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슬라아트월드 (출처=대한민구 구석구석) |
[투어코리아=민경원 기자] 동해의 푸른 바다를 품은 절벽 위에 3만 3천 평 규모의 조각공원이 펼쳐진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예술 작품 사이를 걷고, 거대한 미디어아트 속에서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흐려진다. 호숫가에서는 물멍을, 소나무 숲이 이어진 해변에서는 파도멍을 즐긴다. 오래된 외양간이 예술 공간으로 변신한 작은 갤러리까지. 익숙한 강릉이 색다른 얼굴로 다가온다.
커피와 바다만 떠올렸다면 이번에는 조금 다른 강릉을 만나보자. 아름다운 자연에 현대미술과 로컬 문화가 더해지면서 여행의 즐거움도 한층 다채로워졌다. 관광 명소를 바쁘게 돌아다니기보다 마음에 드는 풍경 앞에서 오래 머물러도 좋다. 가을의 끝자락, 감성을 충전하기 좋은 강릉의 다섯 공간을 소개한다.
동해 절벽 위 3만 3천 평 '하슬라아트월드', 바다와 예술의 환상적인 만남
강릉에서 바다와 예술을 동시에 즐기고 싶다면 정동진 인근 하슬라아트월드로 향해보자. 푸른 동해를 정면으로 마주한 해안 절벽 위에 조각공원과 미술관이 펼쳐지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약 3만 3천 평에 이르는 야외 조각공원이다. 자연 지형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 곳곳에 조각과 대지미술 작품이 어우러져 걷는 길 자체가 하나의 전시처럼 느껴진다.
소나무 사이로 바다가 펼쳐지고, 독특한 형태의 조형물 너머로 수평선이 이어진다. 자연 풍경과 예술 작품을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어 사진 찍는 재미도 남다르다. 특히 바다를 배경으로 한 이색적인 설치 작품과 전망 공간은 강릉 여행의 특별한 장면을 남기기에 좋다.
실내에도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현대미술관에서는 조각과 회화, 설치미술, 움직이는 키네틱아트 등을 감상할 수 있다. 피노키오·마리오네트 박물관에서는 동화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과 움직이는 인형들을 만난다.
예술 감상 후에는 레스토랑이나 오션스퀘어 카페에서 쉬어가도 좋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동해를 바라보며 차 한 잔을 즐기는 시간마저 여행의 일부가 된다.
하슬라아트월드는 조각가 박신정·최옥영 부부가 2003년부터 가꿔온 예술 공간이다. 강릉의 옛 지명인 '하슬라'를 이름으로 삼아 자연과 예술, 건축이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공간으로 발전시켰다.
아르떼뮤지엄 강릉, 빛과 소리, 향기로 만나는 또 다른 자연
강릉 초당동에 자리한 아르떼뮤지엄은 자연을 눈으로만 감상하는 공간이 아니다. 빛과 소리, 향기까지 동원해 온몸으로 예술을 경험하는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이다.
디지털 디자인 기업 디스트릭트(d'strict)가 선보인 아르떼뮤지엄 강릉은 약 1,500평 규모로, 강원도의 자연환경과 강릉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밸리(VALLEY)'를 테마로 운영된다.
아르떼뮤지엄강릉 WAVE-CIRCLE 미디어아트/사진-강원도관광재단 제공 |
'영원한 자연(ETERNAL NATURE)'을 주제로 펼쳐지는 미디어아트는 거대한 파도와 신비로운 숲, 꽃과 폭포 등 자연의 이미지를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벽면과 바닥을 가득 채운 영상이 관람객을 둘러싼다. 장면마다 어울리는 음악과 향기가 더해져 마치 작품 속으로 걸어 들어간 듯한 느낌을 준다.
현실의 풍경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자연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바깥 날씨와 관계없이 즐길 수 있어 비가 오거나 바람이 강한 날에도 방문하기 좋은 강릉의 실내 여행지다.
바다 옆에 숨은 거울 호수 '경포호' 산책하며 물멍하기
강릉의 대표적인 풍경을 꼽을 때 경포호를 빼놓을 수 없다. 바다와 인접한 이 호수는 바닷물과 민물이 영향을 주고받는 석호로, 오랜 세월 자연과 역사, 문화를 함께 품어왔다.
호수 면적은 약 0.896㎢, 둘레는 약 5.21㎞다. 주변으로 산책로가 이어져 있어 천천히 걷거나 자전거를 타며 호수의 풍경을 감상하기 좋다.
경포호/ 사진=강릉시 |
계절마다 달라지는 모습도 매력적이다. 봄에는 벚꽃이 호숫가를 물들이고, 가을에는 주변 나무들이 계절의 색을 더한다. 겨울에는 청둥오리와 고니 등 다양한 철새를 만날 수 있는 자연생태 공간이기도 하다.
호수 주변에는 관동팔경으로 유명한 경포대를 비롯해 여러 역사문화유산이 자리한다. 경포대와 경포호는 뛰어난 경관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국가 명승으로 지정됐다.
경포호에서는 특별한 체험을 하지 않아도 좋다. 호숫가를 따라 걷다가 마음에 드는 벤치에 앉아 잔잔한 수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속도가 느려진다.
송정해변, 700m 백사장과 소나무 숲, 파도멍 즐기는 힐링 스폿
강릉 바다가 모두 북적이는 것은 아니다. 송정동의 송정해변은 탁 트인 동해와 울창한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산책 명소다.
길이 약 700m, 면적 약 2만 8천㎡의 백사장을 따라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해변 뒤편으로는 소나무들이 길게 이어져 바다 풍경과 숲의 분위기를 함께 느낄 수 있다.
송정이라는 지명에는 오래된 이야기가 전해진다. 고려 충숙왕의 부마였던 최문한이 강릉에 올 때 소나무 8그루를 가져와 심었고, 이를 계기로 '팔송정'이라 부르다가 훗날 송정이라는 이름이 남았다는 것이다.
지금도 송림은 송정해변을 대표하는 풍경이다. 나무 그늘 아래를 걷거나 해변에서 파도 소리를 듣고 있으면 복잡했던 생각이 자연스럽게 잦아든다.
주변의 안목해변과 강문해변, 경포해변을 연결해 바다 산책이나 드라이브 코스를 계획하기에도 좋다. 유명 카페를 찾아다니는 일정에 송정해변의 고요한 풍경을 더하면 한층 여유로운 강릉 여행이 완성된다.
갤러리 소집,소 키우던 외양간이 감성 갤러리로 변신!
강릉의 로컬 감성을 조금 더 깊이 경험하고 싶다면 병산동의 '갤러리 소집'을 눈여겨보자.
이곳은 과거 소를 키우던 외양간을 개조해 2019년 4월 문을 연 문화예술공간이다. 이름부터 재미있다. 소가 살던 집이라는 뜻과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라는 의미가 함께 담겼다.
오래된 건물의 흔적을 무조건 지우지 않았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기존 외양간의 나무기둥 7개를 그대로 살려 새로운 전시 공간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소집은 사진과 글을 통해 세상을 기록해 온 고기은 대표의 이야기가 녹아 있는 공간이다. 방송국 카메라 감독으로 일했던 아버지와 함께 동해안의 석호 18곳을 여행하며 아버지는 사진으로, 딸은 글로 풍경을 기록했고, 그 경험은 책 '뷰레이크타임(View Lake Time)'으로 이어졌다.
이곳에서는 지역 예술가들의 전시를 비롯해 북토크와 글쓰기 모임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진행돼 왔다. 소박한 공간에서 예술가와 관람객이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소집만의 매력이다.
화려한 대형 미술관과는 또 다른 분위기다. 오래된 공간에 새로운 이야기를 쌓아가는 곳에서 강릉의 로컬 문화를 만날 수 있다. 다만 전시 교체나 행사 준비에 따라 운영 일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바다를 바라보는 절벽 위 조각공원부터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자연, 잔잔한 호수와 솔숲 해변, 외양간에서 태어난 작은 갤러리까지. 강릉의 풍경은 생각보다 훨씬 다채롭다.
이번 여행에서는 바다만 보고 돌아서지 말자. 자연과 예술, 사람들의 이야기가 만나는 공간에서 조금 더 오래 머물러보자. 익숙했던 강릉이 전혀 새로운 여행지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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