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수 오염물질은 대부분 물에 녹아 있는 유기물이어서 물리적인 거름망이나 필터로는 걸러낼 수 없습니다.
- 서울의 물재생센터는 미생물에게 유기물을 먹이고 엉겨 붙은 덩어리를 가라앉힌 뒤 다시 투입하는 생물학적 순환으로 수질을 정화합니다.
- 질소와 인을 제거하는 고도처리와 시설 지하화를 거치며 하수처리 인프라는 악취를 차단하고 복합 생태 공원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중랑, 난지, 탄천, 서남 4개 물재생센터가 하루에 받아내는 하수는 시설 용량 기준 최대 498만 톤에 달합니다. 가정에서 쏟아져 나오는 변기물과 생활하수를 한강에 방류할 수 있을 만큼 맑게 바꾸는 핵심 원리는 거대한 필터로 찌꺼기를 걸러내는 물리적 여과가 아닙니다. 물재생센터의 작동 메커니즘은 미생물에게 유기물을 먹이고, 무거워진 미생물을 가라앉히며, 이를 다시 반응조로 되돌리는 생물학적 순환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왜 필터로 거르는 방식은 통하지 않는가
하수처리 문제를 마주할 때 흔히 촘촘한 망으로 오물을 건져내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처리장 초입의 침사지에서는 모래와 돌, 플라스틱병 같은 부유물을 걸러냅니다. 하지만 이런 고형물을 전부 건져내도 물은 여전히 시커멓습니다.

스스로 맑아지기를 기다리기엔 우리 하천이 감당해야 할 오염물질의 농도가 너무나 높습니다.
하수를 오염시키는 주원인은 대부분 물에 녹아 있는 유기물이기 때문입니다. 설탕물에서 설탕 입자만 체로 거를 수 없듯, 용해된 유기물은 미세한 필터도 그대로 통과합니다. 그렇다고 자연적인 자정작용을 기대하며 물을 마냥 가둬둘 수도 없습니다. 자연 상태의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할 때 물속 용존산소를 대량으로 소비하므로, 정화가 이루어지기 전에 산소 고갈로 수생태계가 먼저 폐사하고 악취가 발생합니다.
미생물과 중력을 활용한 하수처리 메커니즘
도시 공학자들은 하천에서 일어날 정화 과정을 통제된 인공 수조 안에서 압축하는 역발상을 도입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수처리장의 핵심 시설인 생물반응조입니다.

하수 속 유기물을 분해하는 미생물이 충분히 활동할 수 있도록 대량의 공기를 공급하는 송풍기 설비입니다.
- 폭기 및 섭식: 대형 수조 바닥에서 송풍기로 산소를 강하게 불어넣어 호기성 미생물을 폭발적으로 증식시킵니다. 미생물은 물에 녹은 유기물을 먹이 삼아 빠르게 분해합니다. 난지물재생센터의 경우 분당 320㎥를 뿜어내는 송풍기를 가동해 자연 하천에서 며칠씩 걸릴 유기물 분해를 반나절 만에 완료합니다.
- 침전 및 분리: 유기물을 섭취한 미생물은 점액질을 분비하며 서로 엉겨 붙어 무거워집니다. 공기 주입을 멈추고 물을 가만히 두면 미생물 덩어리(슬러지)가 바닥으로 가라앉습니다. 최종 침전지에서는 맑아진 상등액만 떠내 다음 공정으로 보냅니다.
- 반송(Recycle): 침전된 미생물 덩어리를 버리지 않고 새로운 하수가 들어오는 반응조 앞단으로 다시 투입합니다. 이미 활성화된 미생물을 재활용해 반응조의 처리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입니다. 남은 잉여 슬러지는 밀폐된 소화조로 보내 메탄가스를 추출하고 에너지로 회수합니다.
수치로 증명되는 공학적 정화 효율과 고도처리
이러한 다단계 침전과 미생물 처리 공정의 효과는 수치로 뚜렷하게 증명됩니다. 최초 침전지에서 하수를 잠시 머무르게 하는 것만으로도 부유물의 45%, 유기물 오염도의 35%가 1차적으로 제거됩니다.
이후 생물반응조와 최종 침전지를 거치면 난지물재생센터 기준 유입 시 125mg/L 수준이던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법적 방류 기준치인 10mg/L보다 훨씬 깨끗한 7mg/L 이하로 떨어집니다.
현대 하수처리는 단순한 유기물 분해에 그치지 않고 부영양화의 주원인인 질소와 인을 제거하는 고도처리 공정으로 확장되었습니다. 호기성과 혐기성 조건을 번갈아 조성해 미생물이 질소를 기체로 바꿔 공중으로 날려 보내게 유도하고, 인은 응집제를 투입해 덩어리로 침전시켜 걸러냅니다. 이를 통해 강화된 방류수 인 기준치(0.5mg/L 이하)를 철저히 맞추고 있습니다.
도심 지하화와 미래 인프라로의 전환
1976년 미국 차관 350만 달러를 들여 하루 15만 톤 규모의 청계천 하수처리장으로 출발했던 서울의 하수처리는 반세기 만에 일일 수백만 톤을 다루는 거대 시스템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거대한 처리 시설과 악취는 도심 확장에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지상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처리 시설을 지하로 옮기면서 도심 환경 개선이 가능해졌습니다.
서울시는 처리 시설 전체를 지하화하는 구조적 전환을 단행했습니다. 시설을 지하로 내리면서 반응조 내에 미생물이 부착해 서식할 수 있는 담체를 채워 처리 속도를 높이고 필요 면적을 대폭 줄였습니다. 상부 공간에는 서울하수도과학관과 물순환 테마파크 같은 친환경 공원을 조성해 시민 공간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도시의 하수처리는 오물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기술이 아니라, 자연의 분해 사이클을 공학적으로 통제하고 재순환시키는 시스템입니다. 보이지 않는 지하에서 중력과 미생물을 엮어낸 이 공학적 역발상이 오늘날 거대 도시 서울의 위생과 한강의 생태를 단단히 지탱하고 있습니다.
FAQ
하수처리장에서는 왜 물리적인 필터를 주력으로 쓰지 않나요?
생활하수 속 오염 물질 대부분은 물에 완전히 녹아 있는 유기물이기 때문입니다. 설탕물에서 설탕을 체로 걸러낼 수 없듯이 용해된 유기물은 미세 필터를 그대로 통과하므로, 미생물에게 먹여 덩어리로 만든 뒤 가라앉히는 생물학적 처리가 필수적입니다.
미생물 덩어리를 버리지 않고 다시 반응조로 되돌려 보내는(반송) 이유는 무엇인가요?
새로운 하수가 들어올 때마다 미생물이 새로 번식하기를 기다리면 처리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반응조 면적도 훨씬 커져야 합니다. 이미 유기물 분해 능력이 검증된 활성 슬러지를 재투입해 처리 효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하수처리 시설을 지하화하면 어떤 이점이 있나요?
악취 문제를 원천 차단해 주민 생활 환경을 개선할 수 있으며, 고효율 공법을 적용해 시설 면적과 처리 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상부 유휴 부지는 공원이나 테마파크 등 시민 휴식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