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스톤(Latte Stone) / 사진-괌 정부관광청 |
[투어코리아=조성란 기자] 비행기로 고작 4시간. 눈부신 오션뷰와 완벽한 휴식이 보장된 괌은 언제나 실패 없는 휴양지 1순위로 꼽힌다. 하지만 리조트 선베드에 누워 바다만 바라보기엔 이 섬이 품은 매력이 너무나 다채롭다. 뻔한 관광 코스에서 살짝만 시선을 돌려보자. 그곳에는 오랜 세월 섬을 지켜온 사람들의 다정한 인사와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 쉬고 있다.
하파 데이(Håfa Adai)! ... 반겨줘서 고마워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섬 곳곳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단어는 바로 ‘하파 데이(Håfa Adai)’다. 단순한 안녕이나 환영을 넘어, 처음 만난 이방인에게도 기꺼이 곁을 내어주는 차모로 원주민 특유의 온기가 듬뿍 담긴 인사말이다.
괌 해변 전경 / 사진-괌정부관광청 |
이 다정한 환대의 밑바탕에는 이웃과 자연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이나마파올렉(Inafa’maolek)’ 정신이 짙게 깔려 있다. 낯선 여행자를 향한 투박하지만 따뜻한 미소를 마주하는 순간, 그저 유명한 휴양지였던 괌은 어느새 다정한 이웃의 얼굴로 다가온다.
길을 걷다 우연히 눈만 마주쳐도 건네오는 이 유쾌한 인사는 팍팍한 도심에서 한껏 날이 서 있던 마음의 빗장을 스르르 풀게 만든다. 렌터카를 몰고 한적한 남부 해안도로를 달리다 들른 작은 로컬 상점, 혹은 현지인들이 북적이는 투박한 식당에서 주고받는 다정한 눈웃음은 어떤 화려한 리조트의 웰컴 드링크보다 훨씬 진한 여운을 남긴다.
‘라떼스톤’이 품은 차모로의 온기
이토록 따뜻한 환대는 하루아침에 툭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짙푸른 태평양의 거친 파도에 기대어 살아오며 켜켜이 쌓아 올린 원주민들만의 단단한 연대감이 그 뿌리에 자리한다.
섬 깊숙한 곳으로 들어 갈수록 이웃과 자연의 지혜를 나누던 차모로 문화의 진한 향기를 느낄 수 있는데, 거대한 돌기둥 위에 반구형 돌을 얹은 독특한 실루엣의 ‘라떼스톤(Latte Stone)’이 그 대표적인 흔적이다. 고대인들이 집을 지을 때 주춧돌로 사용했던 라떼스톤은 단순한 고대 유적이 아니라, 거친 대자연 속에서 서로 힘을 모아 보금자리를 세웠던 끈끈한 협동심의 상징이다.
차모르 전통 가옥 /사진-투어코리아 |
박물관 유리관 속에 박제된 역사가 아닌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차모로의 진짜 일상을 마주하고 싶다면, 탈로포포 강줄기를 따라가는 밸리 오브 더 라떼(Valley of the Latte) 투어를 추천한다. 괌 한복판에서 아마존 뺨치는 짙푸른 정글 탐험을 경험할 수 있는 스폿이다. 리버보트 크루즈에 몸을 싣고 강물을 한참 거슬러 올라가면 4천 년의 묵직한 시간이 고스란히 멈춰 있는 듯한 원주민 전통 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의 진짜 매력은 섬사람들의 투박한 아날로그 일상에 조용히 스며들 수 있다는 점이다. 마른나무와 코코넛 껍질만으로 거친 연기를 피워 올리는 전통 불 피우기 방식을 직관하고, 직접 손을 보태 불씨를 살려볼 수 있다. 버릴 것 하나 없는 코코넛의 다채로운 쓰임새를 배우며 아기자기한 수공예품을 구경하는 시간도 빼놓을 수 없다. 자연이 내어준 재료와 오랜 지혜를 곁에 두고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을 곁에서 지켜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밸리 오브 더 라떼(Valley of the Latte) 투어를 하면 전통 불 피우기 체험 , 수공예품 만드는 모습 구경을 할 수 있다. /사진-투어코리아 |
춤과 음악으로 피어나는 ‘차모로의 서사’
문자가 없던 시절, 고대 차모로인들은 조상들의 지혜와 웅장한 바다의 신화를 생생한 몸짓과 목소리에 담아 후세에 전했다. 파도의 흐름을 닮은 유연한 춤사위와 영혼을 울리는 전통 챈트(노래) 속에는 거친 자연을 개척하며 살아온 원주민들의 끈질긴 생명력과 끈끈한 공동체 의식이 오롯이 새겨져 있다.
오늘날 괌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다채로운 전통 공연들은 책에서는 결코 배울 수 없는 이들의 진짜 역사를 가장 매혹적인 방식으로 들려주는 훌륭한 스토리텔러인 셈이다. 심장을 두드리는 강렬한 북소리와 쉴 새 없이 휘몰아치는 퍼포먼스는 자연에 기대어 살아온 태평양 섬사람들의 웅장한 서사시 그 자체다.
이 서사를 만끽할 수 있는 대표적인 무대는 투몬 건비치에서 열리는 디너쇼 '타오타오 타씨(TaoTao Tasi)'다. 공연장 어느 자리에 착석하든 황홀한 태평양의 선셋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이내 웅장한 북소리가 고막을 때리기 시작하면 화려한 깃털로 장식한 댄서들이 등장해 단숨에 좌중을 압도한다. 대자연을 경외하며 살아온 섬사람들의 오랜 전설이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창술과 맹렬한 퍼포먼스로 재탄생해 잠시도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타오타오타씨 디너쇼/사진-투어코리아 |
풍경보다 짙게 남는 여운 ‘환대의 기억’
에메랄드빛 바다와 눈부신 햇살은 여전히 우리가 괌을 찾는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일상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가장 오래 머무는 기억은 에메랄드빛 바다색이 아니라 이곳 사람들이 넉넉하게 내어준 따뜻한 환대일지도 모른다.
다가오는 가을과 연말연시, 뻔한 휴양을 넘어 텅 빈 마음까지 다정하게 채워줄 괌의 진짜 매력 속으로 기분 좋게 체크인해 보는것은어떨까.
타오타오타씨 디너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