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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틈 돌구멍을 지나 마주한 산사, 그곳에서 찾은 삶의 평온

spark_icon6분 지식
  • 깎아지른 바위틈 돌구멍을 지나야 닿는 팔공산 중암암과 묵묵히 도량을 가꾸는 산사에서 스님들은 자연에 순응하며 수행합니다.
  • 좁은 굴을 지나 번뇌를 털어내고, 손수 차를 덖고 밭을 일구며 타인에게 공양을 베푸는 소박한 노동이 곧 참선이 됩니다.
  • 빠르고 편리한 삶 대신 기꺼이 불편함을 끌어안고 복과 지혜를 나누는 산사의 하루는 현대인에게 진정한 평온의 길을 제시합니다.

아찔한 벼랑 끝, 거대한 바위틈 사이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암자가 있습니다. 경북 영천 팔공산 자락에 자리한 천년 고찰 중암암은 좁은 돌 틈을 지나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고 해서 예부터 ‘돌구멍 절’이라 불려왔습니다. 속세의 번잡함을 뒤로하고 깊은 산중을 찾은 스님들은 왜 이토록 험준하고 외딴곳에서 기꺼이 고독과 마주하는 걸까요? 그곳에 머무는 이들은 입을 모아 자연의 품속에서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볼 때 비로소 참된 자유와 평온이 찾아온다고 말합니다.

거대한 바위 두 개가 맞물려 생긴 좁은 틈 사이로 기와지붕을 얹은 작은 암자가 보이는 풍경

좁은 돌 틈을 지나야 비로소 마주할 수 있는 천년 고찰의 신비로운 모습입니다.

벼랑 끝 암자가 품은 천년의 세월과 좁은 극락굴의 의미

중암암은 통일신라 시대에 세워져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수행처입니다. 1,2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온 해우소를 지나 암자 끝자락으로 향하면, 바위가 맞물려 만들어낸 어둡고 좁은 ‘극락굴’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12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온 사찰의 옛 화장실 해우소 내부 모습

1,200년의 시간을 간직한 채 오늘날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사찰의 해우소는 자연과 공존해 온 수행처의 깊은 역사를 보여줍니다.

어린 스님들 사이에서 세 번 통과하면 모든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전해지는 이 굴은 단순한 기도처를 넘어 두려움과 공포를 이겨내는 시험대이기도 합니다. 한 사람이 간신히 까치발을 들고 배를 납작하게 붙여야 빠져나갈 수 있는 컴컴한 바위틈을 지나다 보면, 어둠 속에서 마주하는 한 줄기 빛이 얼마나 소중한지 온몸으로 깨닫게 됩니다. 선인 스님 역시 이 암자에 처음 들어왔을 때 극락굴을 수없이 드나들며 마음속 번뇌와 근심을 하나씩 떨쳐냈습니다.

회색 승복을 입은 스님이 산길을 걸어 올라가는 뒷모습

산중의 깊은 곳을 헤매며 비로소 마음을 내려놓을 명당을 찾아 나선 스님의 발걸음이 고요합니다.

산중의 불편함을 행복으로 바꾸는 소박한 노동과 참선

외딴 암자의 생활은 도시의 편리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사계절 내내 때울 장작을 직접 패야 하고, 산밭을 일구며 생강나무 꽃을 따서 차를 덖는 등 손이 가지 않는 일이 없습니다.

팔공산의 험준한 산세와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암자의 기와지붕이 조그맣게 내려다보이는 공중 촬영 영상

속세의 소란함에서 벗어나 깊은 산중의 품에 안긴 암자는 그 자체로 수행의 길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스님에게 이러한 고된 일상은 고통이 아닌 수행의 기쁨입니다. 추운 겨울을 묵묵히 견뎌낸 나무처럼, 대자연과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하며 땀을 흘리는 순간 잡념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크고 화려한 것만을 좇는 세상에서 작고 사소한 일상의 가치를 귀하게 여기며, 손수 거둔 소박한 밥상과 덖은 꽃차를 길손들에게 아낌없이 베풀고 회향하는 삶 속에서 스님은 진정한 마음의 고향을 발견합니다.

도량을 땀방울로 가꾸며 꽃처럼 피워내는 자비의 법문

수행의 길은 숲속 정원을 정성껏 돌보는 손길 속에서도 피어납니다. 또 다른 산사에서 15년째 묵묵히 도량을 가꾸는 구암 스님은 빗물에 계곡이 막히지 않도록 정비하고,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들을 가꾸며 도량을 하나의 살아있는 법문으로 빚어냅니다.

산속에 위치한 작은 사찰의 전경으로, 마당 앞에 흰색 불상들이 세워져 있고 지붕 아래에는 다채로운 색깔의 연등이 줄지어 달려 있다.

정성으로 일군 도량은 찾아오는 이들에게 위안을 건네는 꽃처럼 아름다운 쉼터가 됩니다.

“몸은 도량이고 마음은 부처”라는 가르침처럼, 도량을 정갈하게 다듬는 일은 이곳을 찾는 이들이 잠시나마 마음에 쌓인 피로를 씻어내고 충전해 가기를 바라는 따뜻한 배려에서 출발합니다. 행여 유리창에 부딪혀 목숨을 잃은 아기 새 한 마리도 명당을 골라 정성껏 묻어주며 극락왕생을 빌어주는 마음, 바쁜 일과 중에도 때를 맞추어 고소한 잣떡국 한 그릇을 끓여 내며 매일매일을 ‘좋은 날’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도량 가득 향기를 채웁니다.

회색 승복을 입은 스님이 흙바닥에 놓인 장작을 도끼로 내리치고 있는 모습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장작을 패는 그 모든 순간 역시 수행의 일부입니다.

복과 지혜를 함께 닦아 세상과 나누는 삶의 지혜

산사에서 만난 스님들이 전하는 수행의 본질은 거창하거나 멀리 있는 교리가 아닙니다. 구암 스님이 붓을 들어 정성스레 써 내려간 ‘복혜구족(福慧具足)’이라는 글귀처럼, 새가 양 날개로 하늘을 날듯 복과 지혜를 온전히 갖추어 세상과 나누는 것이 삶의 궁극적인 지향점입니다.

바닥에 앉은 스님이 붓으로 한지에 '복혜구족(福慧具足)'이라는 글귀를 정성스럽게 써 내려가고 있는 모습

복과 지혜를 함께 갖추며 세상과 나누는 것이 진정한 수행이라 말하는 스님의 철학이 글귀 속에 담겨 있습니다.

백 년도 채 되지 않는 유한한 인생 속에서 나 혼자만의 안락을 구하기보다 서로를 돕고 베풀며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참된 지혜입니다. 첩첩산중 바위틈에 기대어 서두르지 않고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는 스님들의 하루는, 매 순간 앞만 보며 달리는 우리에게 잠시 걸음을 멈추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라고 조용히 권하고 있습니다.


FAQ

팔공산 중암암이 '돌구멍 절'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중암암은 아찔한 기암절벽과 바위틈 사이에 위치해 있어, 좁은 바위 틈새(돌구멍)를 통과해야 암자에 닿을 수 있다는 지형적 특성 때문에 예부터 '돌구멍 절'이라는 별칭으로 불려왔습니다.

중암암에 있는 극락굴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좁고 어두운 바위굴을 세 번 통과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좁고 험한 굴을 통과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두려움과 공포를 극복하고 속세의 번뇌를 내려놓는 수행처 역할을 합니다.

구암 스님이 강조한 '복혜구족(福慧具足)'은 무슨 뜻인가요?

새가 양 날개로 날아오르듯 삶에서 복과 지혜가 함께 충족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서로 나누고 돕는 자비로운 실천과 밝은 지혜를 함께 닦아가는 수행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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