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해안도로 / 한국관광공사-배근한 |
전남 영광군 백수읍 백수해안도로를 달리다 정유재란 열부순절지 앞에 이르면 도로 옆이 온통 코스모스다. 영광군이 봄마다 유채를 심어 온 이 자리에 이번에는 가을 꽃밭을 조성했고, 9월 말 꽃이 만개했다. 꽃밭 안에는 별 모양으로 길을 냈다. '노을빛에 감동한 별이 꽃밭에 내려앉았다'는 이름을 붙인 화원이다.
꽃밭만 보고 돌아설 자리는 아니다. 꽃 너머 서쪽이 곧바로 칠산 바다다. 물이 빠진 시간에는 갯벌이 꽃밭 아래로 넓게 드러나고, 해가 낮아지면 바다와 꽃이 같은 빛을 받는다. 꽃과 서해 일몰을 한자리에서 보는 조합은 국내 해안에서 흔하지 않다. 코스모스는 10월 중순까지가 절정이다.
별 모양으로 낸 길과 꽃밭
백수해안도로 / 한국관광공사-배근한 |
올해 꽃밭은 과정이 순조롭지 않았다. 파종 무렵 가뭄이 이어져 코스모스 발아부터 애를 먹었다. 그렇게 시작한 꽃밭이 9월 말에 제 모습을 갖췄고, 영광군도 만개 소식을 알렸다. 봄 유채에 이어 같은 자리에서 계절마다 다른 꽃을 보여주려고 만든 화원이다.
꽃밭은 밖에서 바라보는 구조가 아니다. 별 모양 길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사방이 코스모스로 둘러싸인다. 꽃대가 가늘어 바람이 지날 때마다 꽃밭 전체가 한 방향으로 쏠리고, 그 뒤로 바다가 걸린다. 길 폭이 좁지 않아 걸음을 멈추고 오래 서 있어도 된다. 꽃밭 가장자리로 돌면 바다를 배경으로, 안쪽으로 들어가면 꽃만 남는 배경으로 보는 각도가 바뀐다.
꽃밭이 놓인 열부순절지는 정유재란 때 이곳 바닷가에서 목숨을 끊은 부녀들을 기리는 곳이다. 바다를 마주 보는 언덕에 자리해 꽃밭에서 몇 걸음만 올라가도 해안선이 길게 이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바다 가까이 붙은 데크길 3.5km
백수해안도로 / 한국관광공사-배근한 |
백수해안도로는 백수읍 길용리에서 백암리 석구미까지 16.8km로 이어진다. 국토해양부가 꼽은 전국 아름다운 도로에 들어간 구간이라 차로만 지나가는 사람도 많지만, 도로 아래로 목재 데크 산책로가 3.5km 따로 놓여 있다. 차를 세우고 바다 쪽으로 내려가면 바로 그 길이다.
백수해안도로 / 한국관광공사-배근한 |
데크길은 해안 절벽 사면을 따라 낮게 붙어 있다. 걷는 동안 왼쪽으로는 파도가 깎아 놓은 바위가, 오른쪽 위로는 도로를 받치는 절벽이 계속 따라온다. 물때에 따라 바로 아래가 갯벌이 되기도 하고 물이 들어차기도 해서 같은 구간을 다시 걸어도 풍경이 달라진다.
꽃밭과 데크길을 함께 보려면 한 시간 남짓 걸린다. 해가 지기 한 시간쯤 전에 꽃밭에 도착해 먼저 꽃을 보고, 이어서 데크길로 내려가면 바다 위에 해가 낮게 걸리는 시간에 맞춰 걷게 된다. 서쪽이 열려 있어 낙조가 가려지는 구간이 거의 없다.
차 세우는 곳과 찾아가는 길
백수해안도로 / 한국관광공사-김찬영 |
꽃밭과 데크길 모두 입장료가 없고 주차료도 받지 않는다. 열부순절지 일대 갓길 주차장에 차를 대면 내리자마자 꽃밭이다. 해안도로 중간의 노을전시관 주차장을 이용해도 되고, 전망 지점마다 차를 세울 공간이 있다. 별도 운영시간 없이 상시 개방한다.
서해안고속도로 영광 나들목에서 차로 20분대면 해안도로 입구에 닿는다. 도로가 바다를 끼고 크게 휘어지는 구간이 많아 속도를 줄여 달리는 편이 낫고, 갓길에 차를 댈 때는 뒤차 시야를 막지 않는 자리를 고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