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은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을 받았으나 국내 투자사들로부터는 외면받았습니다.
- 표면적인 호실적 뒤에서 국내 투자사들이 안전한 공식만 좇는 사이, 제작비와 창작의 독립성을 보장한 곳은 넷플릭스였습니다.
- 극장에서만 가능한 시네마적 체험과 예술적 모험이 사라질 때 한국 영화의 기반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음을 보여줍니다.

베니스영화제에서 이창동 감독이 신작 《가능한 사랑》으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은사자상을 품에 안았습니다. 상영 직후 7분간 이어진 기립박수와 쏟아지는 찬사 속에서 트로피를 손에 쥔 감독이 가장 먼저 감사를 전한 대상은 한국 영화계가 아닌 넷플릭스였습니다. 평소 OTT 플랫폼 중심의 영화 소비 방식을 경계하며 극장 영화의 가치를 강조해 온 거장의 입에서 나온 감사 인사치고는 꽤나 아이러니한 장면이었습니다.

기립박수 속에서 영예를 안은 감독이 가장 먼저 감사를 전한 곳은 다름 아닌 넷플릭스였습니다.
사실 《가능한 사랑》은 처음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기획된 프로젝트가 아니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중예산 지원 사업에 선정되고 해외 공동 제작을 타진하다 무산된 이후, 제작진은 국내 주요 투자 배급사들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라는 화려한 배우진이 출연료를 낮추며 힘을 보탰음에도 국내 투자사들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완성도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상업적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아무도 선뜻 용기를 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제작사는 끊임없이 손을 내밀던 넷플릭스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 등 화려한 출연진이 합류했음에도 투자를 받지 못한 배경은 여전히 씁쓸한 의문으로 남습니다.
외형적인 지표만 보면 한국 영화계는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든 듯 보입니다. 상반기 관객 수와 매출액이 전년 대비 급증하며 코로나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는 통계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는 《왕과 사는 남자》 한 편이 천문학적인 관객을 동원하며 만든 착시 현상에 가깝습니다. 시장 전체의 체력이 단단해진 것이 아니라 극단적인 단일 흥행작 하나가 전체 수치를 견인한 형국입니다. 실제로 하반기에 접어들자 박스오피스 상위권은 다시 거대한 외화들이 차지했습니다.

흥행 기록을 경신 중인 화제작 관련 소식입니다.
관객들의 소비 습관 역시 뚜렷하게 바뀌었습니다. 극장을 찾는 횟수 자체는 줄었지만, 한 번을 가더라도 아이맥스나 돌비시네마 같은 특수관을 찾아 높은 관람료를 지불합니다. 《오디세이》가 압도적인 스크린 경험을 무기로 특수관 매진 행렬을 기록하고, 《스파이더맨》이 오랜 시간 축적된 서사의 힘으로 관객을 모은 것이 대표적입니다. 관객들은 이제 안방 화면으로는 결코 대체할 수 없는 강렬한 시네마적 체험이 보장될 때에만 극장 문을 열고 있습니다.

관객에게 압도적인 공간 경험을 선사하는 시네마적 기획은 영화가 가진 본연의 가치를 증명합니다.
정작 안전한 흥행 공식만을 좇던 국내 대형 투자사들의 계산법은 번번이 빗나가고 있습니다. 성공이 불투명하다며 밀려났던 작품들이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하는 동안, 정형화된 기획 영화들은 관객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질문을 던지는 진중한 영화들은 설 자리를 잃고 글로벌 자본의 품으로 향합니다. 대형 자본이 창작의 자율성을 해칠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와 달리, 넷플릭스는 전 과정에서 간섭 없이 독립성을 보장하며 거장의 신작을 완성하도록 뒷받침했습니다.

이창동 감독이 작품을 통해 던지고자 했던 질문은 오늘날 영화가 지향해야 할 가치를 다시금 돌아보게 합니다.
노동이 사라지고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단절되어 가는 시대에 영화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감독의 수상 소감은 묵직한 화두를 남깁니다. 예술적 모험에 기꺼이 자본을 대지 못하는 산업 구조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글로벌 OTT 플랫폼이 한국 거장의 예술적 안식처가 되어주는 현실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극장에서 함께 호흡하며 나누는 영화적 본질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 한국 영화계가 깊이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FAQ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은 왜 국내 투자사의 투자를 받지 못했나요?
배우진이 출연료를 낮추며 제작비를 조율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시장 침체 속에서 국내 투자사들이 상업적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해 선뜻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최근 극장 관객들의 관람 경향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극장을 찾는 빈도는 전반적으로 줄어든 반면, 아이맥스나 돌비시네마처럼 집에서는 대체할 수 없는 강렬한 시네마적 경험을 선사하는 특수관 관람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이창동 감독의 신작 제작에서 어떤 역할을 했나요?
국내 투자 유치가 무산된 상황에서 제작비를 전액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연출 전 과정에서 별다른 간섭 없이 감독의 독립성과 창작의 자율성을 온전히 보장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