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앤디파트먼트는 단순히 오래된 중고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수명이 길고 유행을 타지 않는 '롱라이프 디자인'과 지역의 정체성을 파는 브랜드 플랫폼입니다.
- 높은 생산 원가와 소량 생산 구조로 인해 제품 가격은 비싸지만, 정당한 가격 보장과 수리 가능성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자존심과 팬덤을 구축했습니다.
- 리테일 단독 수익보다는 B2B 용역과 지역 파트너십을 결합한 독특한 생태계를 통해, 무조건적인 확장 없이도 오래 지속되는 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비싸도 너무 비싼 중고 가구와 일상용품을 파는데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도쿄 외곽의 작은 창고에서 시작해 한국의 서울 서교와 제주까지 영토를 넓힌 디앤디파트먼트(D&D Department) 이야기입니다.
왜 사람들은 20년, 40년 된 중고 의자와 떡볶이 그릇 같은 생활 잡화에 선뜻 거금을 지불할까요? 그 핵심은 디앤디파트먼트가 단순히 물건을 재판매하는 리테일 샵이 아니라, '롱라이프 디자인'과 '지역 정체성'을 보존하고 제안하는 문화 운동을 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1960년대 '굿디자인'에 집착한 디자인하지 않는 디자이너
창업자 나가오카 겐메이는 본래 일중독으로 살아가던 그래픽 디자이너였습니다. 하지만 주말마다 재활용 상점을 다니며 1960~80년대 생산된 일본의 중고품을 수집하다가 한 가지 중요한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이미 세상에는 유행을 타지 않고 장인의 손길로 만들어진 훌륭한 물건이 넘쳐나는데, 굳이 나까지 새 디자인을 보탤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죠.
기능과 형태를 모두 갖춘 60년대 가리모크 K체어는 시대가 흘러도 변치 않는 롱라이프 디자인의 정석으로 꼽힙니다.
그는 "이제 나는 디자인하지 않는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선언하며 2000년 도쿄 변두리에 디앤디파트먼트 1호점을 열었습니다. 특히 그가 주목한 것은 1960년대 제품이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 재건기에 만들어진 제품들은 마케팅 논리에 오염되지 않고, 제작자가 본래의 목적과 기능에 충실해 만든 진정한 '굿디자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시아인의 체형과 좁은 거실 공간을 고려해 깊이를 줄인 가리모크의 'K체어'가 대표적입니다. 디앤디파트먼트는 이런 60년대 명작을 복각하는 '60 비전(60 Vision)' 프로젝트를 통해 버려질 뻔한 가치들을 다시 살려냈습니다.
프랜차이즈의 틀을 깨는 지역 중심 큐레이션
디앤디파트먼트의 또 다른 핵심 키워드는 바로 '지역성'입니다. 전국에 똑같은 상품과 인테리어를 복제해 넣는 일반적인 프랜차이즈와 달리, 디앤디는 매장이 들어서는 지역 고유의 개성을 살리는 방식을 취합니다.
현지 철학을 공유하는 파트너와 함께 지역 특색을 담아내는 방식이 이들의 확장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교토 매장은 실제 사찰 안에 위치하며 오직 교토와 관련된 물건만을 취급합니다. 단순히 지역 특산물을 가져다 파는 수준이 아닙니다. 편집부가 두 달간 현지에 체류하며 발굴한 이야기를 매거진 『d Travel』로 펴내고, 47개 도도부현의 향토 레시피를 식재료 연구자들에게 직접 배워 선보이는 'd47 식당'을 함께 운영합니다. 한국의 디앤디파트먼트 서울 역시 인천의 광신재면 쫄면, 안동 편주, 제주 한림수직처럼 역사와 장인 정신이 서린 지역 제품들을 정성껏 전시하고 판매합니다.
현지 파트너십과 리테일 너머의 수익 구조
디앤디파트먼트는 독특하게도 직영 확장을 고집하지 않습니다. 지역 진출 시 현지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파트너와 손을 잡는데, 한국에서는 문구 브랜드 MMMG(디앤디 서울) 및 문화예술 기업 아라리오(디앤디 제주)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매장 제품의 70%는 현지 파트너가 직접 큐레이션합니다.
그렇다면 인증샷만 찍고 가기엔 너무 비싸다는 평가를 받는 이 비즈니스는 어떻게 유지될까요? 소량 생산된 고품질 제품과 옛 방식을 재현한 복각품은 기본 생산 원가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수리와 재판매가 가능한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느라 세일조차 하지 않습니다. 사실 리테일 매장 단독으로는 큰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디앤디파트먼트의 실질적인 수익 동력은 기업이나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신상품 개발, 지역 브랜딩 컨설팅 등 B2B 용역 비즈니스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파트너를 선정할 때도 본업의 자생력이 확실하여 디앤디 매장을 '돈벌이'가 아닌 '브랜드 가치 전달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곳을 엄선합니다.
폭발적 성장 대신 우직한 정체성을 선택한 기업
유사한 라이프스타일 제안 브랜드인 츠타야가 '큐레이션 중심의 리테일', 무인양품이 '자체 제조 유통'이라면, 디앤디파트먼트는 '롱라이프 디자인 운동' 그 자체에 가깝습니다. 그렇기에 양적 성장에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큐레이션 서점의 모습에서 디앤디파트먼트가 지향하는 가치와 유사한 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나가오카 겐메이 스스로도 디앤디파트먼트를 기업이라기보다 일종의 활동으로 정의합니다. 만약 단기적인 매출 확장이나 상장만을 목표로 삼았다면 원가를 절감하고 양산형 제품을 늘렸겠지만, 이는 디앤디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모든 기업이 무한 성장을 목표로 달릴 필요는 없습니다. 20년, 40년이 지나도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물건들처럼, 본업의 철학과 자존심을 지키는 행보 자체가 디앤디파트먼트를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로 만드는 힘입니다.
디앤디파트먼트 읽어 드렸습니다.
FAQ
디앤디파트먼트 제품은 왜 이렇게 비싼가요?
대량 생산품이 아닌 장인 정신 기반의 소량 생산 제품이 많고, 60년대 복각 제품의 경우 단종된 금형과 소재를 재현하는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할인 판매를 하지 않고 수리 및 재판매가 가능하도록 정당한 생산 원가를 보장하는 가격 정책을 고수합니다.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은 도쿄 본사와 어떻게 다른가요?
디앤디파트먼트는 현지 파트너(한국의 경우 MMMG)가 매장 제품의 70% 이상을 직접 큐레이션합니다. 따라서 일본 제품뿐만 아니라 광신재면, 광주요, 송월타월 등 한국의 오랜 역사와 장인 정신이 담긴 롱라이프 디자인 제품들을 선보입니다.
디앤디파트먼트의 '60 비전(60 Vision)' 프로젝트란 무엇인가요?
1960년대 일본 산업 디자인의 황금기에 만들어진 가구와 생활용품 중, 유행을 타지 않고 품질이 뛰어난 명작들을 원래 제조사와 함께 다시 복각하여 생산·판매하는 프로젝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