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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을 뒤덮은 괴생명체, 참갯지렁이 대량 출현의 생물학적 원인

spark_icon5분 지식
  • 늦은 밤 한강 수면에 떼를 지어 나타난 생물의 정체는 바다와 맞닿은 기수역 환경에 서식하는 참갯지렁이입니다.
  • 바닥 뻘 속에 숨어 지내던 참갯지렁이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은 지진 전조가 아니라 번식을 위한 집단 군영 현상입니다.
  • 현미경으로 관찰한 참갯지렁이는 노 모양의 측각과 숨겨진 날카로운 턱, 번식을 위해 장기를 축소하는 독특한 신체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늦은 밤 한강 수면에 정체불명의 벌레들이 떼를 지어 떠오르면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고 재난의 전조가 아닌지 불안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 생물의 정체는 괴생명체가 아니라 참갯지렁이라는 환형동물입니다. 평소 바닥의 뻘과 흙 속에 숨어 지내던 갯지렁이가 왜 갑자기 한강 물 위로 쏟아져 나와 헤엄치는지, 현미경 관찰을 통해 그 생물학적 원리를 짚어보겠습니다.

참갯지렁이란 어떤 생물인가: 환형동물 다모류의 구조적 특징

참갯지렁이는 지렁이처럼 몸이 여러 개의 고리 모양 체절로 나뉜 환형동물에 속합니다. 하지만 흔히 화단에서 마주치는 육지 지렁이와는 분류학적으로나 형태학적으로 뚜렷한 차이가 있습니다. 육지 지렁이는 다리 역할을 하는 돌기가 거의 없는 '빈모류'인 반면, 참갯지렁이는 체절마다 다리 역할을 하는 측각(Parapodia)이 발달한 다모류에 속합니다.

왼쪽에는 갯지렁이의 신체 구조를 설명하는 생물학적 도표가 있고, 오른쪽에는 현미경으로 관찰한 참갯지렁이의 날카로운 턱이 확대되어 나타나 있습니다.

평소에는 숨겨져 있는 날카로운 턱이 인두와 함께 밖으로 돌출되는 참갯지렁이만의 독특한 포식 구조입니다.

현미경으로 머리 부위를 살펴보면 감각을 담당하는 여러 쌍의 더듬이와 4개의 눈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눈이 퇴화한 육지 지렁이와 달리 시각 기관을 온전히 갖추고 있는 셈입니다. 겉보기에는 입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 보이지만, 입 부위를 살짝 누르면 인두와 함께 날카로운 한 쌍의 턱이 바깥으로 돌출됩니다. 참갯지렁이는 이 턱을 이용해 먹이를 사냥하는 포식 능력을 발휘합니다.

지진 전조라는 오해와 집단 유영의 실제 원인

사람들이 가장 크게 오해하는 부분은 참갯지렁이가 출현하는 장소와 시기입니다. 바다 생물로 알려진 갯지렁이가 한강에 나타나는 까닭은 한강 하류가 바다와 맞닿아 일정 수준의 염도를 유지하는 기수역 환경을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어두운 밤 강물 위를 가득 채운 수많은 참갯지렁이가 꿈틀거리며 헤엄치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진 전조 현상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사실은 이들이 번식기를 맞아 집단으로 이동하는 자연스러운 생태 활동입니다.

바닥에 살던 수만 마리의 개체가 일제히 수면으로 떠오르는 모습을 보고 '지진의 전조 현상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지각 변동과 무관한 종족 번식을 위한 집단 산란 행동입니다. 참갯지렁이는 평소 헤엄을 거의 치지 않지만, 번식기가 되면 달의 주기에 맞춰 수면 위로 일제히 떠올라 생식세포를 방출합니다. 이 과정에서 도심의 밝은 가로등 불빛을 달빛으로 착각해 강변 수면으로 밀집하게 됩니다.

생식을 위해 몸을 완전히 개조하는 극적인 신체 변화

번식기에 접어든 참갯지렁이는 생존 대신 번식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도록 몸의 형태를 바꿉니다. 물살을 가르기 좋게 측각이 노처럼 넓어지며, 내부 장기가 스스로 줄어들면서 남은 체강 공간이 생식세포로 가득 차게 됩니다.

이때 몸 색깔 역시 크게 달라집니다. 수컷은 정액으로 인해 우윳빛을 띠고, 암컷은 알로 가득 차 녹색을 띱니다. 이들은 한 장소에 모여 체내 생식세포를 물속에 폭발적으로 방출한 뒤 생을 마감합니다. 일부 종은 유성생식 외에도 몸 끝부분을 스스로 떼어내 독립된 개체로 자라나게 하는 무성생식을 병행하기도 합니다.

호흡과 순환계를 통해 보는 수생태계 내의 역할

혈관 내부를 흐르는 붉은 적혈구와 흰 백혈구들을 3D 그래픽으로 나타낸 교육용 영상 화면이며 하단에는 폐쇄순환계라는 자막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환형동물은 혈관계가 잘 발달해 있어 혈액의 흐름을 관찰하기 좋으며 폐쇄순환계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참갯지렁이는 겉모습이 주는 인상과 달리 정교한 신체 기작을 지닌 생물입니다. 등 쪽을 고배율로 확대해 보면 붉은 혈액이 흐르는 혈관계가 선명하게 드러나며, 측각 내부에는 미세한 모세혈관들이 그물망처럼 이어져 있습니다. 참갯지렁이는 이 넓은 측각을 아가미처럼 활용해 물속에서 효율적으로 호흡합니다.

엄청난 번식력으로 수면을 뒤덮어 생태계를 교란하지 않을까 우려할 수 있지만, 대량으로 방출된 갯지렁이와 유충은 한강의 물고기와 조류에게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 됩니다. 한강 수면의 집단 군영은 기수역 생태계 먹이사슬을 지탱하는 자연스럽고 건강한 생명 활동의 일부입니다.


FAQ

바다 생물인 갯지렁이가 왜 한강 민물에서 발견되나요?

한강 하류는 서해 바다와 맞닿아 있어 조석 간만의 차에 따라 해수가 들어오며 염도를 띠는 기수역을 형성하므로 참갯지렁이가 정상적으로 서식할 수 있습니다.

갯지렁이가 대량으로 수면에 떠오르는 것이 지진 전조 현상과 관련이 있나요?

지진 전조와는 무관합니다. 번식기를 맞은 참갯지렁이가 달의 주기에 맞춰 생식세포를 방출하기 위해 수면으로 떠오르는 자연스러운 번식 유영(군영) 현상입니다.

참갯지렁이에게 물리면 위험한가요?

입안에 날카로운 턱을 숨기고 있어 손으로 만지면 살짝 물릴 수 있지만, 치명적인 독성은 없습니다. 다만 소독을 권장드립니다.

수컷과 암컷 참갯지렁이는 육안으로 어떻게 구별하나요?

번식기에는 몸속이 생식세포로 차오르며 색이 달라집니다. 내부가 정액으로 가득 찬 수컷은 우윳빛을 띠고, 알로 채워진 암컷은 짙은 녹색을 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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