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가 넓은 투명 밀폐용기에 담긴 부침가루가 냉동실 안쪽 선반에 놓여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추석 연휴에 전을 부치고 나면 부침가루 봉지가 어중간하게 남는다. 한 번에 다 쓰는 집은 드물어서 봉지 입구를 돌돌 말아 집게로 집은 다음, 싱크대 위 찬장이나 그릇장 구석에 밀어 넣어 두게 된다. 마른 가루니까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런데 몇 달 뒤 다시 꺼내 보면 가루가 예전 같지 않다. 손으로 만지면 미세하게 눅눅하고, 물에 풀면 작은 덩어리가 지면서 잘 풀리지 않는다. 심하면 봉지 안쪽에 검은 알갱이가 섞여 있거나 비린 냄새가 올라와, 아까워도 그대로 버리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부침가루와 튀김가루는 개봉하는 순간부터 보관 자리를 바꿔야 하는 가루다. 봉지째 찬장에 두는 대신 입구가 넓은 통에 옮겨 담아 밀봉한 뒤 냉동실에 넣어 두면, 명절에 사 둔 한 봉지를 다음 해까지 그대로 쓸 수 있다.
봉지째 찬장에 둔 부침가루가 눅눅해지는 이유
찬장 안에서 봉지 입구를 집게로 집어 둔 부침가루가 가까이 보인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부침가루는 밀가루만 든 것이 아니라 전분과 소금, 조미료가 함께 섞여 있다. 밀가루 자체도 공기 중의 물기를 잘 빨아들이는데, 여기에 소금과 조미료가 더해지면 습기를 더 쉽게 끌어당긴다. 장마철이나 겨울 난방으로 실내 습도가 오르내리는 동안 가루가 물기를 머금었다 놓았다 하면서 서서히 덩어리가 지고 맛도 밋밋해진다.
봉지 입구를 집게로 집어 두는 것으로는 이 과정을 막기 어렵다. 말아 접은 비닐 사이로 공기가 드나들고, 찬장 안은 온도가 높은 편이라 가루벌레가 알을 낳고 번식하기 좋은 자리가 된다. 비닐 포장은 유충이 뚫고 들어오기도 해서,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안에서는 이미 시작된 경우가 있다.
냉동실은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자리다. 통에 담아 밀봉해 두면 가루가 바깥 공기와 만날 일이 없어 습기를 먹지 않고, 영하의 온도에서는 벌레가 알을 까거나 자라지 못한다. 가루는 수분이 적어서 냉동실에 넣어도 얼어 굳지 않고 넣기 전과 똑같이 보슬보슬한 상태로 남는다. 그래서 개봉한 가루는 찬장이 아니라 통과 냉동실 쪽으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
개봉한 부침가루와 튀김가루 냉동실에 보관하는 방법
완전히 말린 넓은 입구의 밀폐용기에 부침가루를 옮겨 담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먼저 입구가 넓은 밀폐용기를 하나 준비한다. 유리나 두께가 있는 플라스틱 통이 좋고, 계량스푼이 들어갈 만큼 입구가 넓어야 쓸 때 편하다. 통은 씻은 뒤 물기를 완전히 말려서 사용한다. 안쪽에 물방울이 남아 있으면 가루가 닿는 자리부터 뭉치기 시작한다.
부침가루 한 봉지를 통에 쏟아 담고, 봉지에 적힌 물 비율과 유통기한 부분을 가위로 오려 뚜껑 안쪽에 붙여 둔다. 개봉한 날짜도 함께 적어 두면 언제 산 가루인지 헷갈리지 않는다. 담은 뒤에는 통을 몇 번 두드려 가루를 가라앉히고 뚜껑을 끝까지 돌려 닫는다.
밀폐용기 뚜껑 안쪽에 부침가루 봉지에서 오린 작은 안내 조각을 붙이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통은 냉동실 문 쪽보다 안쪽 선반에 넣는 것이 좋은데, 문 쪽은 여닫을 때마다 온도가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쓸 때는 통을 꺼내 바로 필요한 만큼 계량해 덜어 내고 곧장 뚜껑을 닫아 다시 냉동실에 넣는다. 꺼내 둔 채로 오래 두면 찬 통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고 그 물기가 가루로 들어간다.
냉동실에서 꺼낸 밀폐용기에서 계량스푼으로 필요한 양의 부침가루를 덜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이렇게 통에 담아 냉동실에 넣어 둔 부침가루는 1년 정도를 두고 쓸 수 있다. 통에 옮기지 않고 냉장실에 봉지째 둔 가루라면 2~3개월 안에 쓰는 편이 낫다. 꺼냈을 때 가루가 노르스름하게 변했거나 비린 냄새가 올라오면 조리에 사용하지 않는다. 검은 알갱이가 섞여 있는 것도 마찬가지로 버린다.
명절에 사 둔 부침가루가 한 봉지 남았다면 찬장에 밀어 넣기 전에 통부터 꺼내 옮겨 담아 보길 권한다. 가루 한 통을 제대로 넣어 두는 일은 다음에 전을 부칠 때 반죽 재료부터 다시 사러 나가지 않아도 되게 만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