별적으로 등장합니다. 교육 현장이 직면한 진짜 문제는 악성 인물이 출현했을 때 나머지 99%의 선량한 학생과 교사를 보호할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억지를 부리고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이들이 원하는 바를 챙기는 기형적인 구조가 한국 사회의 표준처럼 굳어졌습니다. 이러한 무법지대 속에서 제대로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과 정당하게 가르치고 싶어 하는 교사만 무방비로 방치되어 있습니다.
만능 해결책이란 환상을 버리고 섬세한 제도적 방패를 설계해야 할 때
무소불위 권력을 가진 교권보호국 같은 만능 해법을 만들면 문제가 잘 풀릴 것이라 믿는 것은 매우 게으른 착각입니다. 과거 교사들이 관습적인 권력으로 학생을 폭행하던 야만의 시대를 벗어났더니, 이제는 추의 무게중심이 반대쪽으로 넘어가 악성 학부모와 문제 학생이 학교를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단순한 만능열쇠를 기대하기보다 교육 현장을 지킬 실질적이고 섬세한 제도를 다듬어 나가야 할 때입니다.
교권보호국 인원이 소수를 넘어 조직화되는 순간, 강력한 권력을 남용해 사익을 채우려는 부패는 반드시 뒤따르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또 다른 초법적 기구를 만드는 식의 가벼운 대책은 결코 해법이 될 수 없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극적인 사적 처벌 기구가 아닙니다. 가해자가 학생이든, 교사이든, 학부모이든 상관없이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주체를 현장에서 즉시 분리하고, 나머지 99%의 선량한 대중을 보호할 정교한 법과 제도입니다. 드라마가 쏘아 올린 신호탄을 정치적 쇼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교육 현장의 방패를 어떻게 다시 설계할지 차분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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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Q
드라마 <참교육>의 흥행 원인은 무엇인가요?
공교육 붕괴와 학교폭력, 악성 민원 문제 등 현실의 답답함을 통쾌한 안티히어로 서사를 통해 대리만족시켜 준 덕분입니다.
현실에 '교권보호국' 같은 기구를 만드는 것이 왜 위험한가요?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전담 기구는 권력 남용과 부패로 이어지기 쉬우며, 공교육 현장을 또 다른 폭력과 혼란으로 몰아넣을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공교육 붕괴를 해결하기 위해 실제로 필요한 대책은 무엇인가요?
일회성 기구 신설이 아니라, 악성 행위자를 현장에서 즉각 분리하고 선량한 99%의 학생과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정교하고 섬세한 법·행정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