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실 서랍 안에 한 끼 분량으로 납작하게 나뉜 명절 음식 봉지가 놓여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추석 연휴가 지나고 나면 냉동실 한쪽에는 전과 갈비찜, 생선전이 봉지째 쌓인다. 상에 올렸다가 남은 음식을 버리기는 아까워 큰 봉지에 한꺼번에 담아 얼려 두는데, 명절이 끝나고 두 주쯤은 이 음식을 꺼내 먹는 날이 이어진다.
문제는 꺼내는 방식이다. 큰 봉지를 통째로 꺼내 녹인 다음 그날 먹을 만큼만 데우고, 남은 것은 도로 냉동실에 넣는 일이 흔하다. 다시 얼렸으니 처음과 같은 상태로 돌아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냉동실은 한 번 녹은 음식을 원래대로 되돌려 주지 못한다. 남은 명절 음식을 끝까지 탈 없이 먹으려면 얼리는 단계에서 한 끼 분량씩 나눠 두고, 꺼낸 것은 그날 안에 먹는 쪽으로 방식을 바꿔야 한다.
얼린다고 사라지지 않는 냉동실 속 식중독균
큰 봉지 대신 한 번 먹을 양만 꺼낼 수 있도록 나뉜 냉동 전이 냉동실에 보인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냉동실의 영하 18도는 음식 속 식중독균을 없애는 온도가 아니라 더 늘어나지 못하게 멈춰 두는 온도다. 얼어 있는 동안은 수가 늘지 않지만 이미 들어 있던 균은 그대로 남아 있고, 온도가 올라가 음식이 녹기 시작하면 멈춰 있던 균이 다시 늘어난다.
한 번 녹인 전을 다시 얼리면 한 번만 해동했을 때보다 균이 10배 이상 늘어난 상태로 얼어붙는다. 특히 실온에 꺼내 두고 녹이는 동안 숫자가 빠르게 올라가는데, 해동한 육류를 15~30도 상온에 두 시간 두면 최대 64배까지 늘어난다. 녹이고 다시 얼리기를 되풀이할수록 출발선이 계속 높아지는 셈이다.
녹았다 얼기를 되풀이하면 음식 속 수분이 얼음 알갱이로 자라면서 조직을 헤집어 놓아 전은 퍼석해진다. 그래서 봉지를 통째로 녹이는 방식 대신, 냉동실에 넣기 전에 먹을 단위로 나눠 두는 쪽으로 손을 대야 한다.
남은 명절 음식 한 끼씩 나눠 얼리는 방법
식힌 전을 서너 장씩 겹치지 않게 냉동 보관 봉지에 나눠 담는 모습이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나눠 담는 일은 음식이 식은 직후에 한다. 전은 한 끼에 먹을 만큼 서너 장씩 서로 붙지 않게 펼쳐 담고, 갈비찜은 한 번에 상에 낼 분량만큼 국물과 함께 나눠 담는다. 봉지에 담을 때 공기를 빼고 납작하게 눌러 두면 속까지 빨리 언다.
봉지 겉에는 음식 이름과 얼린 날짜를 적어 둔다. 조리한 생선전은 최대 한 달, 갈비찜이나 불고기처럼 조리한 육류는 두세 달 안에 먹는 것이 좋다. 날짜를 적어 두지 않으면 언제 넣은 것인지 몰라 냉동실 안쪽에 계속 남게 된다.
공기를 뺀 납작한 냉동 보관 봉지를 손으로 눌러 밀봉하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보관 온도도 같이 확인한다. 냉동실은 영하 18도 이하, 냉장실은 5도 이하로 맞춰 둔다. 명절 뒤에는 냉장고 문을 자주 여닫는 데다 안이 꽉 차 찬 기운이 잘 돌지 않으니, 음식 사이에 조금씩 틈을 두고 넣는 것이 안전하다.
해동은 실온이 아니라 냉장실에서 한다. 먹기 전날 밤이나 반나절 전에 먹을 분량 한 봉지만 냉장실로 옮겨 두면 5도 이하에서 천천히 녹는다. 급할 때는 봉지째 찬물에 담가 두되 물을 30분마다 갈아 준다. 상 위에 꺼내 두거나 따뜻한 물에 담그는 방법은 쓰지 않는다.
냉장실 선반에 해동할 전 한 봉지만 따로 옮겨 놓은 모습이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데울 때는 겉만 따뜻해진 상태에서 그치지 말고 속까지 익힌다. 전이나 고기완자처럼 고기가 든 음식은 속 온도가 75도가 되게 1분 이상, 굴이나 조개가 들어간 음식은 85도로 1분 이상 가열한다. 프라이팬에 뚜껑을 덮고 약한 불로 데우면 속까지 고르게 익는데, 가운데를 갈라 김이 올라오면 다 된 것이다. 이렇게 녹여 데운 음식이 남으면 도로 얼리지 말고 냉장실에 두었다가 그날 안에 먹는다.
명절 음식은 한 번에 많이 만들어 여러 날 먹는 음식이라 꺼내는 방법만 바꿔도 끝까지 안심하고 먹을 수 있으니, 올해는 얼리기 전에 한 끼 분량으로 나눠 담아 보길 권한다. 나눠 얼리는 일은 식구들이 며칠에 걸쳐 나눠 먹을 음식을 챙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