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리스 대야에 담긴 소금물 속 바지락 위로 검은 비닐봉지를 덮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칼국수를 끓이거나 국물을 낼 때 바지락 한 봉지를 사 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해감이다. 대야에 쏟아 소금물을 붓고 한참을 두었다가 끓였는데, 막상 국물을 한 숟갈 떠먹다가 모래가 씹히면 그 한 그릇을 다 먹기가 어려워진다. 식구들 앞에 내놓은 뒤라면 더 난감하다.
그럴 때 대부분은 소금을 덜 넣었나 싶어 다음번에는 소금을 더 풀고, 시간이 모자랐나 싶어 반나절씩 담가 두기도 한다. 그런데 소금 양을 늘리고 시간을 늘려도 모래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담가 두는 동안 조개가 입을 열지 않았다면 시간이 아무리 길어도 뱉을 것을 뱉지 못한 것이다.
조개가 입을 여느냐 마느냐를 가르는 것은 소금물 농도만이 아니라 대야에 닿는 빛이다. 소금물 위에 검은 비닐봉지나 신문지를 한 장 덮어 빛을 막아 주면 같은 시간을 담가 두어도 모래가 훨씬 많이 나온다.
밝은 곳에서는 입을 닫아 버리는 바지락
주방 조명 아래 덮개 없이 놓인 대야 속에서 껍데기를 꽉 다문 바지락.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바지락은 원래 갯벌 속에 몸을 묻고 사는 조개다. 모래와 뻘에 파묻혀 있으니 주변이 늘 어둡고, 그 어두운 상태에서 물을 빨아들였다가 내뱉기를 되풀이하며 숨을 쉬고 먹이를 걸러 먹는다. 몸속에 들어온 모래도 이 과정에서 물과 함께 밖으로 나온다.
반대로 갑자기 밝아지면 갯벌 밖으로 드러났다는 신호가 되어 조개는 껍데기를 꽉 다문다. 주방 조명 아래 대야를 그대로 올려 둔 상태가 조개 입장에서는 딱 그런 상황이라서, 소금물 농도를 아무리 정확히 맞춰도 입을 다문 채 몇 시간을 버티게 된다.
결국 해감은 두 가지가 같이 맞아야 되는데, 하나는 바닷물과 비슷한 소금물이고 다른 하나는 빛을 막은 어두운 상태다. 소금물만 준비하고 대야를 밝은 자리에 그대로 두면 조개가 갯벌에 있다고 느끼지 못해 모래가 그대로 남는다.
칼국수용 바지락에 남은 모래 빼는 방법
흐르는 수돗물 아래에서 두 손으로 바지락을 비벼 씻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먼저 바지락을 흐르는 물에 여러 번 비벼 씻어 껍데기 겉에 붙은 뻘과 이물질을 닦아 낸다. 그다음 대야에 물 1리터를 받고 굵은소금 30g, 밥숟가락으로 약 2큰술을 넣어 완전히 녹인다. 이 정도가 바닷물과 비슷한 농도라서 조개가 편하게 입을 연다.
밥숟가락에 담은 굵은소금을 물 받은 대야에 넣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소금물이 준비되면 바지락을 조개가 잠길 만큼만 담근다. 대야 바닥에 한 겹으로 펴 주는 것이 좋고, 여러 겹으로 수북이 쌓으면 아래쪽 조개가 위에서 뱉은 모래를 다시 마시게 된다. 물이 조개보다 손가락 한 마디쯤 올라오면 충분하다.
대야 바닥에 한 겹으로 펼쳐 놓은 바지락과 조개 위로 한 마디쯤 올라온 소금물.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그 위에 검은 비닐봉지나 신문지를 덮어 빛이 들어오지 않게 막고, 서늘한 곳에 2~3시간 둔다. 한 시간쯤 지났을 때 소금물을 한 번 갈아 주면 뱉어 낸 모래를 다시 마시지 않아 해감이 더 잘 된다. 급해서 시간을 다 못 채우더라도 최소 30분은 담가 두어야 한다.
덮개를 걷어 보면 대야 바닥에 모래가 가라앉아 있는데, 이때 조개를 손으로 건져 내야 가라앉은 모래가 딸려 올라오지 않는다. 물을 따라 버리듯 쏟으면 모래가 다시 섞인다. 건져 낸 바지락은 맹물에 한두 번 헹궈 껍데기에 남은 소금기를 없앤다. 해감하는 동안 따뜻한 물을 쓰면 조개가 상하니 찬물이나 시원한 물을 쓴다.
바지락을 사 온 날 검은 봉지 한 장만 챙겨 두었다가 대야 위에 덮어 보길 권한다. 국물 요리는 한번 모래가 씹히면 아무리 잘 끓여도 그 맛을 되돌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