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 / 한국관광공사-라이브스튜디오 |
경상북도 영주시 부석사는 676년 의상대사가 봉황산 중턱에 세운 절이다. 절 아래에서 입구까지 이어지는 약 800m 진입로 양쪽에 은행나무가 줄지어 서 있고, 천왕문을 지나면 무량수전까지 돌계단과 높은 석축이 층층이 쌓여 있다. 법당에 닿기 전까지 걷는 길이 그대로 이 절의 볼거리다.
가을에는 이 길의 색이 크게 달라진다. 단풍 감상 시기는 10월 중하순으로 안내되는데, 이 무렵이면 진입로의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고 절을 둘러싼 산자락은 붉은 단풍으로 바뀐다. 노란 은행나무 사이를 걷다가 회색 석축을 오르고, 마지막에 붉은 산을 내려다보는 순서여서 한 번의 산책에 세 가지 가을색을 차례로 만난다. 다만 물드는 시기는 그해 날씨에 따라 앞뒤로 달라질 수 있다.
은행나무길 끝에서 시작되는 108계단
부석사 / 한국관광공사-라이브스튜디오 |
진입로는 완만한 오르막이다. 양옆의 은행나무가 길을 따라 길게 이어져 걷는 내내 노란 잎을 머리 위와 발밑에 두게 된다. 잎이 많이 떨어진 날에는 길바닥까지 노랗게 덮인다. 오르막이지만 경사가 급하지 않아 아이나 어르신과 함께 걷기에도 부담이 적고, 중간중간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면 지나온 은행나무 줄이 길게 이어진 모습이 보인다.
부석사의 가을 / 한국관광공사-김수식 |
천왕문을 지나면 풍경이 돌로 바뀐다. 무량수전까지는 크게 세 단의 석축이 있고, 이 석축은 다시 아홉 층으로 나뉜다. 극락에 이르는 아홉 단계를 뜻한다고 전해지며, 그 사이를 잇는 계단은 모두 108개로 소개된다. 크기와 모양이 다른 돌을 맞물려 쌓은 석축은 오래된 절의 시간을 그대로 보여 준다.
계단 위쪽에서는 건물이 길이 된다. 범종루 아래 통로를 지나면 그 너머로 안양루가 액자 속 그림처럼 올려다보이고, 안양루 아래를 빠져나가 마지막 계단을 오르면 무량수전 앞마당에 닿는다. 건물 아래를 통과할 때마다 앞에 보이는 장면이 바뀌어 계단이 길어도 지루하지 않다.
무량수전 앞마당에서 돌아보는 산줄기
부석사 / 한국관광공사-앙지뉴 필름 |
무량수전은 국보로 지정된 목조건물로, 기둥 가운데가 살짝 불룩한 배흘림기둥으로 잘 알려져 있다. 부석사는 201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에 이름을 올린 일곱 사찰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절 이름도 이 앞마당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무량수전 서쪽에는 ‘뜬 돌’이라는 뜻의 부석(浮石)이라 불리는 큰 바위가 있다. 바위가 땅에서 살짝 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절 이름이 여기에서 나왔다고 알려져 있다. 법당만 보고 내려가기 쉬운 자리라 마당 옆으로 몇 걸음 더 옮겨 볼 만하다.
이곳에서는 법당을 등지고 서는 것도 좋다. 안양루 너머로 산줄기가 여러 겹 포개져 멀리까지 펼쳐지고, 가을에는 가까운 산자락부터 붉게 물든다. 계단을 오르며 위만 보던 시선이 앞마당에서 한꺼번에 아래로 트인다.
둘러보는 데 걸리는 시간과 찾아가는 길
부석사 / 한국관광공사-앙지뉴 필름 |
절 아래 주차장에 차를 두고 은행나무길과 108계단을 따라 무량수전까지 올랐다가 같은 길로 내려오면 된다. 사진을 찍고 쉬는 시간까지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이면 넉넉하다. 계단이 많아 굽이 낮고 편한 신발이 좋다.
문화재 관람료는 2023년 5월 폐지돼 입장료 없이 들어갈 수 있다. 해가 낮게 비치는 이른 오전에는 은행잎과 석축이 함께 밝게 드러나 사진을 담기 좋고, 사람도 비교적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