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숙도 (2020) / 한국관광공사-부산관광공사 |
낙동강이 바다로 들어가기 직전, 강물이 실어 온 모래가 쌓여 생긴 섬이 부산 사하구 을숙도다. 섬 일대는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로 천연기념물 제179호에 속하고, 부산시가 관리하는 공원 면적만 3.2㎢에 이른다. 그중 상단 을숙도생태공원 구역이 375,000㎡로, 강과 맞닿은 낮은 땅 위에 갈대와 물억새 군락이 넓게 이어진다.
물억새는 9월 말부터 이삭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10월로 들어서면 이삭이 하얗게 부풀어 바람 부는 쪽으로 한꺼번에 눕는데, 하구 습지에서는 그 은빛 뒤로 폭이 크게 넓어진 강물과 하굿둑이 함께 들어온다. 군락 사이로 난 길이 모두 평지여서 산을 오르지 않고도 억새밭을 정면에서 마주할 수 있다.
물억새 사이를 지나는 4.5km 평지길
을숙도 / 한국관광공사-장정수 |
탐방로 전체 길이는 4.50km다. 을숙도철새공원 주차장에 차를 두고 습지 안쪽으로 들어서면 길은 곧장 갈대와 물억새 군락 사이로 파고든다. 억새가 사람 키를 넘는 구간에서는 양옆이 가려져 하늘과 길만 보이다가, 시야가 트이는 자리에서 강이 다시 나타난다. 같은 길인데도 몇 걸음마다 보이는 것이 달라진다.
을숙도 (2020) / 한국관광공사-부산관광공사 |
걷는 속도에 따라 다르지만 왕복에 두 시간 정도가 걸린다. 계단이나 가파른 구간이 없어 힘들면 중간에서 돌아 나오기도 쉽다. 탐방로는 기수습지와 담수습지, 수림대와 초화원을 차례로 지나며, 구간마다 물빛과 자라는 풀이 달라 걷는 내내 풍경이 한 가지로 고정되지 않는다. 바람이 지나가면 억새 이삭이 한쪽으로 쏠렸다가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오고, 그 너머로 강 건너편 산줄기가 낮게 드러난다.
남단 체험장에서 보는 갈대 습지 전경
을숙도대교 / 한국관광공사-부산관광공사 |
섬 남단 낙동강하구 탐방체험장 쪽은 갈대 습지가 한눈에 펼쳐지는 자리다. 물길과 갈대밭이 층을 이루며 멀어지고 그 끝에 강어귀가 놓인다. 해가 낮게 걸리는 시간에는 억새 이삭이 빛을 받아 강 쪽으로 은빛 띠를 만든다. 섬에서 사진을 남기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서는 지점도 이곳이다.
지금의 습지는 오래 방치됐던 땅을 되살린 결과다. 1996년 시작한 복원사업이 2012년 마무리되면서 갈대와 물억새가 다시 자리를 잡았고, 그 위로 철새가 돌아왔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물가에 내려앉는 새가 늘어나 억새밭과 새 무리를 한 자리에서 보게 되는 날도 있다.
문 여는 시간과 찾아가는 길
을숙도 (2019) / 한국관광공사-부산관광공사 |
공원은 연중무휴로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열려 있고 탐방로를 걷는 데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철새공원 주차장은 소형 148면과 대형 5면을 갖췄다. 주차 요금은 10분에 100원이며 하루 최대 2,400원까지만 받는다. 두 시간을 걷고 나와도 부담이 크지 않은 금액이다.
섬 안 낙동강하구에코센터는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열고 관람료는 없다. 월요일은 쉬며, 월요일이 공휴일이면 그다음 날 휴관한다. 전시실과 전망 공간에서 하구 습지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먼저 보고 나면 탐방로에서 만나는 풍경이 더 또렷하게 읽힌다.
대중교통은 도시철도 1호선 하단역에서 내려 시내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승용차는 하굿둑을 건너 섬으로 들어간다. 섬 안에는 새를 보호하기 위해 출입을 막아 둔 핵심보전지구가 있으므로, 개방된 탐방로 안내를 따라 걸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