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리스 냄비에 물과 다 쓴 녹차 티백을 넣고 끓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생선조림이나 김치찌개를 끓인 날이면 설거지를 다 마치고 엎어 둔 냄비에서 비린내나 묵은 김치 냄새가 계속 올라온다. 다음 날 그 냄비에 맑은 국이라도 끓이면 전날 냄새가 그대로 옮겨 붙어, 새로 끓인 음식까지 어딘가 텁텁하게 느껴지는 경험을 한 번쯤 해 봤을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은 수세미에 세제를 듬뿍 묻혀 안쪽을 한 번 더 박박 닦고, 뜨거운 물을 부어 헹궈 낸다. 닦은 직후에는 냄새가 덜한 것 같지만 냄비가 식고 나면 다시 코끝에 걸리고, 며칠이 지나도 처음 그 냄새가 옅게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마시고 나서 버리려고 둔 녹차 티백을 쓰면 된다. 물 500ml를 붓고 다 쓴 티백 한두 개를 넣어 5분만 끓이면 되는 방법이라, 따로 돈을 들이지 않고도 냄비 안쪽에 밴 냄새를 뺄 수 있다.
설거지를 해도 냄비에 냄새가 남는 이유
깨끗이 씻은 스테인리스 냄비 안쪽 표면을 가까이에서 살펴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생선이나 찌개를 끓일 때 나온 기름은 아주 얇은 막이 되어 냄비 안쪽 벽까지 넓게 퍼져 붙는다. 금속 표면은 매끈해 보여도 오래 쓰는 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흠집이 생기는데, 기름은 그 흠집 사이사이로 스며들어 자리를 잡는다. 냄새를 내는 성분은 대부분 이 기름에 녹아 있어서, 기름이 남아 있는 한 냄새도 같이 남는다.
세제와 수세미가 닿는 곳은 어디까지나 표면이라, 흠집 안쪽으로 들어간 기름까지는 잘 닿지 않는다. 게다가 찬물로 헹구면 기름이 그대로 굳어 더 떨어지지 않는데, 씻은 직후에는 세제 향에 가려 냄새가 덜하다가 냄비가 식으면서 다시 올라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녹차 잎에 들어 있는 카테킨과 폴리페놀은 냄새를 내는 성분을 붙잡아 물 쪽으로 끌어내는 성질이 있고, 사포닌은 물에 풀리면 거품이 나는 성분이라 세제처럼 기름을 잘게 쪼개 물에 섞이게 만든다. 그래서 겉을 문지르는 대신, 물을 끓여 나온 김이 냄비 안쪽 전체를 적시게 하는 쪽으로 손을 대야 한다.
냄비에 밴 생선 냄새 빼는 방법
다 쓴 녹차 티백 한두 개와 물 500ml를 냄비에 준비한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물은 마시고 난 녹차 티백 한두 개와 물 500ml가 전부다. 티백은 그날 우려낸 것을 쓰거나, 접시에 펼쳐 바짝 말려 둔 것을 써도 된다. 먼저 냄비를 평소대로 세제로 한 번 설거지해 눈에 보이는 국물과 기름기를 닦아 낸 다음, 물 500ml를 붓고 티백을 넣는다. 바닥이 넉넉히 잠기는 정도면 충분하다.
냄비를 중불에 올리고 물이 끓기 시작하면 그 상태로 5분을 둔다. 뚜껑은 덮지 않는데, 김이 냄비 안쪽 벽을 타고 올라가 그대로 빠져나가야 냄새 성분이 함께 날아가기 때문이다. 물이 옅은 갈색으로 우러나고 김에서 녹차 향이 올라오면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이다.
뚜껑을 덮지 않은 냄비에서 옅은 갈색 녹차 물이 끓고 있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5분이 지나면 불을 끄고 물을 그대로 따라 버린 뒤 따뜻한 물로 헹군다. 손으로 안쪽을 만졌을 때 아직 미끌거린다면 티백이 식기를 기다렸다가 손에 쥐고 냄비 안쪽을 한 바퀴 문질러 닦은 다음 다시 헹군다. 끓인 직후의 티백은 뜨거우니 바로 잡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헹군 뒤에는 마른행주로 물기를 닦아 완전히 말린다.
식힌 녹차 티백으로 냄비 안쪽을 가볍게 닦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안쪽이 흰 법랑이거나 밝은색인 냄비는 우러난 녹차 물이 오래 담겨 있으면 색이 옅게 남을 수 있어, 5분이 지나면 바로 물을 버리고 헹구는 것이 좋다. 코팅 팬은 티백으로 문지를 때 힘을 주지 말고 가볍게 닦아 낸다. 생선을 굽거나 조린 날, 찌개를 오래 끓인 날에 한 번씩만 해 두면 충분하다.
녹차를 자주 마시는 집이라면 티백을 바로 버리지 말고 개수대 옆에 한두 개 모아 두었다가 이렇게 써 보길 권한다. 냄비에 남은 냄새를 그때그때 빼 두면 다음에 무엇을 끓여도 그 냄새가 옮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