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비찜, 찜기에 물 붓고 찌지 마세요" 냄비에 '이렇게' 담아 5분이면 달큰한 맛이 살아납니다


맑은 국물이 고인 찐 가리비가 담긴 접시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맑은 국물이 고인 찐 가리비가 담긴 접시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 말이면 시장 수산물 코너에 부채 모양 껍데기의 가리비가 수북이 쌓이기 시작한다. 11월 초로 접어들수록 살이 오르고 단맛이 들어 이맘때 한 번쯤 사 오게 되는데, 막상 집에서 찌려고 하면 찜기를 꺼내고 물을 맞추는 일부터 번거롭게 느껴진다.

찜기에 물을 넉넉히 받아 김을 올려 찌면 가리비가 익는 동안 껍데기 사이로 나온 국물이 아래쪽 물에 섞여 버리기 때문에, 다 찌고 나면 살은 익었는데 맛이 밋밋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찜기를 씻고 말리는 설거지도 따로 남는다.

가리비찜은 냄비 하나에 물을 한 방울도 붓지 않고 만들 수 있다. 가리비에서 나오는 물만으로 익히면 가리비 본래의 달큰한 맛이 그대로 남고, 준비할 것도 냄비와 가리비뿐이라 저녁 반찬으로 내기에도 부담이 없다.

물을 붓지 않아도 가리비가 촉촉하게 익는 이유

냄비 바닥의 맑은 국물 위로 벌어진 가리비 껍데기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냄비 바닥의 맑은 국물 위로 벌어진 가리비 껍데기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가리비는 껍데기 안에 바닷물과 살에서 나온 물을 머금고 있어서, 냄비에 담아 열을 가하면 껍데기가 벌어지면서 그 물이 냄비 바닥으로 흘러나온다. 손질한 가리비를 냄비에 겹쳐 담으면 몇 분 사이에 바닥에 물이 고이고, 이 물이 끓으며 올라오는 김이 위쪽 가리비까지 고루 익힌다.

찜기에 따로 물을 부으면 가리비에서 나온 물이 그 물에 섞여 묽어지고, 단맛이 우러난 국물은 대부분 찜기 아래로 떨어져 버려진다. 가리비찜이 밋밋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대개 이 국물을 잃기 때문인데, 물을 붓지 않으면 가리비에서 나온 물이 그대로 가리비를 익히는 데 쓰인다.

냄비 바닥에 모인 물은 가리비 맛이 진하게 우러난 국물이라서, 그 김으로 익힌 살에는 짭조름하면서도 달큰한 맛이 고스란히 남는다. 그래서 가리비찜은 찜기를 꺼내기보다 냄비 하나에 가리비에서 나온 물만 쓰는 쪽이 맛도 낫고 손도 덜 간다.

찜기 없이 냄비로 가리비 찌는 방법

흐르는 물 아래에서 솔로 가리비 껍데기를 닦는 손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흐르는 물 아래에서 솔로 가리비 껍데기를 닦는 손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준비물은 가리비와 뚜껑이 잘 맞는 냄비 하나면 충분하다. 가리비는 껍데기 겉면을 솔로 문질러 붙은 이물질과 뻘을 닦아 내고, 흐르는 물에 두세 번 헹군 뒤 물기를 가볍게 털어 둔다. 껍데기가 벌어진 채 손으로 건드려도 닫히지 않는 것은 미리 골라내는 것이 좋다.

손질한 가리비는 찜판을 깔지 않고 냄비에 바로 담는데, 오목한 껍데기가 아래로 가게 놓아야 나온 물이 껍데기 안에 고여 살이 마르지 않는다. 가리비가 너무 적어 냄비 바닥이 드러나면 물이 고이기 전에 바닥이 탈 수 있으니, 바닥이 가려질 만큼 담고 물은 붓지 않은 채 뚜껑을 덮어 센불에 올린다.

오목한 껍데기가 아래로 가게 냄비에 담은 가리비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오목한 껍데기가 아래로 가게 냄비에 담은 가리비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몇 분이 지나면 가리비에서 나온 물이 냄비 바닥에서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나고 뚜껑 틈으로 김이 새어 나온다. 이때 중강불로 줄이고 그 시점부터 5분을 더 끓이는데, 중간에 뚜껑을 자주 열면 김이 빠져 위쪽 가리비가 덜 익으니 5분 동안은 닫아 두는 것이 좋다.

뚜껑 틈으로 김이 나오는 냄비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뚜껑 틈으로 김이 나오는 냄비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불을 끄고 뚜껑을 열었을 때 껍데기가 활짝 벌어지고 속살이 하얗고 탱탱하게 익어 있으면 다 된 것이고, 끝까지 입을 열지 않은 가리비는 먹지 않고 골라낸다. 냄비가 많이 달궈져 있으니 장갑을 끼고 집게로 꺼내 접시에 담고, 연겨자를 조금 곁들이면 달큰한 맛 사이로 알싸한 맛이 더해진다.

접시에 옮긴 가리비 껍데기마다 맑은 국물이 찰랑하게 고여 있고, 살 한 점을 국물과 함께 떠먹으면 따로 간을 하지 않아도 짭조름한 단맛이 입안에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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