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민경원 기자] ‘보성’ 하면 가장 먼저 초록빛 차밭을 떠올리지만 가을 여행의 선택지는 그보다 훨씬 넓다. 율포 바다에서는 제철 전어를 직접 잡아 구워 먹고, 벌교 갯벌에서는 세계자연유산의 생태를 배우며 해양쓰레기를 줍는다. 제암산에서는 숲길을 걷고, 득량역에서는 1970~80년대 풍경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다.
최근에는 보성에서 발견된 한반도 최초 조각류 공룡 골격화석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공룡의 땅’이라는 새로운 이야기도 더해졌다. 차와 바다, 숲, 미식, 레트로 감성, 생태와 고생물까지 여행의 결이 겹겹이 이어지는 것이 가을 보성의 매력이다.
“잡아서 바로 굽는다”…율포서 즐기는 가을 전어 한 판
가을 보성 여행에서 먹거리를 앞세운다면 회천면 율포솔밭해수욕장이 먼저다. 오는 9월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 동안 이곳에서는 ‘제18회 보성전어축제’가 열린다. 올해 주제는 ‘달빛을 품고, 전어를 맛보다’. 추석 연휴와 맞물려 제철 전어와 가을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체험과 공연, 먹거리를 한데 묶었다.
‘제18회 보성전어축제’가 오는 9월 24일부터 25일까지 회천면 율포솔밭해수욕장 일원에서 열린다/사진-보성군 |
가장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은 ‘전어 및 활어잡기 체험’이다. 24일과 25일 오후 1시부터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는다. 하루 참가 인원은 성인 50명, 어린이 50명 등 모두 100명이다.
참가비는 1인당 1만5000원이며 미취학 아동은 무료다. 참가자에게는 스포츠타월도 제공된다.
직접 잡은 전어를 그 자리에서 구워 먹는 체험도 마련된다. ‘전어굽기 체험’ 참가비는 1만 원으로, 구이판과 숯, 조리에 필요한 집기와 도구를 제공한다.
‘제18회 보성전어축제’가 오는 9월 24일부터 25일까지 회천면 율포솔밭해수욕장 일원에서 열린다/사진-보성군 |
축제 첫날인 24일에는 오후 3시 관광객 어울림 한마당을 시작으로 보성군립국악단 공연과 개회식, 보성전어축제 노래자랑, 경품 추첨이 이어진다.
노래자랑에는 읍면 참가자를 포함해 총 20명이 출전하며 대상 100만 원 등 총 200만 원의 시상금이 걸려 있다. 관광객 대상 경품 규모도 총 400만 원 상당이다. 1등 100만 원, 2등 60만 원, 3등 40만 원 등이 추첨을 통해 제공된다.
25일에는 오후 1시부터 전어·활어잡기 참가 접수를 시작해 오후 2시 체험을 진행한다. 오후 3시부터는 전어굽기와 관광객 어울림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먹거리도 전어에만 머물지 않는다. 축제장에서는 전어회무침을 비롯해 회천쪽파전과 쪽파김치, 찐 감자·옥수수 등 지역 농수산물을 활용한 메뉴와 특산물을 만날 수 있다.
오영일 보성전어축제공동추진위원장은 “올해는 회천면청년연합회와 함께 추진하는 만큼 추석 연휴에 맞춰 가족과 함께 제철 전어와 율포의 가을 바다를 즐길 수 있도록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며 “다양한 체험과 공연, 먹거리가 어우러진 풍성한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녹차만 있는 줄 알았더니…400명이 만드는 ‘초록의 하루’
율포에서는 전어축제보다 앞선 9월 12일에도 이색적인 행사가 펼쳐진다.
보성 청년마을이 기획한 차문화 행사 ‘초록에 미치다’가 율포솔밭해수욕장 일원에서 열린다. 보성의 대표 자산인 ‘차’와 ‘초록’을 젊은 감각으로 다시 풀어낸 프로그램이다.
지역 다원과 차 도구 공예 작가, 청년 창작자 등 약 400명이 참여할 예정이며 행사장에는 차와 초록을 주제로 한 마켓 30여 개가 들어선다.
사진-보성군 |
차를 마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감성 버스킹과 차 명상, 야외 영화 상영 등이 이어지고 참가자가 초록색 옷이나 소품을 착용하는 드레스코드도 운영한다.
전날인 11일 오후 7시30분에는 보성군문화예술회관에서 ‘2026 청년음악쌀롱-한 여름밤의 가곡과 아리아’가 열린다.
소프라노 이정은·김순영, 바리톤 이하석, 테너 국윤종, 피아니스트 김유상, 큐레이터 윤지현, Bella Voce 합창단 등이 참여해 가곡과 오페라 아리아를 선보인다.
현재 보성에서는 회천면 ‘전체차(茶)랩(LAB)’, 득량면 ‘메모리&멜로디’, 보성읍 ‘퀘스트랜드’, 벌교읍 ‘퍼스트펭귄마을’ 등 총 4개 청년마을이 활동하고 있다.
9월 19일 오후 5시에는 보성군문화예술회관에서 ‘제1회 채동선 음악으로 잇는 소년소녀합창페스티벌’도 예정돼 있다.
보성군 관계자는 “청년마을은 외지 청년들이 보성을 경험하고 지역 주민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연결고리”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청년들이 만들어 가는 새로운 음악과 차문화를 함께 즐기고, 보성의 다양한 매력을 경험해 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자연유산 갯벌에서 ‘쓰줍’…생태 여행도 특별하게
벌교로 이동하면 보성 여행의 분위기가 다시 달라진다.
9월 19일 벌교읍 장암리 보성뻘배전시관 일원에서는 ‘2026 보성갯벌 비치코밍 캠페인’이 진행된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보성갯벌의 가치를 알리고 해양쓰레기 문제를 직접 체험하며 생각해보는 생태 프로그램이다.
‘함께 지키는 세계유산, 함께 만드는 보성갯벌’을 주제로 학생과 주민, 사회단체, 자원봉사자 등 약 100명이 참여한다.
사진-보성군 |
핵심 프로그램인 비치코밍은 오전 10시30분부터 약 2시간 진행된다. 참가자에게는 봉투와 집게, 장갑, 조끼로 구성된 친환경 ‘쓰줍키트’가 제공된다.
현장 상황과 날씨에 따라 코스는 3개로 나뉜다. A코스는 보성뻘배전시관에서 벌교꼬막종묘배양장까지, B코스는 반대 방향으로 진행한다. C코스는 전시관에서 장암리 일원을 걷는다.
전문 해설사도 동행한다. 길을 걸으며 갯벌에 사는 생물과 생태계의 특성, 보성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인정받은 이유를 들을 수 있다.
정화활동이 끝나는 오후 12시30분부터는 폐자원을 활용한 업사이클링과 국가중요어업유산 제2호인 뻘배를 축소해 만드는 ‘미니 뻘배 만들기’, 야외 ‘레일 널배 타기’ 등 체험이 이어진다.
해발 807m 제암산…억새 흔들리는 숲으로
바다와 갯벌을 즐겼다면 이번에는 산으로 향할 차례다.
웅치면 대산리의 제암산자연휴양림은 해발 807m 제암산 기슭에 자리한다. 울창한 숲과 산책로가 이어져 계절마다 다른 산림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보성 제암산자연휴양림 탐방객들이 숲속 맨발길'에서 맨발로 황톳길을 걸으며 산림욕을 즐기고 있다/사진=보성군 |
가을에는 참억새가 산과 숲에 계절감을 더한다. 편안하게 숲길을 걷는 여행부터 휴양림에 머물며 쉬어가는 일정까지 선택할 수 있다.
숲속의 집과 휴양관 등 숙박시설이 있고, 활동적인 여행객을 위한 어드벤처 짚라인 모험시설도 갖췄다. 여름에는 물놀이터가 인기지만, 가을에는 숲길과 억새 풍경을 중심으로 한 산책 여행에 더 잘 어울린다.
3개의 돌무지개가 290년 가까이…벌교홍교
벌교 여행에서는 오래된 돌다리 하나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벌교읍에 있는 보성벌교홍교는 화강석으로 만든 조선시대 석교다. 무지개처럼 둥글게 올린 3개의 홍예가 다리를 받치며 길이는 약 27m, 높이는 3m에 이른다.
과거 주민들은 이곳에 뗏목다리를 놓고 건넜으나 물에 유실되자 돌다리를 만들었고, 영조 10년에 완성됐다. 이후 여러 차례 보수를 거치면서도 옛 형태를 이어오고 있다.
화려한 관광시설과는 거리가 있지만 벌교 사람들의 생활과 오랜 시간을 함께한 장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천천히 다리 주변을 걸어보면 ‘벌교’라는 지명에 담긴 지역의 역사와도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숲 깊숙이 숨은 한옥…보성열화정
득량면 오봉리 강골마을 뒤편 숲속에는 열화정이 숨어 있다. 건물은 앞면 4칸, 옆면 2칸의 ㄱ자형 누마루 구조다. 높은 축대 위에 자리해 주변의 울창한 나무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보성 열화정/사진-전남도 |
작은 개울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아담한 문과 연못이 나타나고, 나무와 정원이 옛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며 차분한 풍경을 만든다.
여행객이 몰리는 화려한 명소보다는 조용히 머물며 전통 건축의 선과 정원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을 때 어울리는 곳이다.
1977년 다방 그대로…득량역에서 ‘그때 그 시절’
열화정과 같은 득량면에 있는 득량역 추억의거리는 여행의 시계를 1970~80년대로 돌려놓는다.
1970년대 분위기를 간직한 득량역 추억의거리 /사진-보성군 |
득량역은 1930년 경전선 개통과 함께 영업을 시작했던 역으로, 주변에는 옛 읍내의 모습을 재현한 공간이 조성돼 있다.
반세기 넘게 자리를 지킨 이발소와 1977년 문을 연 행운다방, 오래된 방앗간 등이 옛 풍경을 이어간다. 득량초등학교를 비롯해 만화방과 오락실 등 복고 감성을 살린 공간도 만날 수 있다.
옛 철도 역무원 유니폼을 입어보는 체험과 포토존도 마련돼 있어 부모 세대에게는 추억을, 젊은 여행객에게는 색다른 ‘뉴트로’ 사진 명소가 된다.
전통시장 안에 젤라또·공방…‘BS청춘마켓’
보성읍에서는 전통시장과 청년 감성이 만난다. 녹차골보성향토시장 안에 조성된 ‘BS청춘마켓’은 448㎡ 규모의 청년 창업공간이다. 2023년 공간 조성을 마친 뒤 준비 과정을 거쳐 2024년 9월 정식 개장했다.
현재 운영 중인 청년 점포는 모두 7곳이다.
보성군 녹차골향토시장 속 청년들의 특별한 공간, ‘BS청춘마켓’ 이 2024년에 개장했다/사진-보성군 |
천연비누를 만드는 ‘그린리추얼’, 토탈뷰티숍 ‘이룸’, 리본·기념품 공방 ‘로라스토리’, 천연원석 소품을 다루는 ‘옴챠’, 떡케이크·정과 전문 ‘시리한식디저트공방’, 샌드·젤라또를 판매하는 ‘보성샌드’, 인테리어 소품 공방 ‘공감지구력’ 등이 들어서 있다.
전통시장 안에서 수공예 제품을 구경하다 젤라또나 디저트를 맛보는 식으로 여행 동선을 짜볼 수 있다.
청년 창업자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점포별 연간 임대료는 55만~61만 원 수준으로 운영되며 계약기간은 최대 3년까지 보장한다.
한반도 최초 조각류 공룡도 ‘보성 출신’
보성을 바라보는 시선을 수천만 년 전으로 돌려주는 이야기도 있다.
득량면 비봉리에서 발견된 ‘보성 조각류 공룡(코리아노사우루스 보성엔시스) 골격화석’이 지난 4일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이 화석은 한반도에서 처음 발견된 조각류 공룡 골격화석이다. 발견 지점과 발굴 과정이 명확하게 기록된 국내 유일의 공룡 골격이라는 점에서도 학술적 가치가 높다.
보성 조각류 공룡 골격화석 골격도 /사진-보성군 |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진행된 ‘보성 비봉리 공룡알 화석산지’ 조사 과정에서 발견됐으며, 2003년에는 왼쪽 어깨뼈와 등뼈, 갈비뼈 등의 골격이 확인됐다.
‘코리아노사우루스 보성엔시스’라는 학명은 2010년 독일 지질고생물학술지에 게재되며 국제적으로 공식 등재됐다.
특히 후기 백악기에 살았던 초식공룡으로, 아시아에서 매우 드문 ‘오로드로메우스아과(Orodrominae)’에 속한다. 아시아와 북아메리카 사이의 공룡 이동과 진화 경로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화석은 전남대학교 한국공룡연구센터에서 보관·연구 중이다. 보성군은 비봉공룡공원 등 지역 관광자원과 연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보성 조각류 공룡 골격화석 골격도 /사진-보성군 |
보성군 관계자는 “보성 비봉리 공룡알 화석산지와 더불어 ‘코리아노사우루스 보성엔시스’ 골격화석까지 국가 지정 천연기념물로 인정받아 보성군이 세계적인 백악기 고생물 연구의 중심지임을 확고히 했다”며 “화석 보존 관리 체계를 더욱 고도화하고 비봉공룡공원 등과 연계한 교육·관광 자원화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보성군은 지난 8월 5일 여수시·화순군·해남군·전라남도와 함께 남해안 공룡화석지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아이와 딸기 따고 베이킹까지…보성싱싱농원
조성면 봉능리에 있는 보성싱싱농원은 보는 여행에서 직접 해보는 여행으로 분위기를 바꿔준다. 딸기를 비롯한 과일을 직접 수확할 수 있으며, 농장에서 거둔 농산물을 활용한 베이킹 등 여러 농촌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아이가 농산물이 자라고 수확되는 과정을 경험한 뒤 직접 음식을 만들어볼 수 있어 가족 단위 여행에 활용하기 좋다. 프로그램은 계절과 작물 생육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방문 전 운영 여부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