옅은 안개가 낀 도로에서 하향등과 앞 안개등을 켠 승용차 앞부분.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가을로 들어서면 아침 일찍 차를 몰고 나설 때 강가나 논 가까운 도로에서 안개를 만나는 날이 부쩍 늘어난다. 밤새 식은 땅 위로 물기가 올라와 공기 중에 그대로 머물기 때문인데, 해가 뜨기 전후 한두 시간이 가장 짙다. 앞차 뒷모습이 흐릿하게 뭉개지고 차선까지 잘 보이지 않으면 운전대를 잡은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간다.
이럴 때 대부분은 불빛을 더 세게 켜면 멀리까지 보이겠다는 생각으로 상향등 스위치를 올린다. 그런데 상향등을 켜는 순간 앞이 환해지기는커녕 눈앞이 뿌연 벽으로 막힌 것처럼 더 답답해진 경험을 한 운전자가 많다. 그래서 켰다 껐다를 반복하다가 결국 감으로 속도만 줄인 채 달리게 된다.
안개 속에서는 전조등을 어떤 것으로 켜느냐가 보이는 거리를 좌우한다. 상향등을 내리고 하향등과 안개등 쪽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앞이 달라지고, 내 차가 여기 있다는 것을 맞은편 차와 뒤차에 알리는 방법도 따로 있다.
상향등 불빛이 안개 입자에 부딪혀 시야를 가리는 이유
안개 낀 도로에서 상향등 빛이 앞쪽 안개에 넓게 퍼져 보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안개는 연기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물방울이 공기 중에 빽빽하게 떠 있는 상태다. 맑은 날에는 전조등 빛이 앞으로 곧게 나가 노면을 비추지만, 안개 속에서는 그 빛이 물방울마다 부딪혀 사방으로 흩어진다. 흩어진 빛 가운데 일부는 운전자 눈으로 되돌아오는데, 이것이 앞유리 앞을 하얗게 덮는 그 뿌연 막이다.
상향등은 빛을 멀리, 그리고 위쪽으로 쏘아 보내는 등이라서 안개 속에서는 이 현상이 더 심해진다. 빛이 지나가는 거리가 길어질수록 부딪히는 물방울 수도 늘어나 되돌아오는 빛의 양이 많아지기 때문인데, 그래서 상향등을 켤수록 가까운 노면과 차선이 오히려 묻혀 버린다. 맞은편 차 운전자에게도 그 빛이 흩어져 들어가 순간적으로 눈이 부시게 된다.
안개등은 여기서 쓰임이 다르다. 안개등에 노란 빛이 들어가는 이유는 빛의 파장이 길어 물방울에 부딪혀도 덜 흩어지고 안개를 더 잘 뚫고 나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안개등은 차 앞쪽 아래, 범퍼 가까이에 달려 빛을 낮게 깔아 주기 때문에 발밑 노면과 차선이 드러난다. 멀리 보려고 할수록 안 보이고, 낮고 가까운 쪽을 비출 때 오히려 길이 보이는 셈이다.
범퍼 아래쪽 안개등이 가까운 차선과 노면을 낮게 비추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안개 낀 도로에서 전조등 제대로 켜는 방법
운전석 왼쪽의 전조등 조작부에서 안개등 스위치를 켜는 손.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안개 구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상향등을 내려 하향등으로 두고, 그다음 안개등 스위치를 켠다. 앞 안개등이 켜졌는지는 계기판에 초록색으로 들어오는 표시로 확인할 수 있고, 뒤 안개등은 노란색으로 들어온다. 뒤 안개등은 뒤차 운전자에게 상당히 눈부신 밝기라서, 안개가 걷힌 뒤에는 바로 꺼 주는 것이 좋다.
등을 바꿨다면 속도를 줄인다. 안개로 앞이 100m 안쪽까지만 보이는 상황에서는 그 도로 최고 속도의 절반으로 줄여 달려야 하고, 앞차와의 거리도 평소보다 두 배 가까이 벌려 두는 것이 안전하다. 안개 속에서는 앞차 미등이 실제보다 멀리 있는 것처럼 보여 거리를 잘못 재기 쉽다.
내 차 위치를 알리는 일도 같이 한다. 앞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라면 비상등을 켜 뒤에서 오는 차가 미리 속도를 줄일 수 있게 해 준다. 다만 앞차 미등만 쫓아 따라붙는 운전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앞차가 갑자기 서면 피할 공간이 없고, 앞차 미등보다는 바닥의 흰 차선과 중앙선을 눈으로 짚어 가며 달리는 편이 훨씬 안정적이다.
옅은 안개 속에서 비상등을 켠 승용차 뒤로 차선이 이어진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가을 아침 안개는 짧게는 십 분 만에도 걷히지만, 그 십 분이 지나가는 동안 켜 둔 등이 무엇이었는지가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상향등 스위치에 손이 가려 할 때 한 번만 멈추고 안개등으로 바꿔 보길 권한다. 안개 낀 길에서 등을 제대로 고르는 일은 내가 보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맞은편 차와 뒤차가 나를 보게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