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상에 차가 없는 공원형 아파트가 확산되었지만, 기존 주차장 기준 높이가 2.3m에 머물러 택배 탑차가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 저상 탑차 도입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자, 정부는 2019년 1월부터 지상 진입이 막힌 단지의 지하 1층 천장을 2.7m 이상으로 의무화했습니다.
- 모든 지하층을 깊게 파는 대신 화물차가 드나드는 지하 1층만 40cm 올리는 방식으로 공사비 부담을 낮추며 딜레마를 해결했습니다.

지상에 차가 다니지 않는 '공원형 아파트'는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쾌적한 주거 환경을 약속하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단지 안의 모든 차량은 지하로 들어가고 지상에는 잔디와 산책로만 남기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막대한 비용을 들여 파낸 이 지하 공간이 정작 일상에서 가장 자주 드나드는 화물차 한 대를 받아내지 못하면서 전국적인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차가 지상으로 갈 수 없도록 설계해 두고 지하 진입마저 막히자, 단지 입구에는 배송되지 못한 상자가 산더미처럼 쌓이는 이른바 '택배 대란'이 벌어졌습니다. 차량 통행을 지하화하겠다는 설계 철학과 실제 생활 물류 규격이 정면으로 충돌한 셈입니다.
주차장법 2.3m와 택배 탑차 2.7m의 충돌
문제의 발단은 지하주차장 천장 높이 기준 2.3m였습니다. 기존 주차장법상 승용차 진출입에는 2.3m만 확보해도 충분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습니다. 시공사 입장에서도 천장을 낮출수록 흙을 덜 파내고 콘크리트 타설량을 줄일 수 있어, 법적 최소 기준인 2.3m는 업계의 고정된 시공 기준으로 굳어졌습니다.

지하주차장 천장 높이보다 높은 택배 차량 규격이 단지 내 진입을 가로막는 현실적인 장벽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운행되는 택배 탑차의 높이는 약 2.5m에서 2.7m에 달합니다. 지상 통행을 막은 단지에서 택배 차량의 지하 진입까지 원천 차단되는 모순이 생긴 것입니다. 2018년 4월 남양주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을 전면 제한하면서 갈등이 폭발했고, 손수레로 무거운 짐을 나르는 기사들의 모습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실제로 2021년 수도권 주요 신축 단지 65곳 중 19곳이 택배차 진입을 통제했을 정도로 구조적인 문제였습니다.
왜 지하 전체 층고를 올리지 못했을까
단순히 생각하면 지하주차장 천장을 처음부터 높게 지으면 되지 않느냐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하 층고를 단 40cm만 높이려 해도 막대한 비용과 공학적 난제가 뒤따릅니다. 천장을 올리면 흙을 파내는 굴착량이 대폭 늘어나고, 지하로 내려가는 진입 램프의 경사도를 맞추기 위해 주행 구간이 길어집니다. 지하 2층과 3층까지 모든 층이 연쇄적으로 깊어져 공사비도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기존 택배 차량보다 높이를 대폭 낮춘 저상 탑차의 모습입니다.
이 때문에 초기에는 차량을 낮추는 이른바 저상 탑차가 대안으로 요구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상 탑차의 짐칸 높이는 1.27m에 불과해 택배 기사가 허리를 굽히거나 무릎을 꿇은 채 짐을 싣고 내려야 합니다. 건물 구조의 한계를 노동자의 신체적 부담으로 떠넘긴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지하 1층만 2.7m로 올리는 역발상 규칙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도출된 해결책은 지하 전체가 아닌 지하 1층 높이만 선별적으로 올리는 역발상이었습니다. 2018년 6월 국토교통부는 지상으로 각 동에 차량 접근이 불가능한 단지에 한해, 지하주차장 천장 높이를 2.7m 이상으로 의무화하는 규칙 개정을 발표했습니다.

지하 주차장 입구의 천장 높이를 택배 차량 규격에 맞춰 2.7m 이상으로 확보하도록 법적 기준이 바뀌었습니다.
핵심은 택배차가 오가는 지상 연결 지하 1층 한 층만 2.7m로 시공하고, 화물차가 갈 필요가 없는 지하 2층부터는 기존 기준인 2.3m를 유지하도록 한 점입니다. 추가 공사비 투입을 최소한의 통로 층에만 집중시켜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은 것입니다. 이 개정 규칙은 2019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되었습니다.
아파트 주차장을 볼 때 확인해야 할 기준
이러한 법 개정 덕분에 2019년 1월 이후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 지어진 공원형 아파트는 지하 1층에 내려갔을 때 천장이 한 뼘가량 높은 2.7m 공간을 갖추고 있습니다. 일반 택배 탑차도 지하 1층을 거쳐 각 동 엘리베이터 앞까지 무리 없이 진입할 수 있습니다.
다만 2019년 이전에 설계되어 준공된 2.3m 단지들은 여전히 과거의 구조를 안고 있습니다. 전국 179곳 이상의 단지에서 지상 출입과 저상차 진입을 둘러싼 갈등이 남아 있는 이유입니다. 오늘날 신축 아파트 지하 1층에서 만나는 여유로운 40cm의 높이는, 지상 공원화라는 주거 트렌드와 물류 인프라의 충돌을 법과 설계의 타협으로 풀어낸 결과물입니다.
FAQ
모든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층고가 2.7m 이상으로 높아진 것인가요?
아닙니다. 지상으로 차량이 각 동에 접근할 수 없는 공원형 아파트 가운데, 2019년 1월 이후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한 단지의 지하 1층(또는 화물차가 진입하는 층)에 한해 2.7m 이상 기준이 적용됩니다.
지하 2층이나 지하 3층도 2.7m로 지어야 하나요?
아닙니다. 공사비와 굴착 깊이 부담을 줄이기 위해 택배차가 직접 오가는 지상 연결 통로인 지하 1층만 2.7m로 올리고, 일반 승용차 위주인 지하 2층 이하는 기존 기준인 2.3m를 유지합니다.
2019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는 왜 여전히 택배 갈등이 발생하나요?
법 개정 이전에 완공된 단지들은 천장 높이가 2.3m로 시공되어 일반 택배 탑차가 물리적으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기축 단지에서는 저상 탑차 전환이나 단지 입구 거점 배송 같은 대안을 두고 여전히 조율이 필요합니다.
