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GQ의 게티이미지코리아 인수가 무산되면서, 투자조합이 대표 개인에게 원금 90억 원과 연 12% 지연손해금을 더한 약 120억 원의 상환을 요구해 최종 승소했습니다.
- 상법상 주주평등의 원칙과 배당가능이익의 한계로 회사가 직접 투자금을 돌려주기 어렵게 되자, 투자조합은 계약서 속 '이해관계인' 문구를 근거로 대표 개인의 독립적 약정 의무를 물었습니다.
- 이번 사건은 벤처 투자의 본질인 위험 분담 대신 창업자 개인에게 위험을 전가하는 계약 관행과 부처 간 규제 사각지대의 허점을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회사가 사업 확장을 위해 투자받은 자금이 인수가 무산되었다는 이유로 창업자 개인이 전액 갚아야 하는 빚으로 바뀐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콘텐츠 플랫폼 기업 OGQ(오지큐)에서 실제 벌어진 이야기입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인수를 목적으로 투자조합에서 유치한 90억 원의 투자금이, 인수 무산 이후 연 12%의 지연손해금이 더해져 대표 개인의 120억 원 채무로 확정되었습니다. 대법원까지 간 소송에서 법원은 회사가 아닌 대표 개인의 독자적인 상환 의무를 인정했습니다. 벤처 투자의 위험을 왜 창업자 개인이 온전히 뒤집어쓰게 되었는지 그 법적 내막을 들여다봅니다.
회사가 받은 90억 원, 왜 대표 개인의 빚 120억 원이 되었나
사건의 출발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OGQ는 글로벌 이미지 시장 진출을 강화하기 위해 게티이미지코리아 인수를 추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BNI비전신기술투자조합 1호로부터 약 90억 원 규모의 신주 투자금을 유치했습니다.
당시 투자계약서에는 이 90억 원의 사용 목적이 '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 지분 인수'로 엄격히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문제는 인수가 무산될 경우를 대비해 적어 놓은 계약서 제18조 문구였습니다. 계약서에는 "투자 대상 OGQ 및 또는 이해관계인은 본건 주식 인수 대금을 인수 목적에 사용해야 하며, 인수를 하지 않는 경우 투자금은 지체 없이 투자자에게 상환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특정 M&A를 전제로 진행된 투자 계약서상의 상환 조항이 어떻게 대표 개인의 거액 채무로 이어졌는지 보여줍니다.
결국 인수는 최종 무산되었습니다. 투자금 90억 원은 회사 통장에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지만, 투자조합은 회사가 아닌 이해관계인인 신철호 대표 개인을 상대로 투자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부터 대법원 상고심까지 법원은 일관되게 투자조합의 손을 들어주었고, 원금 90억 원에 이자가 더해져 약 120억 원에 달하는 채무가 대표 개인의 어깨에 얹히게 되었습니다.
'연대보증'이 아니라는데 대표가 독박을 쓴 까닭
많은 이들이 이번 사건을 보고 "요즘 시대에 벤처 투자에서 대표한테 연대보증을 서게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립니다. 하지만 법원 판결문의 핵심은 이 계약이 연대보증이 아니라는 점에 있습니다.
연대보증이라는 용어가 없어도 계약서의 표현에 따라 창업자가 개인적인 상환 의무를 지게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법적 쟁점입니다.
법률적으로 연대보증은 주채무(회사의 채무)에 종속되는 '부종성'을 가집니다. 즉, 회사의 상환 의무가 상법상 무효가 되거나 사라지면 보증인의 의무도 함께 소멸합니다. 만약 법원이 이 조항을 연대보증으로 해석했다면, 회사의 채무가 성립하지 않을 때 대표의 책임도 물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계약서에 적힌 '및 또는 이해관계인'이라는 문구에 주목했습니다. 법원은 이를 회사의 채무를 보증한 것이 아니라, 대표 개인이 투자자와 직접 맺은 독립적인 상환 약정으로 판단했습니다. 회사가 갚을 수 있느냐 없느냐와 상관없이, 인수가 무산된 조건이 발생한 이상 대표 개인에게 독립적인 1차 상환 의무가 발생한다고 본 것입니다.
회사가 돈이 있어도 돌려주지 못하는 상법상 딜레마
그렇다면 회사가 받은 돈이고 회사 통장에 90억 원이 남아 있는데, 왜 회사가 직접 투자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대표가 개인 돈으로 내놓아야 했을까요? 여기에는 상법이 규정하는 단단한 제약들이 걸려 있습니다.
회사가 투자금을 반환하기 어려운 법적 제약들로 인해, 결국 창업자 개인에게 막대한 책임이 돌아가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합니다.
첫째, 회사가 특정 투자자에게 주식 대금을 돌려주고 주식을 회수하는 것은 상법상 '자기주식 취득'에 해당합니다. 자기주식 취득은 반드시 회사의 배당가능이익(이익잉여금) 범위 내에서만 가능합니다. 회사의 자본금이 깎여 나가 기존 채권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입니다.
둘째, 주주평등의 원칙입니다. 특정 투자자의 주식만 회사가 사들여 돈을 쥐여주는 것은 다른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습니다. 이를 회피하려면 모든 주주의 동의를 얻어 특정 주주의 주식만 소각하는 '차등 유상감자'를 진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기존 주주들 입장에서는 회사에서 90억 원이라는 거금이 빠져나가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원치 않으므로 유상감자 주주총회 결의에 동의해 줄 리 만무했습니다.
투자조합 측 역시 이 법적 한계를 명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는 상법 위반으로 패소할 가능성이 크고, 패소할 줄 알면서 소송을 강행하면 투자조합의 GP(업무집행조합원)가 배임 책임을 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결국 법적 걸림돌이 없는 대표 개인을 직접 겨냥하는 소송을 택했습니다.
창업자 위험과 규제 블라인드 스팟이 만들어낸 충격
이 사건은 국내 벤처 투자 생태계의 고질적인 모순과 규제 구멍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정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창업자 보호를 위해 벤처투자법을 개정하고, 창업자 개인에게 연대책임을 부과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두 가지 블라인드 스팟이 작용했습니다.
- 부처 간 규제 격차: 이번에 투자를 집행한 주체는 중기부 관할의 VC가 아니라, 금융위원회 관할 여신전문금융업법의 적용을 받는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 계열 조합이었습니다. 투자 체결 당시 벤처투자법상의 창업자 연대책임 금지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규제 사각지대에 있었습니다.
- 계약 유형의 허점: 중기부가 금지한 것은 '연대책임'이지만, 법원은 이번 계약을 연대책임이 아닌 '독립적 약정 의무'로 해석했습니다. 즉,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이나 독립적 상환 조항을 통해 연대채무의 형식을 피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창업자 개인에게 100% 위험을 전가하는 계약이 여전히 유효하게 작동한 것입니다.
결국 전환사채(CB)나 안전한 에스크로 구조를 택하지 않고, 신주 인수 방식을 취하면서 대표 개인에게 상환 책임을 씌운 어정쩡한 계약 구조가 대표 혼자 120억 원의 독박을 쓰는 비극을 만들었습니다.
벤처 투자 시장이 이 사건에서 배워야 할 과제
투자란 본질적으로 위험을 바탕으로 높은 수익을 노리는 행위입니다. 하방 위험은 창업자 개인에게 전액 떠넘기고, 상방 수익만 챙기려는 계약 구조는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을 뿌리째 흔듭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창업자의 모든 책임을 면제해 준다면 투자 자금이 모이지 않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투자 계약 문화 차이를 이해하면 창업자가 과도하게 책임을 떠안는 구조적 문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NVCA 표준계약서)의 경우 창업자나 주요 주주(Keyholder)가 계약 당사자로 들어가더라도, 횡령이나 고의적인 사기 등 고의·중과실이 없는 한 경영상 실패나 인수 무산 같은 외부 변수로 대표 개인에게 징벌적 상환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건전한 투자 계약이란 어느 한쪽의 리스크를 0으로 만드는 계약이 아니라, 투자자와 회사, 창업자가 각자 통제할 수 있는 범위의 위험만 나뉘어 책임지는 계약이어야 합니다. 이번 OGQ 사건은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도장 하나가 가진 무서움을 일깨워주는 동시에, 한국 벤처 투자 시장이 '투자'와 '대출'의 경계를 어떻게 바로 세워야 할지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FAQ
OGQ 사건에서 대표 개인이 120억 원을 갚아야 하는 법적 이유는 무엇인가요?
투자계약서에 게티이미지코리아 인수가 무산될 경우 '회사 및 또는 이해관계인(대표)'이 투자금을 상환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이를 회사의 채무를 보증한 연대보증이 아니라, 대표 개인이 독립적으로 부담하는 상환 약정으로 해석해 신철호 대표 개인의 상환 의무를 인정했습니다.
회사가 받은 90억 원이 남아있는데 왜 회사가 직접 갚지 못하나요?
회사가 주식을 회수하면서 투자금을 돌려주는 행위는 상법상 '자기주식 취득'에 해당하여 배당가능이익이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아울러 특정 주주의 주식만 사주는 것은 주주평등의 원칙에 어긋나므로 다른 주주 전원의 동의(차등 유상감자 결의)가 필요한데, 기존 주주들이 이에 동의하지 않아 회사가 법적으로 직접 반환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정부에서 벤처기업 대표의 연대보증을 금지하지 않았나요?
중소벤처기업부가 벤처투자법을 통해 연대책임을 금지해 왔지만, 이번 투자를 집행한 주체는 금융위원회 소관의 '신기술사업금융회사' 계열 조합이어서 당시 규제가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법원이 이번 계약을 연대보증이 아닌 대표 개인의 '독립적 약정'으로 해석하면서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